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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란 제목을 보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얘기라는 것은 들었지만 과연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소설의 중반을 넘어서는 과정까지 읽으면서 혹시 태양은 이슬람 남자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과연 이슬람 사회의 실상이 이런 남녀차등의 역사이고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수천 개의 찬란한 남성들 중심의 사회를 가리키는 책의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마리암」과 「라일라」는 이 소설의 중심 인물이다. 마리암은 10세 전후에서 시작되어 죽기까지 약 40세 초 중반까지의 이야기라고 하면, 라일라는 마리암보다 15세 정도의 차이를 두고 30대 중반까지의 내용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중심인물의 연령일 것이다. 두 주인공의 나이로 보면 모녀 관계—15세에 출산을 한다는 것이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는 무척이나 조숙한 내용이지만—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마리암이 “하라미”—후레자식이라고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의미는 이슬람 사회에서 정식결혼에 의해 태어나지 않은 자식을 모두 일컷는 말—로 놀림을 받으며 박복한 삶은 이어가는 모습이고, 라일라는 나름의 교육을 받으며 꿈 많은 소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두 주인공의 성장배경과 내용은 다르지만 전쟁의 상처와 자의든 타의든 남편으로 선택된 라시드의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여인의 삶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슬람 사회,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적 배경과 같이 엮어져 들려주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눈물 나는 이야기다.
이슬람 사회,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의 모습이 일부다처제도가 인정되고, 15,6세에 결혼하고, 남성의 동의가 없는 어떠한 경제활동이나 외출까지도 제한 받는 그런 사회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할 때의 상황을 소설 속에서 그려지고 있고, 신문지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토대로 하면 이런 이야기는 허구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제도와 생활 모습을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 볼 때 과연 이런 사회상이 좋다, 나쁘다 할 수 있는 내용은 분명 아니지만 너무 갑갑하고, 짜증나는 내용이다. 또한 슬픈 이야기이고….
소설 속의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과거 조선사회의 모습 또한 전혀 다른 내용은 아닐 것이다. 남녀차별이 있고, 행동의 제약이 있는 모습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이슬람 사회의 모습을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은 분명 아니지만 사회적 배정이나 역사적 배경 속에 겪어야 하는 전쟁의 모습은 여자와 어린이에게 고통의 시간을 안겨주는 결과가 되었다. 그런 속에 종교적인 관습과 전통은 특히 여자들에게 인내의 시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들만의 사회적 배경 속에 지금까지 만들어져 온 역사적 배경이 ‘부루카’라고 하는 의복이 탄생하는 것이고, ‘하라미’라고 하는 태생에 대한 박해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부루카’나 ‘하라미’라고 뜻하는 의복과 단어의 의미를 가진 우리의 것들도 찾아 보면 분명 대응되는 내용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면 외세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고, 그 전쟁 속에서 서로의 이권다툼을 할 때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간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소설의 말미에 들려주는 희망의 이야기는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 부분에 들려주는 두 여인의 삶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희망적인 내용이 약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생각이 드는 내용이 소설 속에 보여지는 이슬람 사회의 진상은 과연 이 모습이 전부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이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사회의 여성들의 삶의 모습이 모두 이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있을 것이다. 전쟁의 와중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충격적인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의 삶의 모습이 이슬람 사회 속의 모습들과 겹치면서 과거 우리들의 역사와 자꾸 대비되어 오는 느낌은 왜 일까? 이슬람 사회의 실상의 모습 보다는 전쟁에 의한 문제가 사회제도와 결부되어 소설 속의 내용과 같은 비극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쟁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칫 소설의 내용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오해를 불러오고 이런 사회제도의 전반적인 간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쟁의 참상이 빚어내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 하루 빨리 없어 지고, 새로운 희망의 불씨 속에 스스로 삶의 방법을 찾아 내야 할 것이다.
가슴 아프고 슬픈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칫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만들어 내어 또 다른 전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전쟁에 의해 빚어진 비극의 내용이 이런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슬람과 연계되어 느껴지는 모습이 약소국의 비극의 단면처럼 느껴진다. 과거 우리의 역사도 이와 같은 모습이 한때는 있었던 것을 자꾸 되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