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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대한 권리 -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5
강현수 지음 / 책세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좋은 책입니다.
책세상 문고의 우리시대 시리즈 가운데는 마중물 삼기 좋은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칼 폴라니를 읽기 위한 홍기빈,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칼 슈미트에 접근하기에 앞선 정태욱, 『정치와 법치』와 같은 책들이 그 예입니다(헌법 공부할 때 나오는 그 칼 슈미트ㅎㄷㄷ). 물론 가끔 실망스러운 것들도 있고, 각주를 분량에 대한 고려 없이 모조리 후주로 돌려버려 읽기에 불편한 면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젊은 연구자들의 건강한 문제의식과 진지한 연구태도에 감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 말미에 더 읽어야 할 자료들 목록을 붙여 놓은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도시권' 공부를 위한 몸풀기용으로 읽은 이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도시학자인 앙리 르페브르(그리고 그 후계자, 데이비드 하비)에 들어서는 좋은 입구입니다(많이 읽히는 『프랑스 혁명』을 쓴 조르쥬 르페브르와 다른 사람입니다).
‘도시에 대한 권리’는 1968년에 출간한 르페브르의 책 『도시에 대한 권리』를 통해 처음으로 정식화되었는데, 당시의 68혁명에도 많은 공명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용산, 두리반, 촛불집회, 성미산 등 한국에서도 최근 도시 공간의 이용과 관련한 충돌이 많이 있었지요. 도시를 공간적 차원의 개념으로, 권리를 정치적 차원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했던 우리들에게 이 책은, 도시를 정치적 개념으로, 권리를 공간적 개념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민국가 단위로만 사고되었던 ‘인권=시민권’의 새 지평을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도시법, 몬트리올, 바르셀로나, 유럽연합 등지의 도시권 헌장, 유네스코와 유엔 해비타트의 도시 정책 프로젝트 등은 한국의 현실에도 참고할 바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르페브르의 도시 관련 저작은 우리말로 번역된 것이 없었는데, 반갑게도 (이제는 재작년이 된) 2011년, 양영란 님에 의해 『공간의 생산』(에코리브르)이 번역되어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