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말하는 기자 부키 전문직 리포트 2
박대호 외 지음 / 부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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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말하는 기자 - 부키 전문직 리포트
★★★★★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옮긴 뒤로부터는 나날이 늘어가는 정보의 홍수때문에 무척이나 괴롭다. 하루라도 올블로그나 리더기를 통해서 수백, 수천건씩 포스팅되는 글들을 훑어보지 못하게 되면 이젠 상당히 찜찜하다. 일일이 답글을 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아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 훌륭한 글들이 굉장히 많다. 이제 단순히 소비자로써, 독자로써, 제 3자로써만 머물렀던 피동적인 행동을 하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개개인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세상이 다. 다시 말해, 모든 블로거가(조금 과장되게 확장해서 모든 사람들이) 기자가 된 세상이 온 것이다.

미국의 블로그 관련 기관인 테크노라티에 따르면 전 세계의 블로그는 2003년 이후 5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 현재 3000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출처 : 한국경제 2006-09-05 지구촌 달구는 '개인 미디어의 힘') 또한 국내 인터넷 인구 3,300만명 가운데, 싸이월드 사용자 1,900만명이라고 하니(출처 : 한국경제 2006-10-11  [새로운 지평을 열자]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 … '싸이질'은 일상생활) 인터넷을 하는 사람 중 2명 중 1명은 싸이월드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누구나가 이제 지인들에게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신세계다.

물론 무분별한 펌질,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다룬 내용 등 사실 '기사'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한다. 소위 말하는 웹1.0으로 이야기 되는 시대는 수직적인 구조로 위에서 아래로, 특권에서 비특권으로, 정보의 소유 자체가 높은 가치를 가지는 계층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계층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그리하여, 꽤 오랜 시간동안 정보 소유의 주체는 '기자'라는 '특권' 계층에게 몰려있던 부분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기자의 위상은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전과 같지는 않다. 블로거로써, 또는 오마이뉴스의 일반 기자로써 Fact와 진실을 다루는 영역은 훨씬 더 넓고 광범위해졌으며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진짜 전문가들이 직접 Fact와 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면서 '어설픈 사생활 기자'와 같은 느낌으로 별 도움 안되는 리뷰와 인터넷 업계 현상에 대해 가끔 글을 적고는 있지만, 기자들이 겪고 있는 글을 쓰는 고통과 노고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은 조금은 이색적인(나를 기준으로) 직업의 세계를 읽게 해 주는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알라딘의 주제분류에서 '국내 진학/취업'으로 분류했듯이 기자라는 세계로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반 사람들에게도 좋은 주제가 아닌가 싶다. 짤막짤막 읽을 수 있도록 한 24명의 전/현직 기자들의 인터뷰 혹은 칼럼 형태의 구성, 틈틈히 짬을 내서 읽을 수 있고, 달필들의 어록과 같은 내용들, 생생한 과거의 현장 중계 등등의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기자들의 삶에 조금은 가까워지고 어느 정도 그들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된다. 지식인으로 통용되던 그들 가운데는 진실을 얼토당토하지 않는 허구가 아니라 허무로 만들어 버리는 어두운 지식인이 있었는가 하면, 거대한 힘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Fact 뒤에 숨겨진 더 큰 의미와 진실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참 지식인도 있었다. '왜곡'이라는 말은 '진실'이라는 단어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까. 그것도 신문, 기사, 기자들이 함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면서 말이다. 진실을 덮기는 쉽지만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은 아마도 누구 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들이 혹독하거나 혹은 감동적인 진실들을 세상에 알려주고, 그로인해 그들의 사회적 소임이 그들에게 보람있게 느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이제 수 많은 블로거들 역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어 덮여있는 이야기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들려주는 세상의 전도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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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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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
★★★☆☆

서른, 축제는 끝났다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최영미라는 작가의 배경지식을 하나도 안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대의 우울을 만났다. 그림에 관해 워낙 문외한인지라, 얼마 되지 않는 미술에 대한 얄팍한 호기심으로 책을 들었다. 아는 그림 나오면 반가워하고, 모르는 그림 나오면 신기해서 그림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드는 단순한..(-_-;;)

브뤼겔 이카루스의 추락


간단히 책 소개를 하면, 최영미 작가가 유럽의 미술관 들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에 대한 간략한 여정들을 담은 '미술 기행문'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행을 다녀온 시기가 1995년 경이고, 초판이 나온게 1997년이니까 대략 10년 정도의 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의 표기와는 조금 낯설은 외래어 표기법이 종종 발견된다. 때깔 좋은 종이질에, 올컬러로 된 사진과 그림들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준다.

읽는 내내 사실 왜 시대의 우울일까 하는 생각을 달고 있었다. 그림에서 품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일생 혹은 그 화가가 살았던 사회상이 'Blue'로 그려졌기 때문일까. 작가의 청년의 시기인 70~80년대에 그가 담아낼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어떤 미련 때문일까.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이제는 묻혀 지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오랜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왔기 때문일까.

차라리 서양화 재미있게 읽기라던가, 유럽 미술관 기행문 정도의 부제를 달았더라면 오히려 그런 마음들이 덜 했을텐데, 그녀가 보낸 70~80년대의 삶들이 자꾸만 그림을 설명하는 중간 중간에 에스프레소 커피가 떠오르면서 어떤 이유에 대한 변명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얼까.

그녀의 그림 이야기 보다 당시에는 조금 이른 색다른 사고방식들과 깨어있는 여성으로 인정 받거나 혹은 지탄 받았을 상황들이 어른거리면서도, 지금의 그런 사고를 가진 여성들이 상당히 많아졌고, 때로는 그런 시각들을 싸잡아서 ~녀로 매도하기도 하는 상황들이 함께 자주 오버랩되었다. 그녀가 마지막에 언급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도 하필 마지막에 등장한다. 쓸데없는 내 의식일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좋은 그림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대체로 높고 낮음이 잘 구분이 가도록 읽는 내내 조절해 준다. 사실 그녀의 '이야기' 보다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선뜻 집어든 책이므로, 그 몫은 만족스러운 것을. 시대의 우울에 담겨진 좋아하는 그림들을 몇 선 꼽아본다.

와또 시테르 섬의 순례


 

콜비츠 독일의 아이들은 굶주린다


 

꾸르베 바다


 

"귀스타프 꾸르베는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유럽미술의 오랜 전통을 깨고 종교와 신화를 주제로한 그림은 단 한 점도 그리지 않았던 화가. 그는 고대의 신들을 모두 추방한 자리에 당대의 평범한 일상을 들어앉히고, 거의 사진에 가까운 정직함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화폭에 담았다. '나에게 신을 보여달라. 그러면 신을 그리겠다'는 그의 말은 후일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명제가 되었다.

  수백년간 지속되어온 미술세계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쎈세이셔널한 전시회와 언행으로 유명했던 그에 대해선 수많은 일화가 전해진다. 그의 높은 콧대를 비꼬던 어느 정부 고관에게 꾸르베는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이제사 그걸 알았습니까? 참으로 놀랍군요. 각하. 나는 프랑스에서 가장 거만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러한 오만방자함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고 그림을 그려 밥을 먹기 원했던 화가의 지나친(?) 성실함에 비롯된 것이리라"

최영미, <시대의 우울> 중에서

+ 그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께 -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읽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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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 재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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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 우메다 모치오
★★★★☆

웹2.0에 대한 관심은 이제 폭발적이다. Google을 필두로, YouTube, Myspace.com, Writely, Wikipedia 뿐만 아니라, 윙버스, 싸이월드, 네이버에서 며칠 전에는 한 국회의원이 웹2.0 기반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뉴스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웹2.0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가 나고 있는걸까?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본인도 올해 초가 되어서야 웹2.0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혼자서 각양 각색의 방법들을 동원해서 그 실체를 파악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직종이 직종이다보니 현재에는 웹2.0과 관련된 많은 부분들을 실생활에서,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마인드나 개념 그리고, 사람들의 특히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웹2.0은 무엇이다'라고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기에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웹2.0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를 제공해 주고 있다.

먼저 간략하게 이 책이 지니는 가치를 몇개의 항목으로 요약을 하면,

1. 구글(Google)이 가지고 있는 웹-세계관에 대한 쉬운 이해
2. 마이크로소프트구글성장과정과 마인드의 차이
  이를 통한, 컴퓨터(이쪽세계)와 웹(저쪽세계)의 미래상
3. 롱테일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의 모습
4. 1인미디어(블로그)의 힘
5. 웹2.0의 기술적, 경제적, 기획적인 마인드의 접근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하는 이쪽세계(로컬 컴퓨팅, 나홀로 컴퓨터)와 구글을 필두로 하는 저쪽세계(네트워킹, 웹)에 대한 가치 분류와 차이점과 웹2.0에서 빠질 수 없는 경제적 관점의 롱테일에 대한 설명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김중태님의 시맨틱웹:웹2.0 시대의 기회와 함께 읽으면 막막한 웹2.0이라는 트랜드가 조금은 쉽게 눈에 들어오리라 생각된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그림이 전혀 없고(-_-;;), 웹2.0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적인 관련 웹사이트 정보들이 부족하고, 애국심의 발로인지 일본 젊은 이들이 실리콘밸리에 와야한다는 그런 내용들이 살짝 읽기가 싫어졌으나, 전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릴 만큼은 아니기에 별 하나가 살짝 빠졌다. ^0^

사실, 책으로 나온 정보는 굉장히 새로운 정보가 될 수는 없다. 특히 IT와 관련된 정보들은 오히려 수 많은 블로거들과 메타 블로그 사이트들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포스팅되어, 어찌보면 그들에게는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겨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웹2.0과 차세대웹이라는 최초 우리나라에서 서둘러서 살짝 잘못 끼워진 단추를 매꾸는데, 그리고, 이제 막 웹2.0이라는 시대에서 손담그고, 발 담그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좋은 가이드를 제공해 줄 것이다.


+ 웹2.0 관련 사이트 및 블로그
- Web2.0 Conference 2006 : http://www.web2con.com/
- 김중태 문화원 : http://www.dal.co.kr/blog/
- 태우’s log - web 2.0 and beyond : http://twlog.net/wp/
- Channy's Weblog - 웹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 : http://channy.creation.net/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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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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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디엔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게 두려워질 때가 있다. 깊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표현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경쓰이는 건, '재미'다. 글을 쓰고 있는 작가도,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분명 '재미'라는 도구를 통해서 공감대를 쌓아야 하기에 분명 좋은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를 잘 표현해 줄 수 있어야 하는 부담감이 제일 크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3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가 택했던 학교론에 대한 강한 주장만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아서였는지 그를 독설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청춘표류는 인터뷰를 통한 전기형식의 글이었기에 또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 독서론을 통해서 그의 외골수적인 삶의 기운을 느껴보게 되었다.

일단, 다치바나 다카시는 결코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의 초년기 행적은 대략 이렇다.

다치바나 다카시
1940년 나가사키 현 출생. 1964년 도쿄대학 불문과 졸업.
<문예춘추>에 입사하였다가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재입학, 재학중 평론 활동.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은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 책 날개


평범한 도쿄대학 문과대생이 졸업 후에 일본의 어떤 주요한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서 그의 필력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왠걸. 그의 주요 저서들의 주제들은 문과졸업생이 어설프게 쓸 수 있는 그런류의 주제들이 아니었다.

주요 저서
우주로부터의 귀환, 뇌사, 일본공산당연구, 정신과 물질, 원숭이학의 현재, 거악vs언론, 임사체험, 뇌를 단련한다, 인체 재생, 21세기 지의 도전 등 40여권 저술
- 책 날개

물론, 피상적인 인터뷰를 위한 책을 읽고 리뷰정도의 글을 쓴다면야 충분히 관련 서적들을 읽고서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저는 지금까지 현재 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까지 합쳐 40여권 이상을 저술하였습니다. 책으로 나와 있는 것 외에 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아마 그 두 배 이상 될 것입니다.' 즉, 이미 그 많은 양의 책을 쓰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관련 자료들을 읽었고,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가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는(대부분 과학자들을 많이 인터뷰를 하는 듯)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5권에서 10권의 관련 서적들을 읽는다고 한다. 물론 과학에 관한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사회주의, 철학, 문화, 문학 등 실로 방대한 영역을 이리저리 쉽고 다양하게 넘나들며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기운찬 어르신이다.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기운찬 어르신네는 이 책에서 대부분 책과 관련된 그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고 해서 고전 문학들을 소개하고,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막상 책 소개는 별로 없다. 그리고, 그가 언급한 도서들은 대부분 일본 문학 또는 일본 정서를 모르고서는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별점이 하나 빠진 가장 큰 이유) 학창시절 외에는 문학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그가 중3 때까지 읽었던 책들의 목록을 보면 좀 짜증난다. 특히 희곡들을 포함한 고전 문학들, 노벨문학상 작품들, '헉' 소리 나온다. (뎅쟝. 난 멀 읽은겨...-_-;;) 훑어본 정도의 책도 있었을테지만, 여튼 그의 독서량은 끝내준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책 읽는 방법을 잠깐 소개한다. 책 뒷 표지에 나와있는데.
편집자가 요약하듯이 옮겨 놓은 내용이겠지만, 여튼 독서왕의 독서론은 이렇다.

知의 거인 다치바나의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1.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 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어라


역시 그냥 읽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고르는데부터 있어서 굉장히 공을 들이고,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또 어떤 목적과 부합되는 내용의 책을, 단락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책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책 속에 숨겨진 '知'를 탐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그의 지적인 향기 뿐만 아니라, 그의 서재 역시 탐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전작주의자의 꿈이라는 책을 쓴 작가 조희봉씨의 자신의 서재를 설명하고 보여주던 부분처럼, 그 보다는 조금은 덜 사람냄새가 나지만 일러스토로 그려 놓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의 그의 서재는 쩝쩝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 인터뷰를 하고, 책을 쓰는 그의 직업적인 성향이겠지만, 부러운건 부러운게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사실 많은 일들을,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 잘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삶의 모토가 제너럴리스트임에도 꽤나 자주 스페셜리스트들의 스페셜한 부분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들만의 좁지만 깊은 세계들이 속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말 깊이 얇팍하고, 그냥 무작정 넓기만 한 내 '우주'는 늘상 '돌봐주어야 할' 일들 천지다. 알면 알 수록 더 깊어져야 하고, 이 깊이는 끝이 없는데, 시간은 늘 없고. 비단 책이나 앎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치 역시 그런 부분들로 인해서 고달퍼지는게 아닌가 생각도 한다.

어쨌든, 다치바나 다카시가 준 교훈.
그래도 제너럴리스트로 살아가기. 더 많이 읽고, 배우고, 느끼고, 감동하며 삶을 여행하기.

+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리뷰 보기
- 내가 대학생인가?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아냐.. 이건 너무 멀어 '청춘표류'
- 책을 읽는다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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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정지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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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분명 책 제목만으로는 '땡기는' 힘이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다큐멘터리'는 또 다른 '땡기는'
힘이 강하다. 그 '땡기는' 힘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의 힘은 분명 강하다.
네이버 뉴스에 '스키니진이 없어서 못판다'라는 기사가 나가면, 그제서야 백화점에서는 스키니진에 대한
관심과 판매량이 급속도로 올라간다. 또한 '휴대폰의 디자인이 초기 휴대폰 디자인이었던
Bar 형태로 돌아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라는 기사는 뉴스의 힘을 맹신(?)하는 우리 직원의 휴대폰을
Bar로 디자인된 휴대폰으로 바꿔버렸다. 그 뿐인가, 프리미어 리그에 당당히 대한민국人으로 출전해서
맹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과 이영표의 맞대결(왜 스포츠 기자들은 이딴 표현 밖에 안쓸까)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못해, 이미 그 경기가 끝난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그 경기와 관련된 이영표의 실책(?)과
박지성의 어시스트와 관련된 기사들을 빼곡히 쏟아내고 있다. 왜 경기 잘 하고 있는 두 사람 싸움 붙이나?

목소리가 많고, 목소리가 큰 언론, 미디어는 분명 대중매체이다.
소식과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손 쉬운 방법은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다.
주변 상황들을 분석하고 정리하기에는 우리의 일상들이 너무나 복잡해서 런 소소한 분석과 Fact 수집은
분명 언론의 몫이라 믿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론의
힘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그렇기에 언론인의 목소리와 용기, 그리고 신념은 분명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아직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셔튼 교수의 진실을 담은 추척60분의
PD의 고독한 외침도 수면위에 떠올라 있는 사실 이외에 담겨진 무수히 많은 Fact들을 우리가 함께 볼
수 있도록 늘어놓아야 한다. 옳고 그른 판단은 그 Fact들을 확인하고, 섞어보는 우리의 몫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언론은 분명 올바른 Fact들을 우리 앞에 늘어놓고 있는가? 

정지환 기자는 많은 사실들과 증거들이, 대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의 그릇된 정책과 방향으로 인해서
묻혀지고, 왜곡되고 편집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선일보가 있다고 한다. 

'왜, 자꾸 조선일보인가? 과거의 실수는 과거로 치부하고 이제 지워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일제시대라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그것 뿐이지 않았는가?'

나는 조선일보에 대한 많은 Fact들은 '검색창에서 조선일보만 쳐보세요' 로 넘기려 한다. 
그래서, 본 책을 읽으려 하는 분들에게 실례 아닌 실례를 범할까 일일이 열거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그 많은 Fact들 중에 굳이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려면 조선일보의 역사를
돌아보면 된다.' 너무 무서운 발상인가? 하지만, 분명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조선일보와 우리나라의
아픈, 화가 나는 역사는 항상 함께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이야기들은 친일과 친일파.

소스라치게 놀란 사실 중 또 다른 하나는,
일제시대 수 많은 독립군들을 찾아내어 고문하고, 죽이는 일을 '자랑스런 천황의 국민으로써 해야 할 일'
로 여겼던 특무대장 김창룡의 묘비명에 그를 입이 닳도록 칭송해 마지 않았던, '대 일본제국'을 향한
열렬한 애국지정으로 그를 추켜세웠던 우리나라의 실증사학자의 대부로 불리는 이병도의 손자가
현재, 바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장이라는 것.
우리나라. 대단한 나라다..

정지환 기자는 기자의 사명과 Fact들을 나열해 주면서, 왜 불량식품을 먹어서는 안되는지, 왜 알아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의 '땡기는' 힘은 그가 모아온 Fact들에서 오는 것일까. 그 Fact를 나열하는 활자의
힘에서 나오는 것일까.

역사는 돌고 돈다. 늘 한 많은 역사는 그 한을 풀지 못하고 계속 맴돌고 있다.
그 한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나라가 지정해 준 '정사(正事)'가 아닌 왜곡되지 않은,
한쪽에 치우치고 넘어지지 않은 역사를 읽기를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 책을 읽던 중에 어떤 블로그에 좋은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어서 URL을 남긴다.
'왜 자꾸 조선일보인가?'라는 물음이 생기면 꼭 아래 링크를 눌러보기를.

http://blog.naver.com/post/postList.jsp?blogId=one2only&categoryNo=115&cpage=2&view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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