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 무하마드 알리, 권투 그 이상의 권투
노먼 메일러 지음, 남명성 옮김 / 뿔(웅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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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번의 권투시합이 한 권의 소설이 될 수 있다면 그 시합은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역사적인 경기 "럼블 인 더 정글" 뿐일 겁니다. 그리고 그 시합을 한 권의 소설로 쓸 수 있는 사람은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노먼 메일러가 유일하겠지요. 이 책은 소설이라기엔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엄정하며 르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시적이고 은유적인 한 권의 소설형식 르포르타주입니다. 
 1974년 아프리카 자이르공화국의 수도 킨샤샤는 20세기 스포츠사의 최대 사건이 될 대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챔피언은 원조 핵주먹 조지 포먼, 도전자는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한 양심적 징집거부로 챔피언을 박탈 당하고 무려 7년을 절치부심해 온 무하마드 알리였습니다. 전세계로 위성중계된 시합은 온 지구인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은 일대사건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예상은 조지 포먼의 압도적 우세. 당연했습니다. 당시 포먼은 알리를 이긴 적 있는 조 프레이저와 켄 노튼을 무자비한 KO펀치로 간단하게 제압한 상황이었고 한물간 왕년의 챔피언 알리는 몸놀림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원래 강한 펀치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알리에게 빠른 발마저 없다면 강점은 전혀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설령 전성기의 스피드가 있다고 해도 무시무시한 포먼의 살인펀치를 15라운드나 피해 다니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사자와 치타의 대결입니다. 더구나 사각의 링이라는 우리 속에 갇힌 늙은 치타라면 승부는 보나마나 뻔했습니다.
 그러나, 알리는 불가능한 위업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행운이 아닌 완벽한 작전과 준비의 승리였습니다. 마치 투우사가 성난 황소를 다루듯, 어른이 무작정 덤비는 아이를 타이르듯 알리는 우아하게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권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명성에 비해 졸전이었다고 하지만 그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알리는 이전까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권투에 대한 개념을 바꾸었습니다. 그 혁명이 세상사람들 눈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 책은 알리가 어떻게 그런 기적을 준비하고 실행했는지 보여줍니다. 알리는 위대한 복서이기에 앞서 위대한 영혼의 투사였습니다. 그의 승리는 육체의 승리가 아니라 정신의 승리, 신념의 승리였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고귀한 신념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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