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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 Sunn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며칠 전 등산을 갔는데 함께 간 선배들이 이 영화 얘길 하더군요. 재미있다고, 꼭 보라고. 영화본 지 오래 돼 한 번 볼까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봤습니다. 좋았습니다.
이준익 감독 작품은 모두 작품성 면에선 뭔가 약간 부족한 경향이 있지만 관객을 실망시키진 않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 차리고 하나하나 분석해 보면 말 안 되는 장면도 많고 억지스런 장면도 많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푹 빠져 볼 수 있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순이(수애)가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남편을 찾아 월남까지 건너 가 온갖 고생을 하고 결국 미군장교에게 몸을 팔면서까지 증명하고 싶었던 게 뭔진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아닌 것 같고...자존심....같긴 한데 그걸 보여주려 그런 고생을 한다는 것도 좀 그렇고...잘 모르겠습니다. 주제가 모호하다는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동안은 암 생각없이 화면에 몰입하게 됩니다. 특히 울면서 웃기고 웃으면서 울리는 특유의 연출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입니다. 정진영과 중견배우 주진모(미녀는 괴로워의 주진모 아님), 엄태웅, 신현탁, 정경호 등 모든 주조연들의 연기 앙상블이 아주 훌륭합니다. 특히 여주인공 수애의 매력은 대단합니다.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수애의 매력이 없었다면 매우 억지스러운 영화가 되고 말았을 텐데 여주인공의 매력이 모든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습니다. 다른 영화였다면 외설스럽고 여성비하적이었을 음탕한 카메라 시선도 수애라는 청순한 배우가 숭고하게 승화시켜 버립니다. 요즘 보기 드문 고전적인 여배우의 부활이라고 할까요. 낮고 청아한 목소리로 담백하게 부르는 노래는 지금도 머리속을 맴돕니다.
우리나라엔 월남파병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죠. 영화에도 나오는 것처럼 세계평화를 위해 파병한 건 아니었습니다. 세계평화보다 급한 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존이었으니까요. 군인은 전쟁터에서 밴드는 술집에서 달러를 벌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자존심을 버렸습니다. 오로지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당시 같은 파병국이었던 필리핀은 베트남전 종식을 중재해 아시아의 주도국가로 부상하려 했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물밑에서 전쟁종식을 반대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전쟁이 끝나면 그만큼 국가수익이 줄어들 테니 말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부모님 세대의 노고를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