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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당쟁사 1 - 사림정치와 당쟁 : 선조조~현종조
이성무 지음 / 동방미디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바야흐로 대선정국입니다. 뉴스엔 연일 대선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보도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호비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말고식 근거가 불분명한 비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막말도 오갑니다. 이건 숫제 비방의 도를 넘어 저주의 수준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건지 기본적인 교양을 지도 받아야 될 지도대상을 뽑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우리에겐 당쟁이라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조선후기 200 여년 동안 붕당을 나눠 목숨 걸고 싸운 처절한 역사입니다. 물론 당쟁이 꼭 부정적인 역사만은 아닙니다. 조선이 세계사에 유래를 찾기 힘든 고도의 안정된 정치체제를 갖춘 나라였기에 당쟁이 가능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당쟁의 발생 초기엔 매우 격조 높은 명분을 놓고 비교적 정정당당한 대결을 펼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당쟁은 나라를 약하게 만들고 마침내 망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비판받아 마땅한 역사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 당쟁보다 못한 진흙탕 개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 모든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입니다. 군사.경제 열강들의 틈에 끼인 우리나라는 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물어 뜯고 할퀴며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비판을 하더라도 발전적이고 생산적으로 해야 될 텐데요.
책을 읽으면서 많이 착잡했습니다. 당쟁의 역사가 아직 청산되지 못하고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끼리 편을 만들어 상대를 죽일 듯 공격하는 모습은 딱 조선시대 그대로입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추악합니다. 그 땐 그나마 뚜렷한 명분과 치열한 논리라도 있었죠. 최소한 목숨을 걸고 싸운 진정이라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런 명분도 논리도 없습니다.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욕설과 모욕만 난무할 뿐입니다. 싸움에서 패배해도 이리저리 철새처럼 옮겨 다니며 자리보전에 급급할 따름입니다. 부끄러움도 의리도 없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왜 없겠습니까? 교통. 통신이 발달하고 모든 국민이 동일한 권리를 가진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쟁을 없애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각성하면 됩니다. 남을 욕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들에겐 표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후원해주고 그 반대면 준엄하게 따져 묻고 책임을 물리면 됩니다.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해서 바로 행사하면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동인,서인,남인,북인 헷갈리는 당쟁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어 좋습니다. 당쟁을 떠나 조선후기 역사를 요약하는 효과가 있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당쟁에 관해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 세태를 돌아볼 수 있어 더욱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