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The Good, the Bad, and the Weir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김지운 감독은 제가 몹시 질투하는 사람입니다. 이 양반 분명 제 머리 속에 도청장치를 심어 두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머리 속으로 혼자 기획한 영화들을 한 발 앞서 표절(?)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입니다. 환장하겠습니다. 한국식 서부극은 제가 오랫동안 꿈꾸던 프로젝트입니다. 10년 전부터 생각해 오던 영화죠. 만주를 무대로 한다는 기획도 똑같습니다. 더구나 하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인 셀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를 리메이크 하다니오! 제 머리 속을 훤히 들여다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ㅜ.ㅜ
 그런데 사실 한국형 서부극은 김지운 감독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60년대에 많은 한국형 서부극이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 만주가 무대였지요. 내용은 거의 마카로니 웨스턴을 번안한 수준이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요. 전 그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ㅜ.ㅜ
아무튼 몹시 부럽고 질투나지만 이 영화 괜찮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옥에도 티가 있는 법이지요. 스토리가 빈약하다거나 긴장도가 떨어진다든가 배우들의 연기가 단순하다든가 하는 지적은 그야말로 꼬투리를 위한 꼬투리라고 봅니다. 그냥 오락영화라고 보면, 한국형 서부극이라고 보면 얼마든지 이쁘게 봐 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만들면 누구도 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에겐 "니가 함 만들어 보세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죠.
 액션씬이 워낙 많아서 원래 스토리가 정교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대충 말이 되면 충분한 거죠. 긴장도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전 130여 분이라는 긴 시간이 언제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정우성이 발음이 안 좋다고 그러던데 목소리 멋있고 좋기만 하데요. 원래 멋있는 놈은 폼만 잘 잡으면 되는 겁니다. 대역 없이 펼치는 액션 씬은 최고였습니다. 이병헌과 송강호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전체적으로 고른 품질의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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