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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평점 :
식모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식모(食母)는 사전적인 의미는 “1. 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 2 <역사>관아에 속하여 부엌일을 맡아 하던 여자 종”으로 나와 있다. 한 때 1960~70년대의 저임금 노동자에 속했던 직업의 한 형태였고, 간혹 TV드라마에서 부잣집을 배경으로 간헐적으로 보여지는 직업 중에 하나였다. 최근에는 시간제 가사노동을 지원해 주는 파출부(派出婦)라는 형태로 변화 되었으며, 역시 내가 모르는 부잣집에서는 아직도 식모라는 직업이 일부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동의 장소에 상주하느냐에 따라 그 용어의 형태가 구분되고 있다. 이런 ‘식모’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 주변에서 많이 없어진 직업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식모라는 단어가 책 제목에 끼어 있다. 더군다나 ‘수상한’이라는 형용사에 의해 수식되어지는 식모에 대한 이야기가 쉽게 이 책의 내용을 가름하기가 어렵게 한다.
‘수상한 식모들’이라는 책의 제목과 ‘호랑아낙’은 이 책의 주제어로 그 의미 해석이 난감하다. 소설을 읽으면 단군설화—곰과 호랑이의 쑥과 마늘 먹는…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연관되어 내려오는 우리 전동 전래동화의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 단군설화나 전래동화의 내용이 역사적 문헌이나 자료가 없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는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도 있고, 일부는 일제 강점기의 왜곡에 의해 윤색된 내용도 있겠고, 어찌 되었든 옛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었든지, 책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든지 그 느낌은 막연하고 꿈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끌어 낸 수상한 식모들의 이야기는 책 제목에서부터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지면서 엉뚱한 상상의 산물이지 않나 생각된다.
등장하는 주인공 신경호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수상한 식모들의 이야기는 섬뜩한 면도 있고, 기발한 느낌도 들고, 때로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수상한 식모에 의해 몽환적인 유년기를 보내고, 그들로부터 가정의 파탄을 맞는 상황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시종일관 느껴진다. 이런 식모들의 모습이 단국설화에서 시작하여 호랑각시로 만들어지고 수상한 식모로 바뀌어 이어지는 이야기는 황당한 느낌이 들지만, 소설의 후반부에는 들어서 수상한 식모들의 활동(?)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진다. 늘 접하던 평범한 상황에서 어느 순간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혹시 수상한 식모에 의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어찌 보면 앞에 들려주는 수상한 식모들의 모습들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최종에는 일상에서 느끼는 왠지 모를 이상함이 혹시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일까?
중학교 때 국어시간이었던 것 같다. 단국설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다. 당시 단국설화는 단지 옛날 옛날의 꿈 같은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의 새로운 해석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인상에 와 닿았던 생각이 난다. 곰 토템과 호랑이 토템을 지닌 부족의 싸움에서 호랑이 토템 족의 패배는 결국 단국설화의 원 이야기로 전해지는 웅녀의 탄생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헌데 이 단군설화에서 곰 토템에 망한 호랑이 토템족의 행방은 이야기에서 사라진다. 그 이야기를 호랑각시라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들려주는 수상한 식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라 생각된다. 단지 상상의 이야기로 느끼고 읽으면 되는데 자꾸 현실과 빗데어 생각하다 보니 너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