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면서도 솔직한, 에로틱하면서도 진지한
강박증 저널리스트의 자전적 소설!
“횡단보도에서 흰색 선만 밟고 지나가는 데 성공하면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대부분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며 하루의 운을 빌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책장에 꽂힌 책을 크기 순서이든 색상 순서이든 간에 자신만의 기준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고, 물건을 정리할 때도 상표가 같은 방향으로 보이게 나란히 진열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의외로 주변에 많다. 만약 이런 습관이나 행동들이 강박증의 증상 중 하나라면?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대부분은 심각하지 않은 선에서 어느 정도의 강박증을 지니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
강박장애는 쉽게 말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떨쳐버리고 싶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음료수와 옷, 잡지 등 모든 물건을 짝수로 맞추어야 하고, 호텔에서 묵게 되어도 그곳의 모든 잡지와 광고지를 서랍 속에 넣고 정리해야만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다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다른 사람과 악수한 손을 비누로 심하게 씻다가 상처가 나거나, 화장실 문을 열 때 사용할 수건이 없어서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일화로 유명한 미국의 억만장자 영화 제작자 고(古) 하워드 휴즈. 물론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강박증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힘들 수밖에 없는 ‘피곤한’ 병이다.
<길 위에서 사랑은 내게 오고... 갔다>는 이러한 강박장애를 갖고 있는, 이 부분만 빼면 너무나 괜찮은 조엘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조엘은 저널리스트라는 직업과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페니를 뒤로 하고 기이한 충동에 사로잡혀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피지, 미국, 중국, 영국, 인도, 파푸아뉴기니, 과테말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짐바브웨를 여행하고 호주에 다시 정착하기까지의 10여 년의 시간 속엔 평생을 함께할 연인에 대한 믿음과 또한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의지에 대한 방황이 삐딱하면서도 솔직하게, 에로틱하면서도 진지하게 펼쳐진다.
이 자전적 소설의 주인공인 조엘은 알래스카의 얼음물에 빠져 죽을 뻔하고 볼리비아 알티플라노 고원에서는 비싼 텐트를 홀랑 태워먹고 한국인 가족의 차를 얻어 타고 가다가 예기치 않게 그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는다. 섹스의 천국 에콰도르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짐바브웨의 원주민 마을에서는 일시적인 마음의 평화를 찾기도 한다. 여행을 할수록 연인인 페니에 대한 마음은 더욱 커지고 강해진다. 하지만 페니는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데…
세계 곳곳에서 겪은 사건 투성이의 여행기이며, 소울메이트와의 10여 년에 걸친 러브스토리이자, 강박증을 극복하기 위한 한 남자의 여정… 이 여행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 초반에 느껴질 수 있는 조엘의 ‘특별한’ 병이 내 안에도 있음을, 그래서 그의 고민과 갈등이 마치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길 위에서 사랑은 내게 오고... 갔다>가 부디 조엘에게도, 어느 정도의 강박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쾌하고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