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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생존기계, 유전자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던 『이기적 유전자』가 벌써 출간 30년을 넘어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 그만큼 이 책—이기적 유전자가 저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탁월한 글 솜씨에 엮여 널리 읽힌 생물학 관련 서적일 것이다.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저자의 후속작 『확장된 표현형』을 읽어 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제목은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와 닫는다.
책의 뒷부분에 다니엘 데넷(Daniel C. Dennett, 1942~, 미국의 철학자)의 후기에 나와 있듯이 확장된 표현형은 전문가를 위한 책이라는 설명과 같이 내용이 어렵다. 마치 논리학 책을 보는 느낌이다.
한 일례로 “a 유전자의 표현형은 A이고, b유전자의 표현형은 B인데, a와 b는 어떤, 어떤 관계에 있고……”로 이어지는 학설의 주장을 위한 현상과 그에 따른 논리적인 전개는 책상에 앉아 몇 번의 정독(正讀)을 해야만이 그 뜻을 이해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이해 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을 지하철의 출퇴근 길에서 졸며 봤으니 그 읽는 속도도 그렇고 내용 또한 머리 속에 남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렵다는 생각만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서문에서 얘기 했듯이 앞부분은 각종 이론적인 설명과 의견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고, 후반부 11장~13장에서 앞에 설명된 이론의 집약체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부분에 해당하며, 14장 생물체의 재발견은 새로운 개념의 생물체에 대한 정의가 충격적이다. 결론성격의 후반부의 내용은 언젠가 읽었던 기생충 관련 책—기생충 제국—의 내용이 연상된다. 우리 몸과 같이 하나의 거대 집합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에는 기생충—사람 중심의 표현으로 어느 특정 개체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빼앗아 가는 생물체로, 그 생물의 삶에 대한 의미보다는 왠지 나쁜 쪽의 이미지가 크게 느껴지는 단어이다—도 하나의 생물체를 이룬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생물체에 대한 정의라고 하겠다.
확장된 표현형에 대한 정의와 설명을 위해 이끌어 내는 논리적인 설명은 어렵다. 간혹 학창시절 생물학 시간에 들어 봤던 각종 학설주창자—라마르크, 다윈, 등—의 생물학 관련 얘기는 그 내용에 대한 생각보다는 한번 들었던 용어 인데 하는 어렴풋한 기억이 책 읽는 중간에 잠깐 들었다가 재차 저자의 설명 속으로 들어 가면 헛갈리고 이해하지 못해 모호한 느낌 속에서 마지막 생물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읽으면서 각종 생물들의 삶의 형태와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들지만 그 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이 단지 학설로만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사람도 그 많은 생물체 중에 하나이며, 그 속에서 쳐다보는 모습이 자기 자신을 쳐다보면서 전체를 보려고 하는 욕심이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저자가 풀어서 설명하거나 저자의 관점에서 본 각종 생물현상과 진화론에 대한 각종 고찰은 생물학 관련 서적이라는 느낌 보다는 논리학 관련 서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어찌 보면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생물현상을 뒤에 숨겨져 있거나 사람의 눈에 나타나지 않는 뭔가의 작용에 의한 내용을 상상하면서 논리적인 유추를 하여 결론을 만들려고 하면 당연히 논리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리라 생각되지만 내용은 너무 어렵게 와 닿는다.
이 지구상의 각종 생물체의 삶을 보면서 그 삶의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궁금증일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논리적인 추론과 그에 맞는 실험적이고 실증적인 관찰과 실험들은 신의 영역 속으로 하나 둘 찾아 들어가는 작업이리라 생각된다. 이런 작업이 인류의 삶이 끝나는 시점에 모두 알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생각하고 유추하는 이런 학설들의 내용이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라고 했던 내용들일 것이다. 과거에는 그저 그렇거니 하던 자연현상도 “왜? 그럴까?”라는 의문으로 바뀌면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그나마 상상으로 풀어보려고 하는 모습이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저자의 상상과 논리적인 설명은 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생물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런 시각 속에서 생물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