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몸살림 이야기 -상
김철 지음 / 백산서당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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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40대로 접어들면서 몸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여기저기 조금씩 삐걱대는 몸이 어릴 때 같지 않아섭니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가끔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을 만나 건강에 대한 화제를 입에 올리면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한두 가지 지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백방으로 치료를 해 보고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써 봐도 잘 안 낫는다고들 합니다. 어른들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요즘 아이들, 덩치는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몸은 더 허약해졌습니다.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주변에 참 많습니다. 소아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지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의학은 발달하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걸까요? 뭔가 근본적으로 건강에 대한 현대인의 사고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던 차에 친구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의 핵심은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죠. 그런 자연치유능력이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생활환경상 나쁜 자세를 유지해서 그렇다는 겁니다. 결국 자세만 바로잡아도 웬만한 병은 거의 고칠 수 있다는 애깁니다. 자세가 나빠 골격이 틀어지고 그로 인해 수 많은 질병이 발생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재미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골격이 틀어져서 생기는데 그 중에서도 고관절이 틀어져서 생기는 경우가 90% 이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인간은 직립하기 때문에 척추와 고관절이 매우 중요한데 고관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씩 틀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자연 균형을 잡기 위해 척추를 비롯한 중요 골격이 틀어지고 그로 인해 내부의 장기나 신경이 압박을 받아 각종 질환이 발생한다는 논리입니다.
 저자는 단순한 논리 뿐만 아니라 30여 년 직접 실천하고 적용한 임상사례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저장의 주장에 상당한 신뢰가 가는 것은 다양한 사례들이 있기도 하거니와 저자가 이런 주장을 펼쳐서 얻을 만한 개인적인 이익이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런 대체의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 일쑨데 저자는 틀어진 관절을 바로잡는 방법을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모두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가적으로 약이나 보조식품을 판매하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렇게 쉬운 좋은 건강법이 있는데 사람들이 몰라 고통받는 게 너무 안타까워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것인데 실제로 유심히 살펴 보아도 저자가 그 이상의 사리사욕을 채울 건덕지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바른 자세 잡기, 관절교정의 방법 또한 어이 없을 정도로 쉽고 단순합니다. 책에는 다 나오지 않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동영상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지나치게 관절, 그 중에서도 고관절만 얘기하는 게 좀 편협돼 보이기는 하지만 주장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고 부작용이 있을 만한 것도 아니어서 충분히 따라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건 현대의학의 주류인 양의와 한의 혹은 경락, 순환 등등의 다른 대체의학과의 공동연구 및 연계가 이루어진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책을 읽으며 모든 의료 분야가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더 나은 건강법을 찾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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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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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원인도 없이 눈이 멀어 버리는 전염병이 발생합니다. 처음 한 남자가 눈이 먼 후 그와 접촉했던 사람들은 하나 둘 눈이 멀기 시작하고 놀란 정부는 이들을 빈 정신병동에 격리수용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염병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번져가고 마침내 세상 모든 사람이 눈멉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처음 눈먼 남자를 진단했던 의사의 아내는 웬일인지 눈이 멀지 않습니다. 남편을 돕기 위해 눈먼 척 가장하고 격리수용을 자처한 의사의 아내는 눈먼 자들 가운데 유일한 '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볼 수 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서 끔찍한 일들을 목격합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지옥도를 홀로 봐야만 하는 한 여자의 외로움과 고통이 너무나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아 벌벌 떨면서 읽었습니다. 한데 정작 더 무서운 건 작가의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시선입니다. 겨우 '눈' 하나만 없어도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돼 버리는 인간을 마치 현미경을 들고 보듯 꼼꼼하게 해부하는 냉정한 작가의 시선이 더 무섭습니다. 이름과 고유명사를 배제하고 따옴표 하나 없이 종횡무진으로 치닫는 냉소적인 문체는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엄정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무서운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이유가 있겠지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소설을 썼지만, 주제 사라마구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에 대한 연민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과연 원작의 심오함을 훼손하지 않고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 지 의구스럽습니다. 줄 쳐가며 읽어야 할 책처럼 영화를 만든다면 흥행이 안 될 테고, 소설의 기발한 설정만 살려 재미만 추구한다면 원작의 묵직함을 포기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영화도 안 볼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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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니라 학교가 문제다 - 현 교육 시스템에서 아들을 성공시킬 학습 전략 8가지
마이클 규리언.캐시 스티븐스 지음, 고정아 옮김 / 큰솔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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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평소 현대의 교육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학교교육에서 뭔가 불리하다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뭔가 잘못돼 있다고 느꼈지만 구체적인 원인과 해결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책 제목을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책을 읽어 보니 제가 가졌던 불만이 저 혼자만의 불만이 아니었더군요. 더구나 우리나라 만의 문제도 아니고요.
 최근 통계를 보면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물론 오랜 세월 여성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억압받아 온 걸 감안하면 환영해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을 지나쳐 남성이라는 이유 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또한 잘못된 과거의 반복일 뿐입니다.
 현대의 아동교육방식은 남자아이들에게 불리합니다. 남녀는 생리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는데 현대의 교육시스템은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똑같이 경쟁시킵니다. 어릴 때는 모든 부문에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뒤질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남자아이에게 좌절과 학습동기부족을 초래합니다. 더구나 교육자들 대부분이 여성이고 가정에서도 주로 어머니가 교육을 전담하는 환경 속에서 남자아이들은 자신들의 특성을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많은 남자아이들이 지진아나 문제아나 집중력부족에 과잉행동장애로 낙인 찍히고 맙니다.
 결과는 통계가 잘 보여줍니다. 거의 모든 입시에서 상위권은 여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사관학교 경찰대학 등의 상위권도 모두 여학생입니다. 각종 고시 합격생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유리하다고 알려진 과학과 수학 분야마저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해서라기 보다는 교육체계가 여성에게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현대의 교육체계가 왜 남자아이에게 불리한지, 그렇다면 그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책입니다. 내용은 쉽고 구체적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해결방법을 너무 개인적으로 국한하고 있어서 불만입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이 환경 아래서 우리 아들 만이라도 잘 키워보자, 이런 식의 접근이라서 좀 아쉽습니다. 다른 책으로 좀 더 공부해 봐야 겠습니다. 아무튼 아들을 둔 부모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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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샤워
야마다 아카네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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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최저의 출생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왜일까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나라가 가장 극심한 가족붕괴를 겪는다는 이 모순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정형화된 가족개념이 주는 부담 때문은 아닐까요? 아무래도 제 어설픈 추측이 맞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면 말이죠. 이 소설을 읽으니 그 원인이 좀 보이는 듯 합니다.
 야마다 아카네의 "베이비 샤워"는 새로운 가족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하나의 사고실험입니다. 마흔을 코 앞에 둔 한 여자가 아이를 갖고 싶어합니다. 이제 곧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가 가까워 오자 여자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떨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보통의 주부로 남은 생을 살고 싶진 않습니다. 가족 없는 아이를 원하는 그녀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는 21세기라면 새로운 가족개념이 만들어져야겠지요. 타조는 공포에 사로잡히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다고 공포의 대상이 사라지지 않겠지만 우선 시야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거겠죠. 어쩌면 우리 현대인들도 타조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모든 통계 수치는 급격한 가족붕괴를 보여주는데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족개념으로 인류의 유전자를 보존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매우 의미있는 소설임에 분명합니다.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어졌든 잉태된 생명은 다같이 소중하다는 소설의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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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 무하마드 알리, 권투 그 이상의 권투
노먼 메일러 지음, 남명성 옮김 / 뿔(웅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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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의 권투시합이 한 권의 소설이 될 수 있다면 그 시합은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역사적인 경기 "럼블 인 더 정글" 뿐일 겁니다. 그리고 그 시합을 한 권의 소설로 쓸 수 있는 사람은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노먼 메일러가 유일하겠지요. 이 책은 소설이라기엔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엄정하며 르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시적이고 은유적인 한 권의 소설형식 르포르타주입니다. 
 1974년 아프리카 자이르공화국의 수도 킨샤샤는 20세기 스포츠사의 최대 사건이 될 대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챔피언은 원조 핵주먹 조지 포먼, 도전자는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한 양심적 징집거부로 챔피언을 박탈 당하고 무려 7년을 절치부심해 온 무하마드 알리였습니다. 전세계로 위성중계된 시합은 온 지구인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은 일대사건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예상은 조지 포먼의 압도적 우세. 당연했습니다. 당시 포먼은 알리를 이긴 적 있는 조 프레이저와 켄 노튼을 무자비한 KO펀치로 간단하게 제압한 상황이었고 한물간 왕년의 챔피언 알리는 몸놀림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원래 강한 펀치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알리에게 빠른 발마저 없다면 강점은 전혀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설령 전성기의 스피드가 있다고 해도 무시무시한 포먼의 살인펀치를 15라운드나 피해 다니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사자와 치타의 대결입니다. 더구나 사각의 링이라는 우리 속에 갇힌 늙은 치타라면 승부는 보나마나 뻔했습니다.
 그러나, 알리는 불가능한 위업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행운이 아닌 완벽한 작전과 준비의 승리였습니다. 마치 투우사가 성난 황소를 다루듯, 어른이 무작정 덤비는 아이를 타이르듯 알리는 우아하게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권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명성에 비해 졸전이었다고 하지만 그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알리는 이전까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권투에 대한 개념을 바꾸었습니다. 그 혁명이 세상사람들 눈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 책은 알리가 어떻게 그런 기적을 준비하고 실행했는지 보여줍니다. 알리는 위대한 복서이기에 앞서 위대한 영혼의 투사였습니다. 그의 승리는 육체의 승리가 아니라 정신의 승리, 신념의 승리였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고귀한 신념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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