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문제 - 시민의 정치적 책임
카를 야스퍼스 지음, 이재승 옮김 / 앨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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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해제가 지극히 충실하여 본문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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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당 엄상섭 형법논집
신동운.허일태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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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를 수놓은 또 한 사람 영걸. 호당 엄상섭은 ① 처음에는 법전편찬위원회 형법각칙 기초자로서, ② 중간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정부초안에 대한 법사위 주심으로서, ③ 마지막에는 국회 본회의 형법전 독회 석상에서 법안설명에 임하는 법사위원장 대리로서 우리 형법전 제정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책 vi쪽).

그 논문과 논설은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읽어도 유효한 대목이 많고 깨닫는 바가 큰데, 그야말로 맨바닥에서, 일본 문헌을 경유하긴 하였어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선진이론을 두루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독자적이고도 민주적인 형법전과 형법이론을 세워낸 과정은 참으로 경탄스럽다. 절차형법인 형사소송법의 실질적 민주화라는 과정이 뒤따라야 했지만, 이런 분들의 고뇌가 쌓여 우리는 안주하지 않는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여전히 개선 여지가 크다고는 보나, 형사법제는 적어도 여전히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의 것이 이제는 나은 점이 더 많다고 본다).

역사를 들여다 본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예컨대 제1부 제8장 ˝긴급행위에 대한 시론˝ 등은 기대 이상으로 논증이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아서 놀랐다. 깨달음과 논의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지지 못했던 시절에, 이런 글들은 가히 우뚝한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집권자에 대한 신뢰는 독재화의 첫걸음이다. - P8

신기(新奇)를 좋아하고 이념론의 매력에만 현혹되지 말고 인간의 생태를 토대로 하는 학구적 태도를 가지는 데서만 ‘사람을 해치지 않는 형법이론‘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 P9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먼저 하나 생각해 둘 것은 이 형법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이미 여러 가지 법률을 제정할 때의 경험에서 잘 아시다시피 형법이라고 하는 것도 법률의 하나로서 이 법률을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 - 즉 다시 말하면 사회도 개조하고 혹은 도의관념도 확립시키고 사회악도 모두 제거하고… 그런 여러 가지 무거운 짐을 이 형법에다가 지워가지고는 도저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형법에다가 지나친 부담을 과했다가는 혹은 "뿔을 고치다가 소를 잡는다"는 것과 같은 결과에 돌아갈 것입니다. - P70

이것은 비근한 예입니다마는 우리가 형법에다가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면 이런 결과가 날 뿐이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치 못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형법학자들이 말하기를 형법의 제2의성이라고도 ‘형법의 보충성‘이라고도 합니다. 형법의 보충성이라고 하는 것을 무시하고 형법만 잘 만들어 놓으면 여기에서 좌익세력도 막아지고 모든 사회문제도 해결된다고 할 때에 형법은 엄하게만 만들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법이라는 것은 그때그때에 일어나는 일을 절대적으로 해결 짓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자... 이 정도로 본다면 국회의원 동지 여러분의 건전한 양식을 가미할 때에는 아까 말씀드린 바 두 가지 원칙의 조화점이 저절로 발견될 줄 압니다. - P71

이는 내란죄와 같은 중대하고 또 정치성이 강한 범죄의 구성요건의 중요부분이 되는 ‘국헌문란‘이라는 개념이 정치력의 영향에 의하여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의에서 설치된 조문이며, 이는 결국 우리나라처럼 후진성이 강한 국가에 있어서는 민주세력은 거개 야당의 위치에 놓여 있게 될 것이고 소수의 신흥세력이 되기 쉬울 것이라는 예상에서 이러한 민주세력의 좌절을 방지하여 그 육성을 기하기 위함이니 형법 민주화의 하나인 것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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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개정판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2001년 판에는 통계에서 population이 ‘모집단‘이 아니라 ‘전집‘이라는 생소한 용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 외에도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가 선택된 곳이 종종 보이고, 독해에 상당히 방해가 된다(instance를 ‘사례‘가 아니라 ‘범례‘로 옮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예컨대, version을 ‘번안‘으로, class를 ‘유목‘으로 번역. 그러면서도 ‘집합‘인 set는 번역하지 않고 ‘세트‘로 표기).

Tversky와 Kahneman의 원문인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Vol. 185, Issue 4157 (27 Sep 1974), p. 1127에는 ˝heart attack˝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 책에는 ˝뇌일혈˝로 나오는데, 저자들이 책을 내면서 맥락상 지극히 사소한 이 부분을 바꿔쓰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무튼 번역상 의구심이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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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중의 고전이고, 경제학에서는 상식에 가까운 기초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의 법 체계도, 경제활동도 여전히 화폐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번번이 가치를 보정한다는 것이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경우 착각으로 인해 그런 과정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책 156쪽). 아무튼 화폐가치가 늘 변동함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사회적 불공정, 사회 불만, 사회적 비효율성이 막대하고(책 132쪽), 합법의 외양을 띤 강탈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책 108쪽). [책에서는 "social injustice"를 "사회적 불공평不公平"으로 옮겼으나, injustice는 '불공정不公正'으로 번역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just에 "平"의 의미를 넘는 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justice도 '정의正義'라 하지, '공평'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번역에 관하여 후술.]


  사람들을 미몽에서 깨우기 위한 글이라, 비유와 예시가 풍부하고 쉽게 읽힌다. 8장 211쪽 이하의 '요약' 부에 책 내용 전체가 명제 식으로 요약되어 있다.


  다만...


  번역되지 않았다면 읽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우선 감사한 일이나, 의구심이 드는 대목들이 있어 몇 군데 원문을 찾아보았고, 번역에 대한 신뢰가 다소 떨어졌다(먼저 확실히 밝혀두자면, 필자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고, 이 책의 옮긴이와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번역 경력이 일천하다). 참고로, 1928년에 나온 책이라 저작권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웹상에서 원문 PDF 파일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https://babel.hathitrust.org/cgi/pt?id=mdp.39015020847706&view=1up&seq=7 등.


  예컨대, 8장 첫 문단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We have seen that credit control, even international credit control, is already in process of development. Such control must, in its details at least, be exercised by central banks, not by governments; these may only lay down general rules.

  But there is much more than this that governments may and should do in order that we may at least possess a reliable monetary standard. []


  역자는 아래와 같이 옮기시고는 다음 문단까지를 한 문단으로 처리하셨다(둘째 문단 뒷부분은 생략).

  신용 관리, 심지어 국제적 신용 관리가 이미 발달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용 관리는 세부사항만이라도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전반적인 규약을 마련하는 선에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화폐 본위를 갖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다. []


  우선 중앙은행이 하는 통화정책으로서 "credit control"은 "신용 통제"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신용 관리"라 하면, 개인이나 기업 관점에서 대출 등에 관한 '신용 등급'을 관리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신용조회, 조사, 평가, 채권추심, 부실채권 처리 등을 통하여 '신용 위험'을 관리한다는 의미의 credit management의 뜻을 강하게 내포하게 된다(단적으로, 신용정보협회에서 시행하는 '신용관리사' 시험은 중앙은행 업무나 통화정책과는 무관하다 http://www.cica.or.kr/ 참조).

  "credit control"을 신용 통제가 아니라 신용 관리로 옮겼기 때문에 그것이 "[must] be excercised" 된다는 것도 "이루어[져야 한다]"로 두루뭉술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신용 통제 정책이) "수행", "시행", "집행", "실시"[되어야 한다] 등으로 번역되었어야 의미가 분명하다. 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수행"으로 쓰는 경우가 왕왕 있고, 이 문단에서도 어감상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규약規約'이라는 말은 협의에 의한 '약속約束'으로서 규칙을 의미하나, 본문의 "general rules"에서 rules는 (중앙은행과 구체적 역할은 다르더라도) credit 'control'을 위한 것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lay down"하는 것이므로 "규정"으로 번역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경우 "general rules"도 "전반적인 규약"이 아니라 "일반규정"이 된다. 이 글의 맥락과 용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rule"은 법학에서는 "principle" 또는 "standard"에 대비하여[예컨대, '규정 중심 규제' 대 '원칙 중심 규제';  Louis Kaplow, Rules Versus Standards: An Economic Analysis, 42 Duke Law Journal 557-629 (1992) 등 참조], 또 경제학에서는 "discretion"에 대비하여('준칙주의' 대 '재량주의') 쓰이는 특수한 질을 갖는 용어이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general"과 함께 쓰이기까지 했으므로, 흔히 쓰이는 "일반규정"으로 번역함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각론을 정하거나 집행하지는 않고 원칙만 세워 (이를테면 법령으로) 성문화하여 둔다는 의미가 된다.

  사소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위 인용문에서 세 번 등장하는 may도 번역문에는 그 의미가 완전히 빠져 있다. "정부는 고작 일반규정을 마련할 수 있을 뿐이다. (문단 나눔) 그러나 우리가 신뢰할 만한 화폐 본위를 가질 수라도 있기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훨씬 많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번역 문제를 더 다루지는 않는다. 뜻만 얼추 통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학술서적이기 때문에 미묘한 말맛의 차이가 큰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부글북스는 고전 번역의 틈새를 잘 찾아나가고 있다. 스스로도 여러 권 가지고 있고, 특히 애덤 스미스의 『정의에 대하여』나 케인즈의 『평화의 경제적 결과』가 출간된 것을 반갑게 생각하고 있었다(아직 읽지는 못했다). 대부분을 같은 역자가 번역하셨기에 찾아보니, 부글북스의 대표로 나온다. 당신께서 직접 출판기획 및 번역 업무를 함께 하시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분량이 길지 않다고는 하여도 평이한 내용도 아닌 책들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 거의 한 달에 한 권꼴로 - 번역해내고 계신 셈인데, 아무래도 완성도를 더 높여 내시려면 한계비용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목록을 정리하고 나니 '이 책도?' 싶고 더 엄청나서 경외심이 느껴지는데, 이런 분 번역에 관하여 왈가왈부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다. 개역판이 나온 책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봐서 책을 내신 뒤에 어떤 식으로든 번역을 다시 점검하시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 지식사회와 공론장에 기여하시는 바가 매우 큰 분이심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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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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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글이 많이 나온다. 내용이 궁금해지는 책, 영화가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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