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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심장부에서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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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 전쯤인가,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부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J. M. 쿳시’의 《슬로우 맨》이라는 작품을 만났었다. 이미 그의 작품을 읽었던 그 기억때문인지, 이번에도 그의 작품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 결과 또한 다르지 않았다. 《슬로우 맨》이라는 작품이 작가의 삶과 그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확실히 느끼긴 했지만, 그 이상의 어떤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참 힘이 들었다. 그나마 그때는 어떤 느낌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한 글 솜씨가 문제였지만, 이제는 그에 더해 작품 자체를 또렷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나를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앞서 말했던 결과를 조금 다르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읽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대로가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게 읽었고, 그만큼 더 힘든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어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곁에 맴돌면서 거짓말만을 일삼는 한 여자를, 『나라의 심장부에서』라는 이 책을 통해서 만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정말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래서 한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밉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불쌍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여자. 차라리 그 거짓말의 시작 어딘가에서 힘들다며 울고 불며 난리쳤다면 맘 놓고 그녀를 욕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혼자라서 하지 못해 더더욱 불쌍하게만 느껴지는 여자 말이다. 그 내용은 다르지만, 이 책에서의 마그다에게서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남아프리카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백인 아버지와 흑인 하인들과 살아가는 ‘마그다’, 로 시작해 대충의 줄거리라도 읊어야 할 것 같지만 이미 한 번 혼란스러워진 나로서는 그마저도 존재하는 공간인가, 존재하는 인물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 생각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혹은 현실에 존재하는 일은 무엇이고,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끊임없이 싸우며 읽어 나갈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지우고, 그리고, 또다시 그리고, 지우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마저도 그리고, 지워가는 마그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곁에 두고만 싶다는 생각이 그녀 스스로를 점점 더 상상 속으로 밀어내고, 그 상상에 상상이 더해져 결국에는 또다시 그녀를 외로움으로 밀어낸다. 그런 모습들이, 이 책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짜증을 ‘오죽했으면’이라는 일종의 동정심으로 바꾸게 한다. 아니 단순한 동정심 이상의 어떤 느낌-옮긴이가 말하는 아름다움에는 차마 미치지 못하겠지만…-을 받게 된다. 

 사실, 무엇이 진실이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의 큰 힘은 무엇에서 비롯되었느냐에 있을 것이다. 경계의 무너짐이 단순한 혼란에서 비롯되고, 또한 단순히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듯 말이다. 있는 그대로, 마그다가 받아들이고 느끼는 그대로-그것의 실제 존재 유무를 떠나서-를 나 또한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에게, 그리고 존 쿳시의 생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려운 책을 만날 때마다 항상-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다짐하듯이, 다시 한 번, 아니 이 책은 몇 번이나 더 읽어봐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적어도, 많은 이들이 받았다는, 아름답다는 그 느낌을 나 역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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