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말하는 기자 부키 전문직 리포트 2
박대호 외 지음 / 부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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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말하는 기자 - 부키 전문직 리포트
★★★★★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옮긴 뒤로부터는 나날이 늘어가는 정보의 홍수때문에 무척이나 괴롭다. 하루라도 올블로그나 리더기를 통해서 수백, 수천건씩 포스팅되는 글들을 훑어보지 못하게 되면 이젠 상당히 찜찜하다. 일일이 답글을 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아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 훌륭한 글들이 굉장히 많다. 이제 단순히 소비자로써, 독자로써, 제 3자로써만 머물렀던 피동적인 행동을 하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개개인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세상이 다. 다시 말해, 모든 블로거가(조금 과장되게 확장해서 모든 사람들이) 기자가 된 세상이 온 것이다.

미국의 블로그 관련 기관인 테크노라티에 따르면 전 세계의 블로그는 2003년 이후 5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 현재 3000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출처 : 한국경제 2006-09-05 지구촌 달구는 '개인 미디어의 힘') 또한 국내 인터넷 인구 3,300만명 가운데, 싸이월드 사용자 1,900만명이라고 하니(출처 : 한국경제 2006-10-11  [새로운 지평을 열자]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 … '싸이질'은 일상생활) 인터넷을 하는 사람 중 2명 중 1명은 싸이월드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누구나가 이제 지인들에게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신세계다.

물론 무분별한 펌질,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다룬 내용 등 사실 '기사'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한다. 소위 말하는 웹1.0으로 이야기 되는 시대는 수직적인 구조로 위에서 아래로, 특권에서 비특권으로, 정보의 소유 자체가 높은 가치를 가지는 계층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계층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그리하여, 꽤 오랜 시간동안 정보 소유의 주체는 '기자'라는 '특권' 계층에게 몰려있던 부분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기자의 위상은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전과 같지는 않다. 블로거로써, 또는 오마이뉴스의 일반 기자로써 Fact와 진실을 다루는 영역은 훨씬 더 넓고 광범위해졌으며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진짜 전문가들이 직접 Fact와 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면서 '어설픈 사생활 기자'와 같은 느낌으로 별 도움 안되는 리뷰와 인터넷 업계 현상에 대해 가끔 글을 적고는 있지만, 기자들이 겪고 있는 글을 쓰는 고통과 노고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은 조금은 이색적인(나를 기준으로) 직업의 세계를 읽게 해 주는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알라딘의 주제분류에서 '국내 진학/취업'으로 분류했듯이 기자라는 세계로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반 사람들에게도 좋은 주제가 아닌가 싶다. 짤막짤막 읽을 수 있도록 한 24명의 전/현직 기자들의 인터뷰 혹은 칼럼 형태의 구성, 틈틈히 짬을 내서 읽을 수 있고, 달필들의 어록과 같은 내용들, 생생한 과거의 현장 중계 등등의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기자들의 삶에 조금은 가까워지고 어느 정도 그들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된다. 지식인으로 통용되던 그들 가운데는 진실을 얼토당토하지 않는 허구가 아니라 허무로 만들어 버리는 어두운 지식인이 있었는가 하면, 거대한 힘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Fact 뒤에 숨겨진 더 큰 의미와 진실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참 지식인도 있었다. '왜곡'이라는 말은 '진실'이라는 단어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까. 그것도 신문, 기사, 기자들이 함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면서 말이다. 진실을 덮기는 쉽지만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은 아마도 누구 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들이 혹독하거나 혹은 감동적인 진실들을 세상에 알려주고, 그로인해 그들의 사회적 소임이 그들에게 보람있게 느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이제 수 많은 블로거들 역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어 덮여있는 이야기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들려주는 세상의 전도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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