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교과서에서 자본주의의 부작용이라고 강조하면서 만났던 ‘부익부 빈익빈’ 이라는 말이 ‘아~ 이런 것이구나! 라고 피부에 와 닿기 무섭게 이제는 아예 피부 깊숙이 박혀버린 느낌이다. 자본주의의 부작용 중의 사소한(?!) 하나로써의 부익부 빈익빈이 아닌, 오늘날 우리 경제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되어버린 ‘부익부 빈익빈’. 이것이 그들이 원하던 자본주의란 말인가. 이것이 규제를 차즘 줄여나가고, 각종 기관들을 민영화하며,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갈 것이라던 신자유주의란 말인가. 그들이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란 말인가. 오늘날의 많은 문제들을 바라보며, 정말 정답이 자본주의밖에 없는 것인가를 생각해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좋지도 않은 머리로, 이미 실패했다고 보는 공산주의부터 시작해 ‘~주의’라는 주의는 다 떠올려 본다. 그런데 내가 바라본,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고 지금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가 ‘진짜’가 아니라면, 좋지도 않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각종 이데올로기를 찾는 수고는 덜게 될 것이다. 대신 그 수고를‘진짜’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써야겠지만 말이다. 

 당신 주변의 누군가가 사랑에 빠져있다. 사랑에 빠져있으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그 어떤 행동에도 뭐라고 할 이유는 없지만, 만약 그 상대가 누가 봐도 아닌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정말 아닌 상황이지만, 그 당사자만은 맹목적인 사랑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은 사랑일지 몰라도,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모습에도 불행만이 가득 들어차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 누군가는 말려야 한다. 누군가는 이 사랑에서 눈을 뜨게 해야 한다. 차라리 다른 사랑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경제서적을 앞에 두고 왜 뜬금없이 사랑타령이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자본주의의 한 행태이자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유 시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에서 눈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알아서 눈뜨기가 힘든 나 자신이 도움을 받은 것-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 바로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불리한 것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가진 것-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이 많고, 그것을 지키려고만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가진 것만을 지키기 위해 그런다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많이 가지고도 그것이 부족해 더 가지기 위해-우리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그러는 것처럼…- 발악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자유 시장주의’를 외치는 그들은 자신들이 유리한 것만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애버린다. 그것도 아주 교묘한 솜씨로 말이다. 그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말하는 것들을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는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며 들려준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진실(?!)을 들려준다. 진실은 단 하나인데, 서로가 말하는 진실이 다르다. 같은 상황을 두고 두개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진실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이다. 문제는 그 시선들이 결론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냐 인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진실은 적어도 나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제까지 그들이 하는 달콤한 말들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려 다녀야 하는가. 이젠 내가 먼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알아야지 그들이 말하는 진실이 진짜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진실을 볼 줄 아는 눈만으로도 세상은 한층 나아질 것이다. 또한 이제 느낌만으로 진실을 보고 판단하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논리적인 설명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해야 할 것’의 시작은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비롯된다. 이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은 버리고, 이제 진짜 자본주의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를 시작으로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등 모두 2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던 것들을 정면에서 뒤엎는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최대한 어렵지 않게, 여러 가지 사례들을 들어가면 논리적으로 그들의 말에 반박한다. 그리고 단순한 반박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보다나은 세상을 위한 진실을 볼 줄 아는 눈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그 눈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가 직접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수학처럼 정답이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좋겠지만, 현실의 대부분은 수학과는 다르게 정답이 없다. 그저 정답에 가깝게 최선의 선택을 위한 노력을 할뿐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 큰 세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볼 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뭐, 그 최선이라는 것이 소수의 누군가를 위한 최선이라면 할 말은 없어지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보자면 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이 오늘날의 경제이다. 오늘날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어렴풋이 느끼고, 가끔씩 피부로 와 닿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그러니 그 상황에 대한 문제인식을 비롯해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 혹은 그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에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논리에 반박하기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우리가 반박할 수 없었던 그들의 논리,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혹은 강요받았던- 것들을 그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여덟 가지 원칙으로 정리하고, 그것들이 지난 30년 동안의 경제적 통념들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불편하게 느끼는 독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불편함보다는 시원한 느낌, 통쾌한 느낌에 가까웠다. 등이 가려워서 미치겠는데-하필 그곳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곳을 팍팍 긁어주는 느낌이랄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시원한 느낌은 안겨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흐름을 알고 내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주장 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음… 그러고 보면 역시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시원한 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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