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멈춤 - 서른 살, 지독히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 순례자
김진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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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걸음이 빠르다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리 급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닐 때조차도 항상 빠르게만 걷는다. 천천히 걷자고, 무조건 앞만 보며 걸어갈 것이 아니라 주위를 좀 둘러보면서 길을 가자고,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경에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보자고, 아니, 적어도 곁에 있는 사람과 발은 맞추자고, 몇 번이고 다짐 해봐도 그때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걷는다’는 것 자체에는 전혀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의미를 두고, 두지 않고 가 문제가 아니라 ‘걷는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저 어딘가를 가기위한 수단으로 걷는 것을 선택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더 절실하게 걷고 싶어졌다. 어딘가를 가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걷는다’는 것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걷기를 하고 싶어졌다. 『시간 멈춤』을 만난 이후로 말이다…

 

안녕! 우리 느긋하게 마음껏 그 길들을 걷자! 

오솔길을 걷든, 눈길을 걷든, 혼자 걷든, 함께 걷든……. 

우리 행복하게 걷자!  -P322 


 『시간 멈춤』은 ‘서른 살, 지독히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순례자’라는 그 부제를 고스란히 옮겨 적는다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정확한 소개가 될 것이다. 이십대와 삼십대의 경계에서 쉼표를 찍고 떠난 저자의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의 이야기! 그이상의 어떤 설명 필요하겠는가?! 행여나 뭔가가 더 필요하다면 그건 책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책에서 피어나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기위한 열린 마음이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 마음에 약간의 부러움을 더해 ‘김진아’라는 이름의 여행 순례자가 전해주는 행복한 아픔에 귀기울여보는 것이다. 

  그녀는 길을 걷고, 또 걷는 그 순간순간들마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시간 멈춤』을 통해서 만나면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던가!? 생각이라는 것이 하면할수록 명확해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생각이라는 그 자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저런 나의 생각들이 저자의 생각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또 다른 감정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혀 혼란스러워할 이야기가 아닌데, 내 속의 뭔가가 자꾸만 그렇게 만들어 쉽게 책을 읽어나가지 못했다.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을 누군가가 했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인 것인지,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생각들을 누군가가 했고, 그것이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기에 느껴지는 부끄러움 때문인 것인지, 뭐라고 어느 한가지만을 콕! 찍어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분히 매순간 느낀 감정들의 감성적인 나열이 될 수밖에 없는 여행의 이야기가, 그 순간들에만 한정되는, 그래서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이 길에서 나는 무엇을 얻을까. 카미노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까. 

몸에 밴 욕심이다. 무엇을 얻기보다 다만 버릴 수 있길

산티아고로 가는 나에게 부탁한다.  -P324

 이런 것이다. 내가 느낀 부끄러움은… 항상 뭔가를 하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만을 생각하는 나에게 그것은 욕심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얻기보다는 버릴 수 있기를 소망한 적이 있었던가.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그들 각자가 짊어지고 가는 배낭의 무게가 곧 그들 각자의 삶의 무게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배낭에 많이 넣어서 그것을 감당 할 수만 있다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하지만,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무게를 짊어지는 것은 역시 욕심일 뿐인 것이다. 지금 이 공간이, 그리고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이 비록 산티아고는 아니지만 이제 나에게도 부탁 좀 해야겠다. 무엇을 얻기보다 다만 버릴 수 있길…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으니 지금, 바로 지금을 살라고

더 많이 표현하라고, 더 많이 느끼고, 버리라고 

그들은 속삭이고 있었다.  -P190
 


 앞서 말했던, 질투심과 부끄러움, 그리고 수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서 끊임없이 계속해서 느껴지던 행복함 때문이었다. 아프지만 행복한 느낌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게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이 위로가 되고, 때로는 반대로 그 모든 것들을 위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아프게만 느껴지고, 더 행복하게만 느껴진다. 

  책을 읽는 순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멈춰 서서 많은 생각들을 했고, 그 생각들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보고 싶었는데 결국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젠가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해서 걷다보면 내 생각들이 진짜 내 것이 될까?! 걷고 싶어진다. 한걸음 한걸음, 느리게 그리고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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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2월에 읽을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 - 소설】 

원래 짧게만 느껴지는 2월에 설 연휴까지 더해서
어느새 1/3이나 흘렀다.
그렇다고 새로운 도서들을 그냥 스쳐지나갈 순 없지… ^^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열린책들 

소설의 형식을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는 작가가, 그동안 즐겨 써온 기법인 소설 속의 소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구조에 1인칭, 2인칭, 3인칭의 시점을 모두 사용하는 독특한 구조까지 가미되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의 우발적 사건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는 점이 상당히 끌린다. 

 

   

 

《샨타람 1, 2》 

그레고리 데이비드 로버츠, 버티고 

한 호주 청년이 인도 봄베이 빈민촌에서 살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13년에 걸쳐 완성한 자전소설이라고 한다. 한 연인, 한 도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자유에 대한 사랑이 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 

   

 

《마오 Ⅱ》 

돈 드릴로, 창비(창작과비평사) 

돈 드릴로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곤 하는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작가라고 한다. 탁월한 통찰력, 그만의 미학적 기법, 집요함, 촘촘한 문체 등으로 드릴로를 설명하지만, 개인의 상실, 매스미디어의 횡포, 군중의 폭력성 등을 주제로 한다는 사실에 오늘날의 사회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아 꼭 만나고 싶어진다. 

 

   

 

《팔파사 카페》 

나라얀 와글레, 문학의숲 

현재 네팔에서 5만 부 이상 팔린 소설로, 네팔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단 푸라스카르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10년에 걸쳐 이루어진 네팔 마오이스트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국에 최초로 소개되는 네팔 소설이라는 점에 상당히 궁금해진다. 

 

   

 

《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항상 장르소설이 빠지면 섭섭하다는 느낌이 든다.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세 번째 작품이며, 새롭게 단장한 개정판 완역이다. 신본격이란 무엇인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고 하니, 제대로 한 번 유키토의 트릭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은 돌아서면 보고 싶은 책들이 쌓여있다.
모든 책들을 다 볼 수는 없는 법.
보다 현명한 책 선택의 능력이 나에게 주어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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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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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대해서 적을 것이다.
내가 읽은 책들과 읽지 않은 책들과 숨어 있는 책들과 사라진 책들과
존재했던 책들과 존재하지 않는 책들과 소문의 책들과 잊어버린 책들과 드러난 책들과
미래에 나타날 책들과 미움 받은 책들과 사랑받은 책들과 쫓기는 책들과
죽은 책들과 버려진 책들과 파괴된 책들과 망가진 책들과 부서진 책들과
불탄 책들과 젖은 책들과 파 먹힌 책들과 도둑맞은 책들과 팔린 책들에 대해서 적을 것이다. - P13


 이 책의 시작이 되는 문장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일까?! 우산이라고 하면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만을 떠올리는 소박한 어휘력(어쩌면 소박한 기억력인가?!)을 자랑하는 나에게, 나의 능력으로는 감히 한 번에 떠올릴 수 없는 다양한 책들의 나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괜스레 나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책들을 다양함에 대한 묘한 흥분과 설렘 때문일까?! 그마저도 아니라면, 나의 책에 대한 이유 없는 탐욕 때문일까?!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일단은 끌리면 끌리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다. 

 

 - 인간의 다양한 탐욕!! 

 

책 사냥꾼이 누구나 그렇듯 내 유년도
무한히 느린 시간과 무한히 되풀이되는 독서의 연속이었다.
햇빛의 농담과 바람의 색과 구름의 냄새 대신
방의 벽지와 책의 면지와 표지의 온도와 색감과
얼룩이 우리의 내면을 이루지 않았던가. - P176 

 

책 사냥꾼만이 아닌, 지금 이 책을 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지 않았을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뒤돌아볼만한, 제목의 책을 손에 집어든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책을 통해서 다양한 세상을 접하고, 보다 세상을 크게 보고자 하는 나이기에 책에 대한 사랑을 감출길이 없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어쩌면 그것마저도 지금까지 그토록 멀리하고 싶었던 인간의 다양한 탐욕의 한 형태로 나에게 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 돈, 명예라는 탐욕에 더해진 나머지 하나. 누구에게는 취미로 남겨질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으로 남겨지고, 그것이 또다시 사랑과 돈과 명예로 연결되는… 이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책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책들에 대한… 그래서 또다시 그것은 인간을 이야기하고 탐욕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흥미롭게 접근했지만,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이다. 

 

 - 현실과 절묘하게 조합된 환상의 세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간단히 말해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책 사냥꾼 ‘반디’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세상이 막연히 상상만이 가득한 세계로 보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 절묘하게 겹쳐진다는 사실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늘날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돈과 권력, 명예라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란 것으로 지배되는 지긋지긋한 세상의 모습과 앞으로 다가올-어쩌면 과거 혹은 현재일지도 모르는- 우려되는 상황들을 책과 관련시켜 교묘하게 표현해 놓는다. 단순한 상상이 아닌 충분한 가능성을 좀 더 발전시켰다는 사실에 그 의미 또한 쉽게 희석되지 않음에 가벼움이 아닌 무게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조합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책은 다음 책을 부른다?! 

 

책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책’의 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즐겁게 만난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알게 되고, 그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찾게 된다. 그런 끊임없는 고리가 책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다. 보통의 책들은 그렇다. 그렇다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그 이상이라 할만하다. 없는 책까지도 찾게 만드니까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들은 책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서 어떤 의욕 같은 것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감히 그런 생각이나 했었을까? 없는 책을 찾아 나선다니 말이다. 어쩌면 이마저도 책 속의 반디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몽롱한 느낌을 던져줘서 아직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책의 흡인력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 반대라면 또 다른 책을 부르는 이 책의 매력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그 어떤 것도 상관없이, 이미 나온 것이 아닌가… 이 책에는 다양한, 그것도 숨길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 결국 우리에게 남겨지는 것은!? 

 

…그리하여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한 줄, 마지막 단어에 붙은 마지막 마침표에 이르면
그다음 책으로 이르는 길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또 그다음 책이, 또 그다음 책이 텅 빈 인생과 책장을 채울 것이다.
나는 여기서 가만히, 책을 읽으며 기다릴 것이다.
이 서재와 내 인생이 다시 채워지기를. 상처가 낫기를. 허무가 메워지기를.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P348,349

 

 결국 마지막은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책장을 가득 메운, 하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쌓여있는, 때로는 이런 책이 나에게 있었나 싶을 정도의 낯선 느낌까지 간직한 책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예전에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준 다른 책이 있었는데, 그때 얻었던 당연한 교훈을 또다시 잊고만 살았다. 재미로 시작한 책 읽기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게 되고, 그 재미로 다시 책에 빠져들었고, 그것이 책, 그 자체에 의미가 옮겨가면서, 나는 책에 미쳐 간다, 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그 상황의 나에게 날카로운 비명을 날리던 그 책의 의미를 잊었던 것이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진열, 혹은 소장의 가치만을 지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낮이고 밤이고 책에서 손에서 놓지 않아 손때가 묻고, 책갈피가 닳고, 메모가 깨알같이 뒤덮이게 만들어야 함을… 그 잊고 있었던 사실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고, 나는 가만히 그 책들로 나의 서재와 나의 마음, 나의 인생을 채워갈 것이다. 나에게 남겨질 것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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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라의 심장부에서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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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 전쯤인가,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부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J. M. 쿳시’의 《슬로우 맨》이라는 작품을 만났었다. 이미 그의 작품을 읽었던 그 기억때문인지, 이번에도 그의 작품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 결과 또한 다르지 않았다. 《슬로우 맨》이라는 작품이 작가의 삶과 그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확실히 느끼긴 했지만, 그 이상의 어떤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참 힘이 들었다. 그나마 그때는 어떤 느낌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한 글 솜씨가 문제였지만, 이제는 그에 더해 작품 자체를 또렷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나를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앞서 말했던 결과를 조금 다르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읽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대로가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게 읽었고, 그만큼 더 힘든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어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곁에 맴돌면서 거짓말만을 일삼는 한 여자를, 『나라의 심장부에서』라는 이 책을 통해서 만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정말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래서 한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밉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불쌍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여자. 차라리 그 거짓말의 시작 어딘가에서 힘들다며 울고 불며 난리쳤다면 맘 놓고 그녀를 욕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혼자라서 하지 못해 더더욱 불쌍하게만 느껴지는 여자 말이다. 그 내용은 다르지만, 이 책에서의 마그다에게서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남아프리카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백인 아버지와 흑인 하인들과 살아가는 ‘마그다’, 로 시작해 대충의 줄거리라도 읊어야 할 것 같지만 이미 한 번 혼란스러워진 나로서는 그마저도 존재하는 공간인가, 존재하는 인물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 생각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혹은 현실에 존재하는 일은 무엇이고,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끊임없이 싸우며 읽어 나갈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지우고, 그리고, 또다시 그리고, 지우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마저도 그리고, 지워가는 마그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곁에 두고만 싶다는 생각이 그녀 스스로를 점점 더 상상 속으로 밀어내고, 그 상상에 상상이 더해져 결국에는 또다시 그녀를 외로움으로 밀어낸다. 그런 모습들이, 이 책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짜증을 ‘오죽했으면’이라는 일종의 동정심으로 바꾸게 한다. 아니 단순한 동정심 이상의 어떤 느낌-옮긴이가 말하는 아름다움에는 차마 미치지 못하겠지만…-을 받게 된다. 

 사실, 무엇이 진실이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의 큰 힘은 무엇에서 비롯되었느냐에 있을 것이다. 경계의 무너짐이 단순한 혼란에서 비롯되고, 또한 단순히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듯 말이다. 있는 그대로, 마그다가 받아들이고 느끼는 그대로-그것의 실제 존재 유무를 떠나서-를 나 또한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에게, 그리고 존 쿳시의 생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려운 책을 만날 때마다 항상-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다짐하듯이, 다시 한 번, 아니 이 책은 몇 번이나 더 읽어봐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적어도, 많은 이들이 받았다는, 아름답다는 그 느낌을 나 역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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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맨 이스케이프 Escape 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최필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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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조 파이크’~ ‘조 파이크’~ 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미 넘치는 슈퍼맨이라나? 뭐래나……. 가장 강렬한 캐릭터인데 인간미도 있다고 한다. 절대 웃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절대로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인물이 말이다. 유머가 필수인 이 시대에 웃음도 없어, 유머도 없는 이 남자가 뭐 그리 매력적이란 말인가!? 빨간 화살표 하나면 끝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전의 일이고……. ‘조 파이크’라는 이름과 동시에, 빨간 화살표와 절대 벗지 않는 선글라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금은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워치맨』을 읽고, 조 파이크를 좀 알게 된다면-아직은 알아야 할 것, 알고 싶은 것이 더 많이 남았기에 ‘좀’ 이라는 수줍은 단어를 붙였다- 그의 강렬함과 인간미라는 언뜻 보면 조화되기 힘든 모습들이 어떻게 멋지게 조화되어 매력적으로 드러나고 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P120
 

 

 『워치맨』은 LA 탐정 ‘조 파이크’가 위험에 놓인 한 여자를 보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간단히 정리-물론, 이런 간단한 정리 따위는 아무 필요도 없지만, 형식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보면 흔하디흔한 그런 이야기처럼 보이겠지만,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의 말투를 잠깐 빌려, 이 책의 내용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냥 그런 흔한 내용이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 아무튼, 흔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게 하는 요소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조 파이크라는 주인공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만의 힘과 의지로 그런 흔함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조 파이크는 보통의 주인공들이라면 그저 위험에 처한 한 여자를 보호하는 것에만 치중할 텐데, 그와는 반대로 근본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데 보다 치중한다는 것이다. 그게 뭐 특별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비극적 삶을 살아온 조 파이크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특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약자를 괴롭히는 자, 악한 자에게만 휘두르는 그의 거침없는 폭력. 그 안에 내재된 폭력성이 분노로 나타나지만, 오로지 정의에만 가해진다는 점은 그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 당연함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임을 결코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뭐, 세상이 어떻고 저떻고, 인물이 어떻고 저떻고 떠들어 봐도 결국에는 모두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것은?! 그렇다. 그저 즐기는 일뿐이다. ‘조 파이크’라는 매력적인 인물에 푹~ 빠져서 말이다. ‘조 파이크!!’라는 주인공, 단 한명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 『워치맨』!! 꼭 만나보시길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워치맨』은 조 파이크, 단 한명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엘비스 콜’이나 ‘존 첸’을 만나는 재미도 결코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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