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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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두시오!!"

무언가에 쫓기듯이 항상 잰 걸음으로 정처없이 떠돌던 좀머 씨.... 그의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사회는 끊임없이 정형화된 인간의 모습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각종 자격증시험,  토익,

토플 등의 시험 등에 치여 산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은 으레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것들이다. 그것에

몰두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조언을 한다. 덮쳐 오는 압박감이 두려워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나만의 것에 몰두하면 몰두할수록 주위 사람들의 질책은 크기가 더해져 집요하게

 나를 쫓아온다. 책 속의 피아노 선생님처럼 남을 멋대로 판단하고 평가하며 기대하는 것이 우리

사람들이다. 자세히 관여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지레 짐작으로 타인을 자신만의 틀에 맞추려고 한다.

무언가 해야만 하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어느새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좀머 씨의 목표는 죽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재촉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던 그의 걸음은 어느샌가 

그 목표를 상실하여 정처없는 방랑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죽음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하였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중얼거린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두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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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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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모계중심사회를 꿈꾸어 봤음직 하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여성상의 이미지는 다소곳하고 수동적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개념의 여성상이 남성상으로 둔갑한다. 남성과 여성의 일반적인 행동양상의 이미지가 바껴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상의 성차별 요소까시 역할을 바뀌어져 있다. 예로,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움'이라 부르고 남성들은 '맨움'이라 부르는데 일반적인 인간을 지칭하는 말로써 '움'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남성들은 치마를 입어야하고 항상 '페호'를 착용해야 한다. 페호는 페니스를 받쳐주는 의상을 지칭하는데 저자의 재치있는 발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장을 가진 여성들은 집안일과 직장일 중 한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녀들은 슈퍼우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저자는 30여전에 일찌감치 지적하였고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방편으로 서술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갈리아라는 세상속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남자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맨움해방주의자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는 인과관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성차별이 행해지는 사회속에서 가시화 될 수 있는 문제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구성이 산만하다. 비록 그 문제들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성차별과 관련된 부조리에 관해서 여러가지 각도에서 짚어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겁게 다루고 있지 않고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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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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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바쁘게 보내는 것이 어느새 당연한 듯이 되어 버렸다.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그 사실을 나중에서야 겨우 알게 되고, 나는 친구에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따지곤 한다. 사실, 친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친구에게 관심을 쏟았으면 알았차렸을 터이다. 친구 하나하나의 표정, 손짓, 말투 등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몸짓의 미세한 변화는 우리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변화를 인지하게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굳이 문자나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가 여러 감각을 통하여 느낄 수 있고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압박을 잠시 잊어 버리고 숨을 트여준 후 여유를 갖게 한다. 과거에 대한 추억, 사연이 어려 있는 물건 등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감상에 젖어 내가 그때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였는지 떠올리게 한다.

※ 인상적인 구절 : 멈추지 않는 시간은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하염없이                                 품기위해 흘러간다.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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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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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온실 속의 화초같다는 말과 가장 잘 부합된다. 고이 자라나 순진하고 

솔직한 성격의 주인공은 근래 보기 드문 인물상이다. 아무 대책없이 모든 일을 하려는 모습은 마냥

어린애 같기도 하지만 좌충우돌 부딪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옳고 그름이 확실하지만 말솜씨가

없고 눈치 없는 주인공이 그래도 애정 어리다. 일단 어리숙해 보이면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다. 사람이 착하기만 하면 사기 당하여 좌절하기 십상인데

주인공인 도련님은 교감-'빨간 셔츠'와 미술선생-'떠버리' 에게 이용당하기는 했으나 그 후에 홋타선생-

'거센바람'과 합세하여 그들을 혼내주니 무척이나 통쾌하다.  세상의 등쳐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응징한

기분마저 든다.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는  짤막한 에피소드 형식의 글이고  '런던탑' 은 런던탑

에 대한 나의 묘사와 공상이 이어져 몽환적 분위기를 띈다.

※ 인상적인 구절 :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 하면서 비꼬곤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 솔직해야 된다'라고 가르치지

                          말고 차라리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의심하는 기술' '사람 등치는 술책'을

                          가르치는 편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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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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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시절, 아이들의 입에 항상 오르내리는 주제는 가수며, 드라마며 메이커 따위의 것들이었다.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대화가 끊어질까봐 초조해 하며 친구의 표정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부정을 하거나 하였다. 화제의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데도 그 사람을 마치 잘 아는양 나를 꾸미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지쳐 방관자의 역할을 하기로 하였다. 다가가서 함께 어울려 있고 싶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도통 어렵다. 나와는 사는 세계가 틀린 듯한 이질감. 하지만 사실은 그들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냉소자로서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착각의 모습들은 하츠의 모습과도 겹친다. 반 아이들을 바라보는 하츠의 시선은 다분히 냉소적이며 우리반 애들 수준이 낮지 않냐고 니나가와에게 묻기까지 한다. 키즈요가 새로운 그룹으로 하츠를 편입시키려 해도 애써 외면하며 서클룸에서도 부원들과 선생님들의 유대를 가식적인 관계로만 인지한다. 한 그룹속에 속해있기를 바라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하츠의 눈에는 니나가와는 다른 존재이다. 비록 오타쿠적인 기질이 상당하지만 그룹에 끼지 못해서 안달하지도 않고 그런 것에는 초월한 듯한 모습니다. 하츠가 그런 그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등짝을 한대 차주고 싶은 충동이다.  조심스레 니나가와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 키즈요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서클룸 안의 유대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 나가는 모습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린다. 자신을 껍질로 감싸 안은 채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않던 그녀의 작지만 큰 걸음이 남의 얘기 같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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