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이야기 - 상 -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정도영 옮김 / 한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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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이야기 시리즈를 쓰기 전에 썼던 책인가 보다. 초기에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 대작—전 15권을 15년에 걸쳐 쓴 『로마인이야기』 시리즈를 쓰기 전의 내용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그렇게 유추 된다—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하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저자의 글 쓴 연대에 따라 읽는 것 보다는 시대 순으로 읽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로마인이야기에 매료되어 초기 5~6권을 몰아서 읽어 가면서 어느 순간 매년마다 출간되는 저자의 역작을 한 권 한 권 기다리면서 결국 전 15권을 모두 읽었지만 이후 느껴져 오는 것은 왠지 모를 허탈감에 쌓여 있었고, 로마인들의 위대한 역사가 너무도 흐지브지 하게 흩어지는 모습에 아쉬움이 남았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러다 보니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세망사』를 간략집으로 읽다 보니 그 내용 또한 애매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후 읽게 되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하』는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무역강국의 쇠망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452년 훈족 아틸라를 피해 개펄을 개척하여 천연의 요새를 만들어 삶의 터전을 쌓아 공화국으로 개국하여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1797년 멸망할 때까지의 근 1,345년의 천 년을 넘게 이어져 온 베네치아공화국의 흥망성쇠의 모습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들 말한다. 흥하면 쇠하고, 쇠하면 다시 일어나 흥하는 시기를 겪는다고 하는데 그런 인류사의 역사 중에 1천 년이 넘는 시간 속에 그 살아 있는 삶을 이어져 왔던 여러 역사적 사실 속에서 베네치아공화국의 삶은 독특하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현대의 전세계 수백 개의 나라들로 분할되어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의 원조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런 단적인 내용으로 정보전에 대한 베네치아인들의 사고가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어느 시대이건 정보가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특히 현대에 있어서는 정보는 곧 힘을 뜻하는 것으로 도시국가로 해양국을 지향하면서 무역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힘이 결국 정보력이라는 것을 베네치아인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 나라의 부존 자원만으로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므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정보력의 힘이 그 나라의 힘을 보여주는 기본 척도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흥미롭게 느껴지는 대목은 공화정 체계를 들 수 있겠다.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초기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 정치가 카이사르를 기반으로 아우구스투스에 의한 원수정으로 넘어가면서 변화되는 로마시대의 흥망성쇠는 1인 통치체계의 병폐를 많은 부분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내용을 베네치아는 없애기 위해서 그런 것일까 철저한 공화정 정치를 실현하면서 1천 년의 역사를 엮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6인 위원회, 10인 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통한 정보의 분석과 위기상황의 대처는 작은 도시국가가 지중해를 호령하면서 무역강국의 입지를 만들 수 있었고, 대 터키제국에 당당하게 맞서 자국의 이익과 영리를 챙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과정 속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해당하는 권력층의 희생과 헌신은 전국민을 일치단결 시켜 국난극복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명심하고 되새겨야 할 내용이라 생각된다. 경쟁국 제노바에 의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해쳐나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모습 중에 하나는 마지막 베네치아공화국의 멸망의 시기에 벌어지는 그들의 모습일 것이다. 결론은 힘의 부재가 죽음이라고 할 수 있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한 내용으로 해상강국의 면모도 육군의 존재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중립국 선언은 결국 강대국에 휘둘리는 모양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한 멸망은 당연한 귀결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에 따른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도층의 무능력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멸망의 순간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집약되어 하나의 결과로 나타나는 집약체의 모습일 것이다. 일부 경고성 메시지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이유는 부흥기의 찬란한 영광 속에 어렵고 힘든 시절의 아픔을 잊어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베네치아공화국의 화려한 1천 년의 역사를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으로 그려낸 역사를 보면서 베네치아—지금은 베니스로 알려지면서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베니스영화제가 생각난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난다. 지도나 구글의 지도검색을 통해 베니스의 지리적 특성과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면서 저자의 설명에 책상에 앉아 조금이나마 맛보려고 하지만 그 느낌은 크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진짜로 그곳에 가서 저자가 얘기하는 모습들을 눈으로 몸으로 느껴야 만이 1천 년의 역사를 창조한 베네치아공화국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권으로 엮어진 이 책 『바다의 도시 이야기-상,하』는 5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쉽게 빠르게 읽혀지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로마인이야기』에서처럼 지도나 삽화, 도해 등이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바탕이 되어 『로마인이야기』에서는 많은 지도와 삽화 등을 추가하여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저자의 전쟁 역사물 『콘스탄티노플 함락』, 『로도스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의 전쟁시리즈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전쟁이야기로 읽어 보고 싶게 하는 마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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