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의 게임 - 엔더 위긴 시리즈 1 엔더 위긴 시리즈 1
올슨 스콧 카드 지음, 장미란 옮김 / 시공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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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엔더의 게임은 엔더 위긴 시리즈의 첫번째권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작가 올슨 스콧 카드의 작품으로 1986년 그 해 최고의 SF에 주는 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세계 SF팬이라면 누구나 최고로 꼽는 걸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엔더의 게임을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나 영화 매트릭스,심지어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 조차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류는 버거라는 외계종족으로부터 두 번의 침공을 받은 후 거의 멸망할 뻔 하는 위기를 겪은 후 지구 방위에 총력을 기울이고 어린 영웅을 훈련하여 외계 종족 버거와의 전쟁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지휘관으로 가장 가능성 있다는 평가를 얻은 천재소년 엔더는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 전투학교에 보내집니다.

당시 지구는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둘 수 없게 법률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엔더는 정부가 허용한 셋째입니다. 정부가 처음 지구를 구할 지휘관 후보로 생각했던 아이는 엔더의 형 피터였습니다. 하지만 피터는 잔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터가 적합하지 않다고 본 정부는 피터의 여동생 발렌타인에게 주목하지만 발렌타인은 반대로 너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엔더는 셋째로 태어나게 된 것이고 여섯살의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게 됩니다.

자신을 질투하는 잔인하고 포악한 형 피터의 괴롭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기뻤던 엔더는 그러나 전투학교에서도 역시 철저하게 소외당합니다. 엔더는 살아남기 위해 동료들에게 대항합니다. 여섯 살의 나이지만 엔더는 '지금 완전히 이겨야 다시는 시비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싸움의 규칙을 스스로 깨우칩니다. 그리고 그런 엔더의 성숙한 생각은 엔더를 비밀리에 감시하고 지켜보는 정부를 흡족하게 합니다. 마음은 순수하지만 철저하게 승리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진 지휘관이 그들에게는 필요했던 것입니다.

어른들은 훈련이라는 미명하에 끊임없이 조작된 게임을 건네고, 어린 엔더는 그 게임을 풀어갑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엔더는 서서히 버거를 살육하기 위한 인간병기가 되어 갑니다.

엔더에게 있어서 모든 의사 통로 경로는 왜곡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진실을 말해 주지 않고 그도 그의 진실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엔더의 동태에 대해 보고된 자료는 오히려 더 큰 난이도의 게임으로 엔더에게 매번 되돌아옵니다. 엔더는 언젠가 있을 실제 전쟁을 위해 지금 연습하는 거라고 믿으며 매번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합니다.

엔더는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모든 게임의 승리자가 되지만 비인간적인 훈련은 그를 인간한계에까지 몰아갑니다. 극도의 증오심으로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게임에 임하는 엔더. 하지만 거기엔 무시무시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의 반전은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아껴 두겠습니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는 인터넷이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인데 작가는 가상세계에 대한 개념을 놀라우리만치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엔더가 여섯살의 어린 나이에 사관생도가 되어 훈련을 받는 과정은 매우 정밀하면서도 어둡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엔더에겐 정부의 의도적인 난관이 수시로 부여되며 엔더는 매번 훌륭하게 그 어려움들을 극복합니다. 그런 과정은 마치 최고 난이도의 게임이론이나 경영이론을 보는 것 같은 스릴과 박진감이 있습니다. 한 편으론 엔더의 처지나 심리상태를 보며 깊은 연민과 슬픔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는 인류의 운명을 한 몸에 짊어진 너무나 외롭고 어린 영웅입니다. 읽는 내내 엔더의 고독에 가슴 아팠습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반전은 놀라우며 이후의 시리즈에서의 이야기의 확장은 더욱 큰 감탄과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어쩌면 이 책은 SF라기보다 성장소설이며 구도소설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올슨 스콧 카드는 SF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떤 순수문학보다도 깊이 있고 스케일 큰 이야기를 멋지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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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셰익스피어를 울렸나 - 세계사를 뒤흔든 거짓말의 천재들
고든 스타인 외 지음, 남경태 옮김 / 푸른숲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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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앗,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세계적인 사기극들을 명쾌하게 파헤치고 있다. 초능력에서부터 유에프오까지 모든 부문에 걸쳐 우리가 지금까지 미스테리로 알고 있던 일들이 모두 근거 없는 사기임을 밝히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 실망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남을 잘 믿고 상식을 신봉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고정관념이고 선입견이다. 세상을 바로 보고 숨어 있는 진실을 꿰뚫어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일독을 권할 만 한 책이다.

아직도 초능력과 유에프오를 믿는 꿈 꾸는 자들은 절대 읽지 말 것. 자신의 꿈이 깨지는 아픔을 겪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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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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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사딕이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도 거짓말이었으니까 말이다. 태어난 지 육개월도 안 되어서였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난 무척 화가 났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버지는 몸을 굽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난 질끈 눈을 감고 내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것도 눈지채지 못한 아버지는 아직 살아있는 거냐고 내게 물었다. 난 몹시 화가 났다. 아버지는 내가 당신을 어머니로 착각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나는 팔을 쭉 벋으며 아버지를 불렀다. '엄마!' 그게 내가 한 첫번째 거짓말이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이 녀석은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겠어 !']

오리엔트의 한 소국 '모르가나'에 인도에서 서커스단이 찾아 옵니다. 소년 사딕은 서커스의 줄 타는 여자 말라에게 첫 눈에 반합니다. 사딕은 말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서커스를 사랑하게 되고 그도 서커스의 일원이 되어 관객들에게 하루에 한 가지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바야흐로 천일야화가 아닌 1001개의 거짓말이 시작되는 것이죠. 사딕은 가족과 친지들을 한 사람씩 회상하며 동물에 빗대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이 책의 저자 '라픽 샤미'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태어나서 1971년 이후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야기가 사라진 현대에 진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화석' 과도 같은 작가라는 평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모르가나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일까요 ? 어차피 그의 이야기는 모두가 거짓말입니다. 세상엔 모르가나도 사딕도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 지금도 세상 어디엔가는 사딕와 말라가 사랑을 하고 인도 서커스 단원들은 재주를 부리고 있을 겁니다.

사딕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머러스하지만 그 속엔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녹아 있습니다. 촌철살인의 비유와 위트 속에 이웃과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과 슬픔을 숨기고 있습니다. 사딕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진실보다 강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어린시절이 떠 올랐습니다. 새벽이면 단층 슬레이트 지붕들 사이로 피어 오르던 밥짓는 연기며 어딜가나 널려 있던 공터도 보이고, 골목을 돌아가면 정겹게 들려오던 번데기 장수나 뽑기장수의 목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조금만 나가면 개울가에서 미꾸라지를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밤에는 뒷산 공동묘지에 숨박꼭질하며 오싹하는 느낌에 오줌을 찔끔 싸던 생각도 났습니다. 온 동네가 서로 부엌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던 인정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자동차 없인 한 발자국도 나설 수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진 것일까요 ?

['저는 그 동안 계속 거짓말을 해왔고, 이야기도 다 꾸며냈습니다. 저 자신이 거짓말 자체죠. 저는 사실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이 건물도 여기에 없는 거구요. '
'그게 무슨 소리야 ? 이 건물이 거짓이라니 ? 시멘트로 만들어진 건데 !'
'아직은 그렇죠. 하지만 백 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 백 년 후면 사라져버릴 것을 지금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 좀 긴 공상일 뿐이지요. 모두 거짓이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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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 1
안능무 평역, 이정환 옮김 / 솔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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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드래곤 볼의 원안으로 알려져 있다. 드래곤 볼을 보면서 일본망가의 상상력에 감탄했었는데 알고보니 이책을 바탕으로 했다는 걸 알고 그럼 그렇지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하지만 너무나 부러운 사실은 우리는 봉신연의란 책을 몰랐기에 드래곤 볼을 창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일본 작가의 글을 보면 중국이나 서양의 역사 문화 종교를 마치 자국의 것인양 줄줄 꿰차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학자 한 분은 일본작가의 소설을 읽고 그 학문적 깊이에 깜짝 놀랐다고 토로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일본에는 그 만큼 서브 텍스트가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고전이나 중국의 고전이 우리나 중국보다 더 많이 번역돼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것이 바로 국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 망가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힘은 그런 문화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다.우리의 위정자들도 문화의 필요성을 좀 알아야 할텐데. 반지의 제와이 벌어들이는 돈을 보란 말이다. 늦게나마 봉신연의가 번역되어 나오기 시작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은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싸움 장면이 지루할만큼 같은 구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감각으로 보면 한 3권 정도로 압축해도 무방한 이야기들을 집요하게 반복하고 있다. 이런 점은 이 책이 오래 된 고전이고 구전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틀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겠다. 어쨌든 청소년들이 뿌리도 없고 깊이도 없는 말초적인 환타지나 무협지에 빠지기 전에 이런 동서양의 고전을 좀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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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요지 1
나관중 지음 / 투영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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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타지 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환타지하면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서구의 고유장르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동양의 환타지 문학도 그 뿌리가 깊고도 넓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드래곤 볼'은 서유기와 봉신연의를 바탕으로 한 일본망가다. 서유기의 재미와 교훈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고 봉신연의도 그 상상의 크기가 실로 무한하다 하겠다. 그런데 봉신연의는 읽는 도중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았었다. 마치 드래곤 볼의 내용처럼 계속해서 더 센 적이 나오고 그 적을 또 물리치는 반복적인 나선형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또야 ?'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반복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 '평요지'는그 구성이 복잡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서유기처럼 단선적이지도 않다. 얼키고 설킨 인연들이 얘기를 만들어 간다. 각각의 에피소드도 반복됨이 없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작가의 평역을 다시 번역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에겐 이런 서브텍스트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드래곤 볼 같은 재창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일단은 우리나라의 옛글이 번역되어야 하고 동서양의 숨은 책들이 많이 번역되길 바란다. 그럴려면 독자들이 이런 책을 많이 읽어 주어야 한다. 베스트셀러만 고집하는 독서 행태는 우리의 지성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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