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2
이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청춘, 그 단어가 주는 느낌마저도 찬란하고 푸르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러한 젊음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청춘의 정점에 있다. 이 만화 <절정>의 두 주인공 한새와 모토 역시 그 푸릇한 젊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발산한다. 전작 <넌 너무 멋져>에서도 살풋이 드러난 작가의 보이즈 러브 취향은 이번 작품 <절정>을 통해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몇 년 전이라면 메이저급 잡지, 그것도 국내 최장수의 순정만화잡지인 윙크에서 이처럼 과감하고 적나라하게 동성애가 묘사되는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탓일까, 검열의 잣대가 흐려진 탓일까. 그도 아니면 요즈음 소위 말하면 뜨고 있다는 야오이의 성장세 때문일까. 암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듯 이 작품 <절정>은 제목 그대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만화가 이영희의 인기도 정점에 올려놓았다.

  그렇다면, 이토록이나 독자들이 <절정>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정>을 즐겨보는 독자들이 모두 동인녀라서? 지금까지 음지에서만 떠돌던 동성애란 소재를 과감하게 양지로 끌어올린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 뭐,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취향이 시대의 흐름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는 데 인기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연애는 타이밍이라고…….

  비단 ‘연애’에서만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스타나 작품도 시대를 잘 만나야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고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데뷔 초 너무나도 혁명적인 모습으로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서태지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 문화대통령’이란 칭호로까지 불리우며 대중을 휘어잡은 건 그만큼 시대가 원하는 코드와 서태지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영화계에 <왕의 남자>가 있다면, 만화계에는 <절정>이 있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지금 현재의 문화계의 코드와 <왕의 남자>나 <절정>의 인기를 여실히 드러내 주는 문구일 것이다. 만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매체이며, 인기를 먹고 사는 문화상품이긴 하지만,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독자가 아닐까 한다. 물론 만화가 미치는 대중적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문화를 문화 그 자체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나는 것 아닐까.

  지나고 보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젊음, 그 푸릇한 청춘이 아닐까. 젊은이여, 청춘을 즐겨라. 그리고 <절정>에 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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