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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도 색깔이다
그리젤리디스 레알 지음, 김효나 옮김 / 새움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작가이자 화가이며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여인, 그리젤리디스 레알 ㅡ.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창녀라는 직업이다. 그것도 단순한 창녀가 아닌 ‘혁명적 창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런 그녀의 묘지가 제네바의 왕립묘지에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녀는 다른 이름도 아닌 ‘혁명적 창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녀를 그런 놀라운 위치(?!)에 놓이게 만들었을까. 이미 그녀의 직접에 창녀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창녀라는 직업에 대한 어떤 선입견에서 비롯된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오히려 그런 선입견이 그녀와 그녀의 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검정도 색깔이다』는 앞서 말했듯이 작가이자 화가이며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그리젤리디스 레알의 자전적 소설이다. 생(生)을 유지하기위한 힘겨운 삶에서 그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별한 고저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 쭈~욱 나열되는 느낌이랄까. 그녀 삶 자체가 많은 굴곡이 있기에 특별한 장치도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녀의 거처를 비롯해 거쳐 간 남자들,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하는 사랑들을 마치 기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드문드문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 그녀의 깊은 신념(?!)을 담아낸다. 흑인에 대한 끊임없는 찬양(?!)이라든지, 흑인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이라든지 하는…. 그녀의 그런 무한한 사랑에 쉽게 공감되지는 않으나 그녀의 삶, 그 시대의 상황을 조합해보면 뜬금없는 사랑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 담긴 그녀의 모든 생각들이 나에게는 그랬다. 머리로는 받아들여지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실이 말이다.

 

진실로 사랑해보지 않은 자는 이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길. 

책은 그런 사람의 손 안에서보다 더러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좀 더 따스하게 머물 테니까. 

- P282 

특히, 이런 부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어떤 것이기에 이렇게 당당하고, 심지어 오만하고 뻔뻔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일까?! 물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녀에게는 그 어떤 행동-쉽게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을 하더라도 빠지지 않는 뜨거운 열정이 스며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삶과 사랑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내가 못했어!”를 “내가 안했어!”로 바꾸는 말장난 같은 것에 불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합리화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런 모습, 그런 느낌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그 어쩔 수 없는 상황마저도 사실은 어쩔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행한 행동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그래서 결국엔 자신의 초라하거나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싶은 욕망들이 글이라는 통로로 발산되기도 하고, 글이라는 갑옷으로 둘러쳐지는 것이 아닐까. 글이라는 상위적 가치-그렇지 않더라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를 통해 그 자신마저도 상위의 가치를 지닌 인간이 되고자하는 생각이랄까. 물론 나의 생각과 시선이 너무 삐딱하게만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기에 사회의 위선을 비난하는 행위인 레알의 침 뱉기에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레알, 그녀의 삶이 예술이니 혁명적 행위이니 하는 말에 대해서 감히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앞서 살짝 말했지만, 레알에게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옮긴이의 말에서는 그것을 남김없이 퍼주는 그녀의 삶과 사랑에 대한 과도한 사랑때문이라 말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그 열정이나 사랑에 있어서는 감히 그녀에게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그녀의 열정과 사랑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이 느낌… 나의 뭔가에 고정이 되어버린 듯 한 머리와 가슴을 탓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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