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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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릴 적 교과서에서 자본주의의 부작용이라고 강조하면서 만났던 ‘부익부 빈익빈’ 이라는 말이 ‘아~ 이런 것이구나! 라고 피부에 와 닿기 무섭게 이제는 아예 피부 깊숙이 박혀버린 느낌이다. 자본주의의 부작용 중의 사소한(?!) 하나로써의 부익부 빈익빈이 아닌, 오늘날 우리 경제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되어버린 ‘부익부 빈익빈’. 이것이 그들이 원하던 자본주의란 말인가. 이것이 규제를 차즘 줄여나가고, 각종 기관들을 민영화하며,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갈 것이라던 신자유주의란 말인가. 그들이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란 말인가. 오늘날의 많은 문제들을 바라보며, 정말 정답이 자본주의밖에 없는 것인가를 생각해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좋지도 않은 머리로, 이미 실패했다고 보는 공산주의부터 시작해 ‘~주의’라는 주의는 다 떠올려 본다. 그런데 내가 바라본,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고 지금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가 ‘진짜’가 아니라면, 좋지도 않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각종 이데올로기를 찾는 수고는 덜게 될 것이다. 대신 그 수고를‘진짜’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써야겠지만 말이다. 

 당신 주변의 누군가가 사랑에 빠져있다. 사랑에 빠져있으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그 어떤 행동에도 뭐라고 할 이유는 없지만, 만약 그 상대가 누가 봐도 아닌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정말 아닌 상황이지만, 그 당사자만은 맹목적인 사랑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은 사랑일지 몰라도,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모습에도 불행만이 가득 들어차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 누군가는 말려야 한다. 누군가는 이 사랑에서 눈을 뜨게 해야 한다. 차라리 다른 사랑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경제서적을 앞에 두고 왜 뜬금없이 사랑타령이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자본주의의 한 행태이자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유 시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에서 눈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알아서 눈뜨기가 힘든 나 자신이 도움을 받은 것-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 바로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불리한 것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가진 것-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이 많고, 그것을 지키려고만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가진 것만을 지키기 위해 그런다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많이 가지고도 그것이 부족해 더 가지기 위해-우리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그러는 것처럼…- 발악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자유 시장주의’를 외치는 그들은 자신들이 유리한 것만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애버린다. 그것도 아주 교묘한 솜씨로 말이다. 그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말하는 것들을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는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며 들려준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진실(?!)을 들려준다. 진실은 단 하나인데, 서로가 말하는 진실이 다르다. 같은 상황을 두고 두개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진실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이다. 문제는 그 시선들이 결론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냐 인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진실은 적어도 나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제까지 그들이 하는 달콤한 말들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려 다녀야 하는가. 이젠 내가 먼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알아야지 그들이 말하는 진실이 진짜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진실을 볼 줄 아는 눈만으로도 세상은 한층 나아질 것이다. 또한 이제 느낌만으로 진실을 보고 판단하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논리적인 설명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해야 할 것’의 시작은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비롯된다. 이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은 버리고, 이제 진짜 자본주의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를 시작으로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등 모두 2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던 것들을 정면에서 뒤엎는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최대한 어렵지 않게, 여러 가지 사례들을 들어가면 논리적으로 그들의 말에 반박한다. 그리고 단순한 반박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보다나은 세상을 위한 진실을 볼 줄 아는 눈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그 눈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가 직접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수학처럼 정답이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좋겠지만, 현실의 대부분은 수학과는 다르게 정답이 없다. 그저 정답에 가깝게 최선의 선택을 위한 노력을 할뿐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 큰 세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볼 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뭐, 그 최선이라는 것이 소수의 누군가를 위한 최선이라면 할 말은 없어지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보자면 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이 오늘날의 경제이다. 오늘날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어렴풋이 느끼고, 가끔씩 피부로 와 닿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그러니 그 상황에 대한 문제인식을 비롯해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 혹은 그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에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논리에 반박하기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우리가 반박할 수 없었던 그들의 논리,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혹은 강요받았던- 것들을 그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여덟 가지 원칙으로 정리하고, 그것들이 지난 30년 동안의 경제적 통념들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불편하게 느끼는 독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불편함보다는 시원한 느낌, 통쾌한 느낌에 가까웠다. 등이 가려워서 미치겠는데-하필 그곳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곳을 팍팍 긁어주는 느낌이랄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시원한 느낌은 안겨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흐름을 알고 내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주장 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음… 그러고 보면 역시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시원한 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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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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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진다. 아무 생각 없이 듣는다면 무슨 재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일들이 실제 우리의 현실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중학생에 불과했던 나에게는, 다리와 건물을 그따위로 만든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뒤섞임이 전부인, 어처구니없는 단순한 참사로만 다가왔다. 한국 현대사라는 커다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역사의 새로운 바람 속에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건들인데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빠르지도, 그리 늦지도 않다고 생각되는 지금의 순간에 그 순간들을 기점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황석영의 《강남몽》을 통해서 ㅡ.

《강남몽》은 총 5장으로,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국 현대사를 툭 잘라내, 성수대교가 내려앉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1995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잡는다. 다리와 백화점의 무너짐이 시작이지만 그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마지막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백화점이 무너지는 순간, 그곳에 들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는 박선녀의 이야기로 1장은 시작된다. 우연의 연속으로 화류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고급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결국 국밥집 딸에서 어느 회장의 후처로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이 책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2장에서는 박선녀의 남편인 김진의 일생이 담겨있다. 만주에서 헌병대 밀정을 하다가 해방을 맞이하게 되고 그 이후 뛰어난 생존본능 그 이상의 감각으로 재력을 쌓게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3장에서는 심남수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역사-지금도 여전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동산업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4장에서는 폭력 조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조양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박선녀와 함께 무너진 백화점 밑에 깔리게 되는 임정아와 그의 가족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들려준다. 각 장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이 다섯 명의 인물을 통해서 우리는 근현대사의 큰 줄기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강남 형성사’라는 작지만 큰 이야기에서 ‘남한 자본주의 형성사’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의 모습이 어떤지를 먼저 둘러봐야 할 것이다. 앞서 중학생에 불과했던 나에게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건은 단순한 참사로만 다가왔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작가의 말대로- 역사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 시대의 출발과 개발독재의 종언’이라는 큰 의미를 불어넣는다면 그 시점을 전후해서 뭔가가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말이다. 그전과 후가 완벽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완벽히 혹은 전혀 라는 말을 쓰거나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는 큰 혼란 속에 놓여 있다는 생각만 든다. 지금 나의 모습, 당신의 모습,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 더는 논쟁할 가치도 없어진 듯 보이던 이데올로기의 다양한 행태로의 부활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괴로움, 아니 쓰레기더미 속으로 던져놓는다. 시대의 양면성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어느 시절, 정수라가 〈아! 대한민국〉을 부르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곳에서는 정태춘이 〈아! 대한민국〉을 부르며 소리치던 그 사이의 공간들이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해결 해 나가야 할까?!

어떤 문제든 해결을 위해서는 그 시작을 알아야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현재의 삶을 규정하는 최초의 출발점을 향한 《강남몽》을 통해 그 속에 존재하는 시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덧없음을 넘어서 오랜 시간에 상처를 새겨놓은 꿈(夢) 속에서 말이다. 앞으로 앞으로, 빠르게 빠르게만 외치던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경고와 그 속에 잠재하고 있던 부실이라는 이름이 다리와 백화점의 무너짐을 단순한 참사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무너짐이라는 사건이 아닌 그 사건이 있기까지의 이야기들이다. 우리 사회를 향한 경고를 이끌어내고, 부실이라는 이름을 낳은 사람들과 시간의 이야기 말이다. 그 모든 것들을 한마디로 꿈(夢)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신분 상승의 꿈, 그 욕망의 꿈틀거림. 그 꿈을 위해 그들이 걷고 있었던 순간들도 결국은 꿈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들. 꿈을 꾸기 위해 발버둥치고, 깨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또 누군가는 빨리 깨버리기 위해 발버둥치는 꿈이라는 공간 속에 놓인 사람들. 그 꿈이 낳은 지금 우리의 모습들. 꿈이 아닌 우리의 지난날, 그 현실의 무너짐을 통해서 다시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과거가 되는 내일, 그리고 그 내일이 미래가 되는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꿈이란 것이 있었던가 묻고 싶어진다. 단순히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간에 스쳐 지나갈 꿈-기억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같은 것을, 진짜 나만의 꿈인 양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말이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혹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내 꿈도 아닌 것을 내 꿈인 양 따라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라는 니체의 말과는 다르게, 지금 우리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강남몽》의 마지막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여기 사람 있어요……” 라는 대사가 있다. 이를 두고서 우리는 이것을 단순히 희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흔히 사람들은 힘든 일, 슬픈 일, 마주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날 때면, 지금 이 순간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빨리 그 꿈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설사 꿈에서 깨어났다고 해도 그다음의 순간들에 좋은 일, 기쁜 일, 언제나 행복한 일들만 가득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칫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가는 모든 것이 부질없고, 덧없다는 허무주의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위해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희망이든, 절망이든, 그 어떤 것들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에 달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커져 버린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 사이를 뚫고 지나온 지금 이 순간이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꿈-그것이 희망이든, 절망이든, 혹은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이든, 지난 과거이든, 미래이든, 그 꿈 역시 스스로의 몫이겠지만-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어떤 꿈이든 꿈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는 생존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발 빠른 진화. 우리는 그 속도에 발맞춰 작품의 몸뚱어리 그 자체로 그려내는 단순화와 속도감을 읽어낼 수 있다. 낡은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광복 반세기 식의 대하소설이라는 형식을 버렸다는 사실에서 어쩌면 더 환영받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쉽다는 생각 또한 많이 남는다. 아니, 단순한 아쉬움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뭔가가 부족해서가 아닌 뭔가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해야 할까?! 황석영이라는 이름으로 다루는 이런 이야기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단순화와 빠른 속도감에서 풀어내는 꿈의 이야기들, 그 이후에 오는 어떤 거대한 힘에 무릎을 꿇게 된 무기력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 어떤 감각이든, 이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새로운 또 다른 꿈으로 태어나 살아 숨 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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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도 색깔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검정도 색깔이다
그리젤리디스 레알 지음, 김효나 옮김 / 새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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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화가이며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여인, 그리젤리디스 레알 ㅡ.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창녀라는 직업이다. 그것도 단순한 창녀가 아닌 ‘혁명적 창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런 그녀의 묘지가 제네바의 왕립묘지에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녀는 다른 이름도 아닌 ‘혁명적 창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녀를 그런 놀라운 위치(?!)에 놓이게 만들었을까. 이미 그녀의 직접에 창녀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창녀라는 직업에 대한 어떤 선입견에서 비롯된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오히려 그런 선입견이 그녀와 그녀의 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검정도 색깔이다』는 앞서 말했듯이 작가이자 화가이며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그리젤리디스 레알의 자전적 소설이다. 생(生)을 유지하기위한 힘겨운 삶에서 그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별한 고저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 쭈~욱 나열되는 느낌이랄까. 그녀 삶 자체가 많은 굴곡이 있기에 특별한 장치도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녀의 거처를 비롯해 거쳐 간 남자들,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하는 사랑들을 마치 기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드문드문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 그녀의 깊은 신념(?!)을 담아낸다. 흑인에 대한 끊임없는 찬양(?!)이라든지, 흑인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이라든지 하는…. 그녀의 그런 무한한 사랑에 쉽게 공감되지는 않으나 그녀의 삶, 그 시대의 상황을 조합해보면 뜬금없는 사랑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 담긴 그녀의 모든 생각들이 나에게는 그랬다. 머리로는 받아들여지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실이 말이다.

 

진실로 사랑해보지 않은 자는 이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길. 

책은 그런 사람의 손 안에서보다 더러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좀 더 따스하게 머물 테니까. 

- P282 

특히, 이런 부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어떤 것이기에 이렇게 당당하고, 심지어 오만하고 뻔뻔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일까?! 물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녀에게는 그 어떤 행동-쉽게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을 하더라도 빠지지 않는 뜨거운 열정이 스며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삶과 사랑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내가 못했어!”를 “내가 안했어!”로 바꾸는 말장난 같은 것에 불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합리화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런 모습, 그런 느낌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그 어쩔 수 없는 상황마저도 사실은 어쩔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행한 행동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그래서 결국엔 자신의 초라하거나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싶은 욕망들이 글이라는 통로로 발산되기도 하고, 글이라는 갑옷으로 둘러쳐지는 것이 아닐까. 글이라는 상위적 가치-그렇지 않더라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를 통해 그 자신마저도 상위의 가치를 지닌 인간이 되고자하는 생각이랄까. 물론 나의 생각과 시선이 너무 삐딱하게만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기에 사회의 위선을 비난하는 행위인 레알의 침 뱉기에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레알, 그녀의 삶이 예술이니 혁명적 행위이니 하는 말에 대해서 감히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앞서 살짝 말했지만, 레알에게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옮긴이의 말에서는 그것을 남김없이 퍼주는 그녀의 삶과 사랑에 대한 과도한 사랑때문이라 말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그 열정이나 사랑에 있어서는 감히 그녀에게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그녀의 열정과 사랑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이 느낌… 나의 뭔가에 고정이 되어버린 듯 한 머리와 가슴을 탓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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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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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책 소개에 있는 ‘XX상 수상’이라든가, ‘~에서 인정, 주목’이라는 글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대부분은 그런 글귀로 인해 큰 기대를 가졌다가 그만큼의-혹은 그 이상의-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고는 점차 그런 글귀에서 자유로워지길 시도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그런 글귀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나마 기대에 부합하는 책을 만난다면 다행이지만, 그 반대라면 또 속아 넘어간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은 피해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육식이야기』는 다행스러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책이고, 그 결과 또한 그 기대에 부합했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기대 이상의 책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ㅡ. 

 단편으로는 문학적 역량을 잘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의 프랑스 문단에서 예외적으로 두 소설집만으로 평단의 대대적인 호평을 받은 작가라는 ‘베르나르 키리니’. 그가 쓴 이 책, 『육식이야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짧은 몇 개의 글이나 한 권의 책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베르나르 키리니가 아닌 나였다면 이 책의 곳곳에 있는 이야기들도 평생의 작품을 써내려 갈수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할 만큼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고 많은 생각과 상상들을 불러주기에 이 책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육식이야기』에는 모두 -서문을 제외하고- 14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어느 하나도 평범한 것은 없다. 서문은 특히나 더 그랬다. 이 책에서 가장 읽기 힘들었던 부분이 서문이다. ‘도대체 이건 뭔가?!’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런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나의 짧은 이해력으로는 솔직히 지금도 서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정리하기 힘들다. 음… 내가 뭔가를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해서 일까?! 뭐, 어쨌든 서문을 지나치면 내가 언제 그런 생각들을 했나 싶을 만큼 신기한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전혀 생각조차 못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밀감》부터 시작해, 기이하게만 느껴지는 《아르헨티나 주교》, 한 번쯤은 나도…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등등 ㅡ. 엄청나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한 상상력들이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금은 모두 죽어버린 몇 작가에 대하여》, 《유럽과 기타 지역의 음악 비평 몇 편》 그리고 《기상천외한 피에르 굴드》같은 작품은 그저 신기하고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즐거웠다. 

 문득, ‘베르나르 키리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수첩》에 등장하는 악셀레스의 아이디어 상자인 그의 수첩 같은 것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물론 그 끝은 금전출납부일지라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작가, 나를 바스티안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 작가는 나를 《영원한 술판》에 등장하는 ‘즈벡’을 부르짖는 사람들 중 하나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뭔가에 취해 계속해서 뭔가를 찾는 사람들 중 하나로 말이다. 그러고는 ‘즈벡’이 아닌 ‘베르나르 키리니’를 외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음모를 가진 것인지도 모른다. 뭐, 음모라고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 이제 그의 작품을 읽은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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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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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하게 된 길고양이들 ㅡ.
그것도 그냥 길고양이도 아닌 아주 행복한 길고양이들이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길고양이들을 만나본다.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귀여운 고양이의 표지 사진도 그렇고, 전체적인 색깔도 노란색이다.
일단은 그저 귀엽다는 사실 하나만 안고, 시작한다.
《행복한 길고양이》!!

“길고양이와 들꽃
관심 가지기 전엔 잘 보이지 않는 것들.” -P14

주변에 있는 것들일수록, 그 소중함을 깨닫기란 힘이 든다.
우리 주변에 있는 길고양이와 들꽃.
이제야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본다 ㅡ.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다 보면,
그들의 다양한 모습에 정말 행복해진다.
이런 고양이들의 온갖 귀여운 모습들에
이 책 저자의 유머까지 더해짐으로써 그 행복은 극에 달한다.

“거참! 초상권 좀 지켜 주시죠.”-P299

언제 이런 모습을 포착했는지, 어떻게 이런 멘트까지 넣었는지..
복잡한 생각말고 그저 웃어라!!

이건 직립 보행을 수행중인 어떤 고양이.
무슨 캐릭터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

“지구인들이여! 내게 힘을 줘!”-P181

대단한 순간 포착이다.
근데, 미안한데.. 고양이 너희가 나한테 힘을 주는 것 같아..^^

사실, 고양이들의 행복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P18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 아등바등 거리며 사는지..
행복을 고양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행복은,
어느새 다가와
눈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고양이 같은 것. -P298

고양이에게도 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행복할 때의 표정이 아닐까?!

다양한 길고양이의 사진과 이야기들로 행복을 맛보기 바란다.

자, 이제 시작해보길 바란다.
행복한 고양이와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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