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이야기 - 상 -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정도영 옮김 / 한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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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이야기 시리즈를 쓰기 전에 썼던 책인가 보다. 초기에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 대작—전 15권을 15년에 걸쳐 쓴 『로마인이야기』 시리즈를 쓰기 전의 내용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그렇게 유추 된다—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하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저자의 글 쓴 연대에 따라 읽는 것 보다는 시대 순으로 읽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로마인이야기에 매료되어 초기 5~6권을 몰아서 읽어 가면서 어느 순간 매년마다 출간되는 저자의 역작을 한 권 한 권 기다리면서 결국 전 15권을 모두 읽었지만 이후 느껴져 오는 것은 왠지 모를 허탈감에 쌓여 있었고, 로마인들의 위대한 역사가 너무도 흐지브지 하게 흩어지는 모습에 아쉬움이 남았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러다 보니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세망사』를 간략집으로 읽다 보니 그 내용 또한 애매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후 읽게 되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하』는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무역강국의 쇠망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452년 훈족 아틸라를 피해 개펄을 개척하여 천연의 요새를 만들어 삶의 터전을 쌓아 공화국으로 개국하여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1797년 멸망할 때까지의 근 1,345년의 천 년을 넘게 이어져 온 베네치아공화국의 흥망성쇠의 모습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들 말한다. 흥하면 쇠하고, 쇠하면 다시 일어나 흥하는 시기를 겪는다고 하는데 그런 인류사의 역사 중에 1천 년이 넘는 시간 속에 그 살아 있는 삶을 이어져 왔던 여러 역사적 사실 속에서 베네치아공화국의 삶은 독특하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현대의 전세계 수백 개의 나라들로 분할되어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의 원조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런 단적인 내용으로 정보전에 대한 베네치아인들의 사고가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어느 시대이건 정보가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특히 현대에 있어서는 정보는 곧 힘을 뜻하는 것으로 도시국가로 해양국을 지향하면서 무역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힘이 결국 정보력이라는 것을 베네치아인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 나라의 부존 자원만으로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므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정보력의 힘이 그 나라의 힘을 보여주는 기본 척도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흥미롭게 느껴지는 대목은 공화정 체계를 들 수 있겠다.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초기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 정치가 카이사르를 기반으로 아우구스투스에 의한 원수정으로 넘어가면서 변화되는 로마시대의 흥망성쇠는 1인 통치체계의 병폐를 많은 부분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내용을 베네치아는 없애기 위해서 그런 것일까 철저한 공화정 정치를 실현하면서 1천 년의 역사를 엮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6인 위원회, 10인 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통한 정보의 분석과 위기상황의 대처는 작은 도시국가가 지중해를 호령하면서 무역강국의 입지를 만들 수 있었고, 대 터키제국에 당당하게 맞서 자국의 이익과 영리를 챙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과정 속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해당하는 권력층의 희생과 헌신은 전국민을 일치단결 시켜 국난극복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명심하고 되새겨야 할 내용이라 생각된다. 경쟁국 제노바에 의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해쳐나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모습 중에 하나는 마지막 베네치아공화국의 멸망의 시기에 벌어지는 그들의 모습일 것이다. 결론은 힘의 부재가 죽음이라고 할 수 있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한 내용으로 해상강국의 면모도 육군의 존재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중립국 선언은 결국 강대국에 휘둘리는 모양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한 멸망은 당연한 귀결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에 따른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도층의 무능력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멸망의 순간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집약되어 하나의 결과로 나타나는 집약체의 모습일 것이다. 일부 경고성 메시지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이유는 부흥기의 찬란한 영광 속에 어렵고 힘든 시절의 아픔을 잊어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베네치아공화국의 화려한 1천 년의 역사를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으로 그려낸 역사를 보면서 베네치아—지금은 베니스로 알려지면서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베니스영화제가 생각난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난다. 지도나 구글의 지도검색을 통해 베니스의 지리적 특성과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면서 저자의 설명에 책상에 앉아 조금이나마 맛보려고 하지만 그 느낌은 크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진짜로 그곳에 가서 저자가 얘기하는 모습들을 눈으로 몸으로 느껴야 만이 1천 년의 역사를 창조한 베네치아공화국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권으로 엮어진 이 책 『바다의 도시 이야기-상,하』는 5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쉽게 빠르게 읽혀지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로마인이야기』에서처럼 지도나 삽화, 도해 등이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바탕이 되어 『로마인이야기』에서는 많은 지도와 삽화 등을 추가하여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저자의 전쟁 역사물 『콘스탄티노플 함락』, 『로도스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의 전쟁시리즈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전쟁이야기로 읽어 보고 싶게 하는 마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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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이야기 - 거미박사 김주필의
김주필 지음 / 쿠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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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 하면 연상되는 의미는 징그럽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최근의 외화의 영향으로 거미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 만화를 영화화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이야기와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 등장하는 거대한 거미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릴 적 우리들의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던 거미의 모습이 이제는 아파트 숲에 쌓여 있는 공간 중에 간혹 눈에 띄는 모습은 오래되어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외진 곳의 거미줄에 먼지만 쌓여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런 거미에 대한 이야기 책이라기에 책을 선택하여 읽었는데 별반 특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새롭게 접하는 거미의 이름과 생태의 모습은 너무나 간략한 메모수준의 이야기다 보니 그 거미의 모습과 생태 습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열악하게만 느껴진다. 한평생 거미를 연구한 학자의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에서 거미에 대한 특별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거미에 관련한 이야기라면 조금 더 심도 있는 연구관련 내용이 실렸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예를 들면 독거미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 독거미의 독 성분이 어떻고, 독을 축출하는 방법이 어떻고, 그 독을 가지고 실험하는 방법이나 독액의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를 알려주면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텐데…. 이 책을 보면서 어느 방송의 다큐멘터리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미에 대한 외국 영화로 아마 호주지역으로 생각된다. 벗어 논 신발을 신던 어느 사람이 신발 속에 들어가 있던 거미에게 물렸는데 그 독액에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겪으면서 심각한 마비증상이 있었던 이야기가 있었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생각난다. 어찌 보면 이런 거미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용과 비교할 때 책의 내용은 조금은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거미에 대한 궁금증은 많이 있다.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더맨이 과연 사람의 몸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가 있는가 에서부터 실질적인 거미줄의 인장강도가 강철보다도 강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 모습과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특정한 기사거리로만 알고 있어야 하는 수준인가를 되물어보고 싶다. 저자가 얘기하듯이 몇 십 가닥이 꼬여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과연 그 거미줄의 모습을 관찰하는 방법이나 실험하여 얻은 사진이 어떤지, 그리고 이런 거미들의 생활습성의 모습도 각종 실험들을 통해 보여진 이야기가 사진이나 도해를 통해 전달된다면 단지 징그럽다는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거미에 대한 속담이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아침에 보는 거미나 저녁에 보는 거미의 모습 속에 숨겨진 거미의 생태학적인 습성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또한 21세기의 청정 농약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거미의 외모나 거미줄에서 오는 선입견으로 대부분 터부시하고 있는데 이런 선입견들을 없애는데 있어 거미의 먹거리와 그 먹거리를 해결하는 방법 등이 더 자세히 소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에 읽었던 토머스 아이스너가 쓴 『전략의 귀재들, 곤충(원제 For Love of Insects,2005)』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 책에는 거미줄에 대한 이야기가 한 개의 장으로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거미줄에 나타난 특성에 대해 연구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의 토착 생물종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거미에 대한 이야기가 이런 궁금증들을 풀어주는 이야기로 실려 있는 책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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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두치 2012-07-2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거미에 대해 알아야해서 읽어봐도 괜찮을 듯 했었는데 이 서평을 읽어보니 제가 원하는게 이책에 없는 것 같네요 ㅎㅎ 많은 도움 되었서요 ㅎㅎ
 
마약 - 사용설명서 4
마이크 해스킨스 지음, 이민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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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마초, 코카인, 히로뽕(필로폰), 코카인, LSD, 마리화나, 아편 등 그 이름과 종류가 너무도 많다. 이런 마약에 대한 설명을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 이름이 그 이름 같다. 간혹 이런 종류의 마약과 관련하여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직업들은 예능과 관련된 직업이나 폭력과 연관된 이름들이 연상되어져 온다. 어찌 보면 이런 내용들은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내용 같으면서도 언론매체를 통해 들려 오는 이야기는 우리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내용의 경고성 멘트를 무척이나 많이 듣게 된다. 그런 마약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보면서 의문이 든다. ‘마약’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하는데 숫하게 많은 마약들의 이름들을 들으면 아 그것이 마약이구나 하는데 정작 마약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에는 무척이나 힘이 든다. 책에 소개되는 내용이지만 과거에는 신약으로 개발이 되어 치료제로 범용적으로 사용되었던 약물이 마약으로 분류되어 소지하면 법에 저촉 받아 죄인취급을 받게 되는 약물들이 무척이나 많다. 한때 이런 류의 약물은 아니지만 본드도 환각작용이 있어 판매에도 제한을 두고 있고, 지금도 구입 가능한 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물품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마약도 시대에 따라 마약이 되기도 하고 약품이 되기도 하나 보다. 마약에 대한 정의는 특정 성분의 작용원리에 대한 내용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까? 그런데 쉽게 이해되기 어렵다.

     이런 내용들로 따지면 무척이나 많다. 담배도 니코틴 성분에 의한 중독성이 있어 마약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알코올도 마챤가지 부류이고…. 책에는 일부 이런 애매모호한 마약에 대한 정의에 대해 논하는 내용은 아니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잡다한 이야기를 정리해 놓았다는 것에 있어 흥미롭다. 마약 밀매의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웃지 못할 일들에서부터 실험적인 마약에 대한 임상실험의 사례,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마약이야기는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짤막짤막하게 들었던 이야기를 짜깁기 하는 느낌이 든다. 책을 보다 보니 코카콜라나 7-Up이라는 청량음료의 개발과정 속에 지금은 마약으로 분류된 성분을 제거하여 일상에서 즐기는 음료이지만 그 이면에는 마약의 발전사와 연관이 있다는 것에 흥미롭다. 그렇다고 지금의 음료에 마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마약을 하는 느낌이 어떤 걸까? 살인적인 고통을 없애주고 잠시 잠깐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런 것은 치료제라는 생각도 드는데 멀쩡한 사람이 이런 쾌감을 느끼기 위해 마약을 한다만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다. 또 다시 정의에 대한 생각으로 되 돌아 온다. 쉽게 느껴 볼 수 있는 마약의 느낌을 저자는 책 마지막 부분에서 권하고 있다. 돈도 안 들고, 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다. 제자리에서 뺑글뺑글 도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어렸을 때 많이 해 봤던 행위이고, 그 결과는 어지럼증과 구토감인데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기억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래서 지금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런 느낌을 얻기 위해 마약을 하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건강을 해치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육체적인 고통이든 마음의 병이든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고통을 잠시 잊고자 빠져든 것이 마약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이런 생각은 어찌 보면 광고포스터나 홍보물에서 주입되었던 마약 퇴치 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홍보물의 내용 이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런 나의 선입견과는 달리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그저 마약과 연관된 내용을 쭈우욱~~ 나열해서 정리한 느낌의 이야기다. 마약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 마약을 만들고, 하고, 격었던 일들을 그저 보여주는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책 뒤에 찍혀있는 경고문—“경고 : 건강을 해치는 '마약, 그러나 읽는 것은 괜찮습니다!”—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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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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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기계, 유전자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던 『이기적 유전자』가 벌써 출간 30년을 넘어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 그만큼 이 책—이기적 유전자가 저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탁월한 글 솜씨에 엮여 널리 읽힌 생물학 관련 서적일 것이다.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저자의 후속작 『확장된 표현형』을 읽어 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제목은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와 닫는다.

     책의 뒷부분에 다니엘 데넷(Daniel C. Dennett, 1942~, 미국의 철학자)의 후기에 나와 있듯이 확장된 표현형은 전문가를 위한 책이라는 설명과 같이 내용이 어렵다. 마치 논리학 책을 보는 느낌이다.
     한 일례로 “a 유전자의 표현형은 A이고, b유전자의 표현형은 B인데, a와 b는 어떤, 어떤 관계에 있고……”로 이어지는 학설의 주장을 위한 현상과 그에 따른 논리적인 전개는 책상에 앉아 몇 번의 정독(正讀)을 해야만이 그 뜻을 이해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이해 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을 지하철의 출퇴근 길에서 졸며 봤으니 그 읽는 속도도 그렇고 내용 또한 머리 속에 남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렵다는 생각만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서문에서 얘기 했듯이 앞부분은 각종 이론적인 설명과 의견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고, 후반부 11장~13장에서 앞에 설명된 이론의 집약체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부분에 해당하며, 14장 생물체의 재발견은 새로운 개념의 생물체에 대한 정의가 충격적이다. 결론성격의 후반부의 내용은 언젠가 읽었던 기생충 관련 책—기생충 제국—의 내용이 연상된다. 우리 몸과 같이 하나의 거대 집합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에는 기생충—사람 중심의 표현으로 어느 특정 개체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빼앗아 가는 생물체로, 그 생물의 삶에 대한 의미보다는 왠지 나쁜 쪽의 이미지가 크게 느껴지는 단어이다—도 하나의 생물체를 이룬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생물체에 대한 정의라고 하겠다.

     확장된 표현형에 대한 정의와 설명을 위해 이끌어 내는 논리적인 설명은 어렵다. 간혹 학창시절 생물학 시간에 들어 봤던 각종 학설주창자—라마르크, 다윈, 등—의 생물학 관련 얘기는 그 내용에 대한 생각보다는 한번 들었던 용어 인데 하는 어렴풋한 기억이 책 읽는 중간에 잠깐 들었다가 재차 저자의 설명 속으로 들어 가면 헛갈리고 이해하지 못해 모호한 느낌 속에서 마지막 생물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읽으면서 각종 생물들의 삶의 형태와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들지만 그 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이 단지 학설로만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사람도 그 많은 생물체 중에 하나이며, 그 속에서 쳐다보는 모습이 자기 자신을 쳐다보면서 전체를 보려고 하는 욕심이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저자가 풀어서 설명하거나 저자의 관점에서 본 각종 생물현상과 진화론에 대한 각종 고찰은 생물학 관련 서적이라는 느낌 보다는 논리학 관련 서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어찌 보면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생물현상을 뒤에 숨겨져 있거나 사람의 눈에 나타나지 않는 뭔가의 작용에 의한 내용을 상상하면서 논리적인 유추를 하여 결론을 만들려고 하면 당연히 논리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리라 생각되지만 내용은 너무 어렵게 와 닿는다.

     이 지구상의 각종 생물체의 삶을 보면서 그 삶의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궁금증일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논리적인 추론과 그에 맞는 실험적이고 실증적인 관찰과 실험들은 신의 영역 속으로 하나 둘 찾아 들어가는 작업이리라 생각된다. 이런 작업이 인류의 삶이 끝나는 시점에 모두 알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생각하고 유추하는 이런 학설들의 내용이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라고 했던 내용들일 것이다. 과거에는 그저 그렇거니 하던 자연현상도 “왜? 그럴까?”라는 의문으로 바뀌면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그나마 상상으로 풀어보려고 하는 모습이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저자의 상상과 논리적인 설명은 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생물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런 시각 속에서 생물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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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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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모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식모(食母)는 사전적인 의미는 “1. 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 2 <역사>관아에 속하여 부엌일을 맡아 하던 여자 종”으로 나와 있다. 한 때 1960~70년대의 저임금 노동자에 속했던 직업의 한 형태였고, 간혹 TV드라마에서 부잣집을 배경으로 간헐적으로 보여지는 직업 중에 하나였다. 최근에는 시간제 가사노동을 지원해 주는 파출부(派出婦)라는 형태로 변화 되었으며, 역시 내가 모르는 부잣집에서는 아직도 식모라는 직업이 일부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동의 장소에 상주하느냐에 따라 그 용어의 형태가 구분되고 있다. 이런 ‘식모’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 주변에서 많이 없어진 직업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식모라는 단어가 책 제목에 끼어 있다. 더군다나 ‘수상한’이라는 형용사에 의해 수식되어지는 식모에 대한 이야기가 쉽게 이 책의 내용을 가름하기가 어렵게 한다.

     ‘수상한 식모들’이라는 책의 제목과 ‘호랑아낙’은 이 책의 주제어로 그 의미 해석이 난감하다. 소설을 읽으면 단군설화—곰과 호랑이의 쑥과 마늘 먹는…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연관되어 내려오는 우리 전동 전래동화의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 단군설화나 전래동화의 내용이 역사적 문헌이나 자료가 없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는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도 있고, 일부는 일제 강점기의 왜곡에 의해 윤색된 내용도 있겠고, 어찌 되었든 옛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었든지, 책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든지 그 느낌은 막연하고 꿈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끌어 낸 수상한 식모들의 이야기는 책 제목에서부터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지면서 엉뚱한 상상의 산물이지 않나 생각된다.

     등장하는 주인공 신경호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수상한 식모들의 이야기는 섬뜩한 면도 있고, 기발한 느낌도 들고, 때로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수상한 식모에 의해 몽환적인 유년기를 보내고, 그들로부터 가정의 파탄을 맞는 상황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시종일관 느껴진다. 이런 식모들의 모습이 단국설화에서 시작하여 호랑각시로 만들어지고 수상한 식모로 바뀌어 이어지는 이야기는 황당한 느낌이 들지만, 소설의 후반부에는 들어서 수상한 식모들의 활동(?)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진다. 늘 접하던 평범한 상황에서 어느 순간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혹시 수상한 식모에 의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어찌 보면 앞에 들려주는 수상한 식모들의 모습들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최종에는 일상에서 느끼는 왠지 모를 이상함이 혹시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일까?

     중학교 때 국어시간이었던 것 같다. 단국설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다. 당시 단국설화는 단지 옛날 옛날의 꿈 같은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의 새로운 해석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인상에 와 닿았던 생각이 난다. 곰 토템과 호랑이 토템을 지닌 부족의 싸움에서 호랑이 토템 족의 패배는 결국 단국설화의 원 이야기로 전해지는 웅녀의 탄생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헌데 이 단군설화에서 곰 토템에 망한 호랑이 토템족의 행방은 이야기에서 사라진다. 그 이야기를 호랑각시라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들려주는 수상한 식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라 생각된다. 단지 상상의 이야기로 느끼고 읽으면 되는데 자꾸 현실과 빗데어 생각하다 보니 너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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