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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행기 1
이윤희 지음, 카라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신화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고대 단군 신화를 어려서부터 듣고, 읽고 자란 나에게 신화란 어쩐지 신비감 가득한 존재로 다가온다.. 더 멀리 바라본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리스로마 신화나 이집트 신화같은.. 아무튼 어린 시절, 혹은 중 고등학교 시절을 온통 동경으로 잠못들게 했던 그 신화들.. 때론 잔혹한 아름다움과 비할데 없는 광폭으로 치닫기도 했던.. 그래서.. 참.. 신이란 이상한 존재다.. 그랬던 많은 작품들이었다.. 만화에선 참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또.. 그 때 그 때의 유행을 민감하게 잡아내기도 한다..
이 만화 <천행기>는 초절정 깜찍 팬터지라는 수식어가 그저 웃음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어라? 그냥 잡지에서 봤을 땐..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냥 <천행기>였었는데.. 언제 이런 수식어가 붙었을까.. 신화에.. 천녀.. 천상계.. 이런 배경을 갖고 있지만.. 이 만화는 작가의 수식어대로 어쩐지 팬시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남장을 해서 적토계(지구)로 내려와 평범한(글쎄.. 그렇게 평범해 보이지는 않지만--;) 고등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는 천녀라..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도는.. 아직까진 베일에 쌓인 이상한 남자 비월.. 팬터지물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주작, 현무, 봉황, 백호의 네 명의 신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아직까지는 1권.. 시작에 불과하다.. 주인공 동영이가 뭐 어쨌든 천녀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중에 그의 어마어마한 능력이 밝혀질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지금 현재는.. 악귀가 유난히 잘 들러붙고 귀신에 잘 씌이는 기가 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4신이 나서서 악귀를 물려쳐 주거나.. 아님 비월이 짠짜잔~ 하고 나타나 동영을 구해 준다..
글쎄.. 약간은 이런 식은 곤란하지 않을까..
주인공이라면 자신의 몸을 지키는 카리스마 뿐 아니라 여차하면 주위 사람들도 구할 수 있는 정의롭고 용기있는 그런 존재 아니었던가.. 뭐.. 초절정 깜찍 팬터지에서.. 그런 걸 바란 것은 무리였던가.. 팬터지나 신화도 이런 소재와 겹쳐지만.. 가볍기도 코믹스럽게도 변하는구나.. 싶은 것이 새삼스럽다.. 신화라면 진지하고 무겁고.. 깔끔하고 예쁜 그림에.. 빨아들일듯한 신비로운 스토리에 멋진 주인공들.. 그런 선입견을 가졌었다.. 지금까지의 만화나 소설에서 다루어진 신화들은 그렇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있었었다..
아.. 그렇다고 <천행기>가 매력이 없단 말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조금쯤 새로움과 진부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할까.. 자기가 그리고 싶은 세계와 독자들이 원하는 세계.. 분명히 딜레마가 생길법한 일이다.. 독자가 한둘도 아니고 그에 맞추자면 한도 끝도 없을테고.. 그렇다고 무작정 자기 생각대로만 할 수도 없을테고..^^
앞으로의 이야기는 천계에서 가출(?)한 동영이와.. 그런 동영의 신분을 알면서도 주위를 맴도는 의뭉스런 비월의 정체.. 그리고.. 알콩달콩 양념을 더해주는 4신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