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 때 세계사는 참 어려운 과목이었다. 아무리 외우려고 해도 외워지질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한 권으로 요약하다니 !! 그 자체가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이후 대학을 가서 좀 더 심도있는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교과서를 볼 때 느끼던 답답함을 다소 해소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여러 시대의 연결된 흐름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럴 때 고우영의 만화십팔사략은 교과서나 전문서적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 중국의 역사를 개략적이면서 재미있고 쉽게 알 수 있는 책으로 이만한 책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평소 불교, 그 중에서도 한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승선종의 역사와 사상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이 책이 아주 쉽게 잘 풀어서 정리를 해 주었다. 소설형식으로 초조 달마부터 6조 혜능이후까지 소림사를 중심으로 숱한 고승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었다. 작가의 공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수박 겉핥기지만 심오한 대승선종의 맥을 본 것 같아 기뻤다. 무엇보다도 온갓 어려움을 뚫고 진리를 추구해간 고승들의 행적들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책의 좋은 점은 작가가 황당한 기적위주의 묘사보다는 비교적 사실적인 방식의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고승들의 행적을 일부러 미화하지 않는 태도가 좋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본문에 나오는 시나 게송의 한시가 해설이 돼 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하기야 심오하기 이를 데 없는 한 마디 한 마디를 해석한다는 게 무리일 것도 같다.
아이 책을 골라 주다보면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이야기가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 홍수 속에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그리스와 북구의 신들은 알아도 단군이나 주몽은 모른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알아도 콩쥐 팥쥐 장화홍련은 잘 모른다이유가 뭘까 ? 우리의 전래동화를 재미있게 전해주는 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전래 동화의 이야기 구조가 결코 서양의 전래동화 보다 못한 게 아닌데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겠끔 재미있게 새로 꾸며서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책을 사 줄 때마다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책의 표지 그림이 토속적이라 골라 들었는데 내용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사 주었다. 아이는 이 책을 보고 또 본다. 웃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깔깔대고 웃는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이런 책이 많이 팔리고 그래서 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시나리오를 써 본 사람이나 영화를 연출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시나리오와 영화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금과옥조와 바이블로 손색이 없는 책이지만 다소 사전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하긴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을 비디오로 찾아서 보다보면 영화 지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국내에 나와 있는 시나리오 관련서적을 거의 다 읽어 보았는데 이 책만큼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된 책은 없는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시나리오에 관한 한 더 나은 교과서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시나리오가 쓰고 싶어진다. 그러면 시나리오를 써라. 쓰는 순간 이 책의 가치와 시나리오의 가치를 알게 된다.
어릴 때 읽은 '암굴왕'은 얘기가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하는데 거의 모든 초첨이 맞춰졌던 것 같다. 탈출의 과정이 흥미진진했을 뿐, 어린 마음에 복수의 방법이나 스토리 진행이 가슴에 와 닿지도 안았고 이해도 안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완역본의 장점은 탈출 이후의 복수에 대해 섬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든 지금, 탈출의 과정 보다는 복수의 과정이 더 흥미로왔다. 단순한 복수의 드라마 이전에 용서와 사랑으로 승화하는 마지막도 좋았다.사실 내용을 다 아는 스릴러나 추리물은 재미가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은 처음 읽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완역판의 문장이 뒤마의 절묘한 문체를 알게 해 주었고 스토리의 완결성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인류에게 영원히 사랑 받는 고전을 완역본으로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급하게 책을 만들었는 지 오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