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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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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책 소개에 있는 ‘XX상 수상’이라든가, ‘~에서 인정, 주목’이라는 글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대부분은 그런 글귀로 인해 큰 기대를 가졌다가 그만큼의-혹은 그 이상의-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고는 점차 그런 글귀에서 자유로워지길 시도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그런 글귀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나마 기대에 부합하는 책을 만난다면 다행이지만, 그 반대라면 또 속아 넘어간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은 피해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육식이야기』는 다행스러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책이고, 그 결과 또한 그 기대에 부합했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기대 이상의 책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ㅡ. 

 단편으로는 문학적 역량을 잘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의 프랑스 문단에서 예외적으로 두 소설집만으로 평단의 대대적인 호평을 받은 작가라는 ‘베르나르 키리니’. 그가 쓴 이 책, 『육식이야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짧은 몇 개의 글이나 한 권의 책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베르나르 키리니가 아닌 나였다면 이 책의 곳곳에 있는 이야기들도 평생의 작품을 써내려 갈수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할 만큼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고 많은 생각과 상상들을 불러주기에 이 책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육식이야기』에는 모두 -서문을 제외하고- 14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어느 하나도 평범한 것은 없다. 서문은 특히나 더 그랬다. 이 책에서 가장 읽기 힘들었던 부분이 서문이다. ‘도대체 이건 뭔가?!’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런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나의 짧은 이해력으로는 솔직히 지금도 서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정리하기 힘들다. 음… 내가 뭔가를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해서 일까?! 뭐, 어쨌든 서문을 지나치면 내가 언제 그런 생각들을 했나 싶을 만큼 신기한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전혀 생각조차 못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밀감》부터 시작해, 기이하게만 느껴지는 《아르헨티나 주교》, 한 번쯤은 나도…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등등 ㅡ. 엄청나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한 상상력들이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금은 모두 죽어버린 몇 작가에 대하여》, 《유럽과 기타 지역의 음악 비평 몇 편》 그리고 《기상천외한 피에르 굴드》같은 작품은 그저 신기하고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즐거웠다. 

 문득, ‘베르나르 키리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수첩》에 등장하는 악셀레스의 아이디어 상자인 그의 수첩 같은 것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물론 그 끝은 금전출납부일지라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작가, 나를 바스티안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 작가는 나를 《영원한 술판》에 등장하는 ‘즈벡’을 부르짖는 사람들 중 하나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뭔가에 취해 계속해서 뭔가를 찾는 사람들 중 하나로 말이다. 그러고는 ‘즈벡’이 아닌 ‘베르나르 키리니’를 외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음모를 가진 것인지도 모른다. 뭐, 음모라고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 이제 그의 작품을 읽은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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