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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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올 봄이었습니다. 평소 가벼운 아토피가 있던 애들 증세가 갑자기 심해졌습니다. 놀라 병원에 갔더니 약을 줍니다. 부랴부랴 관련 책을 사 읽고 인터넷으로 아토피에 관해 알아 보았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현대인의 주거 및 식생활환경이 문제라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약간 짚이는 게 있더군요. 당시 바쁘다는 핑계로 인스탄트 음식을 평소보다 자주 먹였거든요.
 인터넷엔 아토피 자녀를 둔 부모들 모임도 꽤 있더군요. 대부분 병원에서 준 약은 사용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었습니다.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흔들렸지만 약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려워 할 땐 미역, 다시마와 그 우린 물로 씻어 주고 비누와 크림도 아토피에 좋은 것으로 다 바꿨습니다. 책과 모임에서 권하는 대로 육류와 인스탄트 식품을 딱 끊고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주스 등등 공장에서 생산된 음식은 가능한 먹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자니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밥에 김치와 된장 뿐이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처음 애들은 맛 없다며 밥을 안 먹으려고 하고 과자나 고기 사 달라고 떼를 쓰고 울기도 했습니다. 윽박지르고 협박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억지로 먹이는 고통스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 쯤 지났을까요?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지고 깨끗한 제 피부가 돌아왔습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자 애들도 달라졌습니다.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닫더군요. 입맛도 적응이 되었는지 아이들도 더 이상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찾지 않았습니다. 된장과 김치를 잘 먹게 되었고 그 맛을 음미하기까지 하더군요.
 아토피가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어떤 요인으로 사라졌는지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느낀 바가 참 많았습니다.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음식들을 먹여 왔는지!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의 먹을거리들이 문제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 경험이 준 느낌은 강렬했습니다. 그러던 차 며칠 전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보았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궁금했습니다.
 책을 읽은 지금,혹시나 했던 의혹들이 역시나 하고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엄청난 양의 식품첨가물을 먹고 살아왔네요. 섭취하는 절대량은 미량이라고 해도 식품첨가물은 극소량만으로도 호르몬체계를 교란시키고 미각을 마비시키며 암을 유발하고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고혈압.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현대인은 수백 가지 식품첨가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음식료품 중에 식품첨가물이 안 들어간 제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니 식품첨가물이 어떤 기능을 하고 왜 쓰일 수 밖에 없는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소름 끼칩니다.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식품첨가물 회사의 최고영업맨으로 직접 현장에 식품첨가물을 판촉해온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어느 날 자신이 만든 식품첨가물 덩어리를 먹고 있는 자녀를 보며 크게 깨닫고 식품첨가물에 대해 바로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내용이 매우 실감나고 재미있습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식품첨가물이 얼마나 놀라운 물질인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먹고 있는 수 많은 식품들이 왜 몸에 이롭지 않은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가 식품첨가물의 폐해만을 고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게 만드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소비행태에 대해서도 짚고 있습니다. 보기 좋고 편리하고 싸고 오래가는 것만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행태가 식품첨가물을 활개치게 만든다는 이야깁니다. 음식의 소중함, 경건함을 생각지 않고 편리함과 자극적인 맛만을 추구해 온 제 자신의 소비행태를 돌아보며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온 가정이, 아니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한 번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꼭 자녀와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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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1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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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 아이와 함께 자란다. 하지만 전혀 깨닫지 못한다. 그 아이는 그냥 그 곳에 있을 뿐이다. 거리에, 운동장에, 가까이 어딘가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나 쓰레기 수거 날의 초록색 쓰레기통처럼 흔한 풍경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1학년, 2학년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 아이는 쭉 함께 한다.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니다. 이따금 마주칠 뿐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징코프'.
 
 징코프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입니다. 책에서 문제아라고 번역했지만 사실은 우리식대로 하면 "약간 모자란 아이"가 더 가까운 표현이겠죠. 하지만 징코프는 '문제아'도 '약간 모자란 아이'도 아닙니다. 그저 좀 다른 아이일 뿐입니다. 어쩌면 좀 특별한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은 징코프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6학년까지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몸이 약해 잘 토하고 남들만큼 재빠르진 않지만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하고 잘 웃고 무슨 일이든 적극적인 징코프는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시작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속상한 일, 슬픈 일도 겪습니다. 아이들은 징코프를 놀리고 함께 놀려고 하지 않습니다. 징코프의 특별함을 알아봐 주는 좋은 선생님들을 몇 분 만나기도 하지만 대개 급우들이나 다른 선생님들은 징코프를 문제아 취급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징코프가 매사 느리고 잘 못하면서도 눈치 없이 끼고 전체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징코프는 문제아가 아닙니다. 좀 다를 뿐이죠. 그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부분은 순전 오해입니다. 그들 누구도 징코프 때문에 피해를 입은 적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과 좀 다르기 때문에 거북한 겁니다. 그래도 징코프는 자랍니다. 좀 느리고 좀 남다를지는 몰라도 꾸준히 성장합니다. 이 책은 그런 아이, 징코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 제리 스피넬리는 책에서 어떤 해결책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아주 약간 재미있게 묘사하고 가끔 살짝 비꼬기도 하지만 그저 담담하게 징코프의 성장을 보여 줄 뿐입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덤덤하게 아이의 일상을 보여 주므로써 징코프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 한 아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줍니다. 백 마디 설명보다 훨씬 분명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징코프의 엄마,아빠는 매우 현명한 분들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강요도 방향제시도 금지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치고 격려합니다. 그런 부모가 있기에 징코프는 행복합니다. 좀 달라도 잘 자랍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본받을 점이 많았습니다. 지난 시간이 부끄러웠습니다. 전 그런 아빠가 아니었거든요. 초등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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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당쟁사 1 - 사림정치와 당쟁 : 선조조~현종조
이성무 지음 / 동방미디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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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대선정국입니다. 뉴스엔 연일 대선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보도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호비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말고식 근거가 불분명한 비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막말도 오갑니다. 이건 숫제 비방의 도를 넘어 저주의 수준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건지 기본적인 교양을 지도 받아야 될 지도대상을 뽑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우리에겐 당쟁이라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조선후기 200 여년 동안 붕당을 나눠 목숨 걸고 싸운 처절한 역사입니다. 물론 당쟁이 꼭 부정적인 역사만은 아닙니다. 조선이 세계사에 유래를 찾기 힘든 고도의 안정된 정치체제를 갖춘 나라였기에 당쟁이 가능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당쟁의 발생 초기엔 매우 격조 높은 명분을 놓고 비교적 정정당당한 대결을 펼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당쟁은 나라를 약하게 만들고 마침내 망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비판받아 마땅한 역사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 당쟁보다 못한 진흙탕 개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 모든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입니다. 군사.경제 열강들의 틈에 끼인 우리나라는 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물어 뜯고 할퀴며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비판을 하더라도 발전적이고 생산적으로 해야 될 텐데요.
 책을 읽으면서 많이 착잡했습니다. 당쟁의 역사가 아직 청산되지 못하고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끼리 편을 만들어 상대를 죽일 듯 공격하는 모습은 딱 조선시대 그대로입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추악합니다. 그 땐 그나마 뚜렷한 명분과 치열한 논리라도 있었죠. 최소한 목숨을 걸고 싸운 진정이라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런 명분도 논리도 없습니다.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욕설과 모욕만 난무할 뿐입니다. 싸움에서 패배해도 이리저리 철새처럼 옮겨 다니며 자리보전에 급급할 따름입니다. 부끄러움도 의리도 없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왜 없겠습니까? 교통. 통신이 발달하고 모든 국민이 동일한 권리를 가진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쟁을 없애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각성하면 됩니다. 남을 욕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들에겐 표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후원해주고 그 반대면 준엄하게 따져 묻고 책임을 물리면 됩니다.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해서 바로 행사하면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동인,서인,남인,북인 헷갈리는 당쟁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어 좋습니다. 당쟁을 떠나 조선후기 역사를 요약하는 효과가 있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당쟁에 관해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 세태를 돌아볼 수 있어 더욱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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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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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란, 행복한 가정이란 무엇일까요 ? 행복한 가정은 우리 힘으로 가꾸고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일까요 ? 도리스 레싱은 "다섯째 아이"란 책을 통해 행복한 가정이란 이상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제기 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소설 "다섯째 아이"를 빌어 도리스 레싱은 전통적인 가족주의가 허상이라고 말합니다.
 
 1960년대말 시대 분위기와 달리 건실하고 보수적인 남자 데이비드와 주변 친구들과는 달리 그 때까지도 처녀였고 자식은 많을수록 좋다는 고전적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 헤리엇이 결혼합니다.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 위해 빅토리아풍의 대저택을 사고 자녀를 8명 정도 낳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네 명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까진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록 데이비드의 부모들(?)과 헤리엇의 어머니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들의 삶은 더 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들은 사랑스럽고 집안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휴가철이면 온 친척들이 그 행복을 맛보기 위해 대저택으로 모여듭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다섯째 아이를 가지는 순간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다섯째 아이는 알 수 없는 유전자를 타고 난 괴물 같은 존재였던 것이죠. 다섯째 아이 벤은 도무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아이입니다. 외모는 사람이지만 수천년 전 존재했었던 이상한 존재의 격세유전된 혹은 어떤 외계에서 잠입시킨 에일리언 같은 존재입니다. 벤의 등장으로 행복하게만 보였던 가정은 무너집니다.
 
 이 책은 섬뜩한 호러형식을 차용해 행복한 가정이란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족주의란 우연한 불행 하나에도 무방비로 무너지는 허망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괴물 같은 아이 벤은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이 엄마 헤리엇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헤리엇을 비난합니다. 이 알 수 없는 존재의 끼어듦으로 인해 굳건한 것처럼 보였던 부부의 사랑과 신뢰도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립니다. 즐겁게 모여 휴가를 함께 보내던 사람들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습니다. 벤보다 먼저 태어난 아이들 넷도 자신을 위해 헤리엇을 떠나갑니다.
 외견상 행복해 보이는 가정도 그것을 지탱하는 힘은 각자의 이기심입니다. 그 이기심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 이기적인 모든 요소 중 한 축만 무너져도 그 행복은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소설 속 벤은 괴물이지만 사실 실생활에서도 아이가 순간순간 괴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족이란 그런 사이입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의 입장에선 아이가 벤과 같은 존재입니다. 반대로 아이는 그 부모를 벤과 같은 존재로 느끼겠지요. 그러므로 벤은 소설 속 허구의 존재만은 아닙니다. 우리 가족 구성원 중 누구라도 어느 순간 벤이 될 수 있습니다. 나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죠. 최대한 감정을 자제한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의 짧은 소설이지만 "다섯째 아이"가 던지는 문제는 강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한 가정과 현대에 필요한 가족관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은 얼마나 많은 이기심으로 가족을 이용해 왔나 반성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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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미녀
커트 보네거트 지음, 이강훈 옮김 / 금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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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의 내용은 대략 2차 세계대전과 3차 대공황 사이의 악몽기(???)에 있었던 실제이야기(??????)라고 책은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호 윈스턴 나일스 럼푸드는 자신의 개 카작과 함께 자가용 우주선을 타고 화성으로 날아가다 소행성대에 있는 '크로노 신클래스틱 인펀디블룸'이라는 이상공간에 빠져 태양계와 베텔기우스 별의 태양광 종착점에 기원을 둔 뒤틀린 소용돌이의 파동현상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뭔말인지 모르시겠죠. 그냥 그러려니 하시면 됩니다.^^
 
 럼푸드는 태양계 행성의 주기에 맞춰 정확하게 59일에 한 번 씩 자신의 저택에 체화(體化)되어 나타납니다. 그 때 마다 럼푸드는 미래를 예언하고 그 예언은 정확하게 실현됩니다. 사람들은 저택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지만 럼푸드는 아내 베아트리스에게 단 한 사람만 들어오게 합니다. 그 사람은 전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다고 알려진 억만장자에 바람둥이로 소문난 말라카이 콘스탄트입니다.
 
 호기심과 약간의 우월감으로 저택을 찾았던 콘스탄트에게 럼푸드는 황당한 예언을 합니다. 콘스탄트는 럼푸드 부인 베아트리스와 화성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고 수성으로 갔다가 나중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가서 살게 된다는 얘깁니다. 말라카이에겐 청천벽력 같은 얘깁니다. 그건 베아트리스 럼푸드 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콘스탄트는 소유하고 있던 지구의 유일한 대형우주선 고래를 처분합니다. 똑같은 이유로 베아트리스는 우주선을 사들입니다. 콘스탄트는 혹시라도 모를 예언의 실현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흥청망청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알거지가 됩니다. 베아트리스 또한 우주선을 산 덕분에 파산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화성으로 데려간 것은 그 우주선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비행접시를 타고 온 화성의 비밀요원들에게 납치됩니다. 화성에 도착한 직후 두 사람의 기억은 지워집니다. 화성은 알수 없는 존재가 조직한 군대로 지구침공을 준비중입니다. 군인들과 여자와 아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잡혀 온 사람들입니다. 물론 기억이 지워진 사람들입니다.
 
 그곳에서 콘스탄트는 엉크 일병으로 베아트리스는 간호사 비로 살고 있습니다. 비에겐 크로노라는 아들도 딸려 있습니다. 역시 두 사람은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화성군은 머리에 이식된 장치로 조종을 받는데 거부할 경우 엄청난 고통이 따릅니다. 기계처럼 복종하며 살던 엉크는 동료장교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다 그 사람이 남긴 이상한 말을 듣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 엉크는 그 말을 따라 숨겨진 자신에 관한 기록을 찾아 읽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잃을 때를 대비해 자신이 남긴 것이었습니다. 엉크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이 화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엉크는 우여곡절 끝에 탈영해 아내 비와 아들 크로노를 찾아갑니다만 곧 붙잡혀 지구침공 우주선에 태워집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엉크가 탄 우주선은 수성으로 날아가고 수성의 지하동굴에서 동료 버즈와 함게 3년을 보냅니다. 그 사이 전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하지만 어이없게 격퇴 당하고 맙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허약한 화성인들을 죽인 것에 양심의 가책을 받고 새로운 종교에 빠져듭니다. 종교의 이름은 "전혀 무관심한 신의 교회 " ! 이 종교의 창시자는 바로 럼푸드입니다.
 
 럼푸드는 기존 종교를 조롱하고 새로운 종교를 만들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꾸민 겁니다. 엉크 즉, 콘스탄트는 수성에서 돌아와 잠시 이 종교의 전령 '우주의 방랑자'가 되고 베아트리스와 크로노와 함께 타이탄으로 갑니다. 콘스탄트와 베아트리스는 타이탄에서 신과 행운과 불운의 문제를 사색하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
 
 커트 보네거트 주니어는 자신의 소설이 SF가 아니라고 강변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의 소설은 아주 정교한 SF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냥 과학소설이나 판타지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전 우주를 상대로 진한 조롱과 풍자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담조의 현란한 문체와 정교한 이야기만으로도 훌륭하지만 금기시 된 종교에 대한 조롱과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를 대담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커트 보네거트는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문학에선 독보적인 존재라고 하는데 조금도 과장이 아닙니다. 그의 문학은 보르헤스와 비슷하지만 훨씬 고차원적입니다. 보르헤스의 농담이 개그라면 커트 보네거트의 농담은 블랙유머입니다. 이 책이 어려운 통속 SF로 치부돼 독서계에서 소외된 것은 오로지 출판업자들의 마케팅 부재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평소 SF는 유치한 통속소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절판이네요. 얼마 전 이 작가가 타계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위대한 작가가 떠난 것이 아쉽고 그의 책이 팔리지 않아 절판되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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