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 오렌지 9 - 완결
윤지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윤지운 작가의 「시니컬 오렌지」가 9권으로 완결되었다. 이 작품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사랑 이야기다. 지독한 사랑 이야기. 누구라도 한 번 더 돌아볼 만큼 아름답지만 오래전부터 신비에 의해 길들여지고, 어쩌면 신비의 지독한 사랑에 기대고 있는 황혜민. 그런 혜민을 철저히 외부 세계와 격리시키며 자신이 만든 얼음성 안에 가두고 고립된 사랑을 하는 오신비. 신비를 바라보면서도 그들과 어정쩡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는 허소류. 그런 그들의 삶에 예고 없이 불쑥, 너무나도 깊이 들어선 장마하.

  오랫동안 철저히 외롭게, 신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주님이 되어버린 혜민은 신비의 사랑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이용해왔고, 신비 또한 ‘사랑’이란 이름으로 혜민을 구속 해 왔다.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지 않지만 그들은 신비가 하는 사랑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신비가 불쑥 나타난 마하를 혜민의 삶에 끼어들도록 버려 둔 것은 마하라면, 마하처럼 가볍고 진지함이라고는 없는 녀석이라면 혜민이나 마하 모두 절대로 진심이 될 리 없다는 자만 탓이려나.

  그러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 아니던가. 가볍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마하가 그들의 유리 성을 부수기 시작했다. 신비의 사랑을 놓지 못하면서도 마하의 밝음에 기대어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혜민. 그런 혜민을 보며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신비. 그들의 치열한 사랑의 결말을 어느 정도 예감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완결 편을 펼쳐들었다.

  결과론으로 말하자면, 뭐 결국은… 이거였어? 정도려나.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른 허를 찌르는 반전(?)도 나름 기대했었다는. 완결 편을 읽고 나니 어쩐지 허무해져서 한동안 멍해지기도 했다.   

  수 세기에 걸쳐, 아니 어쩌면 태고 적부터 “사랑”은 모든 예술의 변함없는 화두가 되어왔다. 비단 예술작품에서 뿐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형태로 “사랑”은 다루어져 왔으며, 실생활에서도 사랑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삭막할까? 그러나 대중가요의 노래 가사에서, TV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너무도 간단하게 사랑이 전부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목숨 걸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후에는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거나 사랑의 실패에 좌절하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실연에 낙담하여 선택적 죽음을 결심하는 몇 곱절의 확률로 작품 속 그들은 사랑을 잃고 죽어간다.

  현실에서 과연 사랑이 삶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현실에선 사랑 때문에, 사랑에 목숨 걸고, 사랑이 전부인 냥 살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 속에서 묘한 위안을 얻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시니컬 오렌지」를 통해 얻은 대리만족이라면, 글쎄 혜민이처럼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하하하~ 작품 속 지독한 사랑은 어느 정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지만 현실에선 그다지 경험하고 싶지 않음? 어쨌든, 결말은 조금 맘에 들진 않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엔 즐거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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