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미션 1
후지 아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순정만화, 특히 학원 연애물을 질리도록 본 독자라면 표지와 앞의 몇 페이지만 펼쳐보더라도 이후의 전개는 빠삭하게 머릿속에 입력되어질 것이다. 흡사 오랫동안 TV 드라마를 즐겨 보던 시청자가 드라마의 향후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는 것처럼…….

  <스위트 미션>은 그간 질리도록 보아온 일본판 학원 연애물이다. 물론 다소 특이한 설정이 몇 군데 등장하긴 하지만 남녀공학의 고등학교, 특히 학생회가 배경인 작품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다. 어쨌든 1권에선 본편의 ‘Lady M을 찾아라.’라는 에피소드와 함께 다른 두 가지 단편이 실려 있으며, 2권에선 조금 더 진도가 나간다고 해야 할까. 몇 가지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다.

  단짝친구 마이코가 학생회의 브레인이자 최고 인기남인 모리시타 선배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후, 며칠 째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걸 계기로 아카리는 모리시타를 찾아가고 쌀쌀맞고 냉정한 모리시타의 겉모습을 보고 처음엔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결국은 친구를 납치한 범인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모리시타 선배는 한 순간 정의의 기사로 돌변한다. 게다가 어쩐 일인지 이 사람과 자꾸만 부딪치게 된다. 오호~

  여기서 잠깐! 로맨스 만화 남자주인공의 필수 조건!

  잘 생기고 스포츠 만능에 머리 좋은 데다 권력(보통 반장, 학생회장에 심지어 기숙사 사감까지 있음)까지 두루 갖춘 완벽한 왕자님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 싸가지 없음은 기본이요, 가끔 섹시하기까지 해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인기에 수많은 여인네들의 대시를 받지만, 결코 거절한다. Why? 이 냉혈꽃미남의 큐피트의 화살은 당연히 여자 주인공의 몫!!

  이런 남자주인공의 얼음 같은 심장에 제대로 꽂힌 여자주인공은 어떨까?

  여자주인공은 순정만화 열혈독자들의 대리만족감을 몹시 충족해 줄 수 있어야 하므로 결코 빼어난 미모를 가져서는 안 된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어쩐지 꽤 인기가 있으며, 남자주인공과는 악연으로 만나서 서서히 가까워진다. 결코 눈치가 빨라서는 아니 되며(눈치 없고 둔한 설정은 만국공통의 법칙), 그러므로 남자주인공이 그렇게나 들이댈지라도 시종일관 ‘쟤가 왜 저러지?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을까?’라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일 뿐이다. 온갖 에피소드를 거쳐 남자주인공과 사귀는 사이가 되었을 지라도 지나친 자신감 결여로 끊임없이 고민에 빠지고, 남자친구의 첫사랑이라도 나타났다 치면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완벽 냉미남 남자주인공과 어리버리 여자주인공의 하트의 방향은?

  평범한 만남은 사절! 삼각관계는 필수! 보통 악연으로 시작하여 티격태격하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정이 들어버리는 케이스가 부지기수. “세상에서 제일 싫어.”라고 끊임없이 외쳐 대지만, 어쩐지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존재가 되고 그러다가 덜컥 므흣한 스킨쉽을 동반한 후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둘 사이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싶으면 반드시 남자주인공의 첫사랑이라던가 여자주인공의 주위를 배회하는 남정네가 등장하여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주인공의 사랑은 변함없이 해피엔드를 맞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열광하며 보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듯 잦은 우연과 온갖 법칙이 난무하는 그렇고 그런 순정만화에 끊임없이 매료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인공 A와 B가 결국에는 해피엔딩이라는 흐뭇한 결론에 이를 것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그들 사이의 밀고 당기는 연애의 과정을 지켜보는 묘미랄까. 둔하고 답답한 여자주인공을 보면서, “혹시 나도 여주인공처럼 얼빵하게 굴면 순정만화 속 샤방한 꽃미남이 대쉬해 오진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는다면, 그건 아직 순정만화계에 막 입문한 순진한 독자의 속내일 테다. 순정만화에 통달한 독자라면, 만화 속 어리버리 여주인공에게 갖는 감정은 “나는 저러지 말아야 겠다.” 혹은 “남자가 저 정도 눈치를 준다면 잽싸게 캐취해서 재빨리 내 껄로 만들어야지.”라는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훈남의 결정체 남자주인공에게 느끼는 감정은 말 그대로 현실에선 절대 채워지기 힘든 대리만족이다.

  <스위트 미션>은 독자들이 기대하는 온갖 순정만화 법칙이 난무하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권을 찾게 되는 이유는, “거봐. 내 말이 맞잖아. 그렇게 된다고 했잖아.” 식의 예언에 대한 확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쯤은 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랄까. 썩 독특하진 않지만, 나름 매력 있는 즐겁고 유쾌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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