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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ㅣ 열림원 이삭줍기 20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이선희 옮김 / 열림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상적인 성적 성향에 대해 흔히들 이야기 하고 있는 단어는 2가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 하나는 “사디즘(sadism)”이고 다른 하나는 “마조히즘(masochism)”일 것이다. 사디즘은 흔히 가학증(加虐症)이라고 하고, 마조히즘은 피학(被虐)적인 성애라고들 얘기한다. 그런 내용으로 이 소설은 이성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인 피학적인 성애를 그리고 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미모이면서 돈 많은 여인 반다에 대한 주인공 나인 제베린은 반다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반다가 맨몸에 모피를 입고 휘두르는 육체적인 고통—여느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가죽옷이나 비닐옷을 입고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은 아니지만 채찍이 등장한다—을 받고, 인격적인 모욕과 학대를 즐기는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다.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어떤 행위와 말에 대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이야기의 내용이 이해 할 수 없는 내용이다 보니 읽기에는 무척이나 지루함이 느껴진다. 표현되어 있는 내용도 그저 그런 내용이고. 1870년에 쓰여진 소설이다 보니 성적으로도 다양하고 더 자극적인 내용이 많은 지금에서 보면 소설 속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야기의 내용은 좀 지루함이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느껴지는 내용은 너무 세속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돈 많은 여인이기에 그녀의 학대와 핍박을 달갑게 받아 들일 수 있고, 그녀의 하인으로도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본을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삶의 풍요를 만들 수 이는 많은 것들 중에 우선으로 꼽히는 요소이다. 그런 돈을 쉽고 편하게—반대로 채찍을 맞든지 아니면 인격적 모독 등이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즐기는—얻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은 아닐까?
‘사디즘’이다 ‘마조히즘’이다 하면서 비정상적인 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어려운 단어들에 따라붙는 가학이다 피학이다 하는 이야기의 느낌이 그 어원에 들어가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의미로 어떤 성격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되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별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