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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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자본론

골목길에 대한 진지한 고찰

백화점, 대형 매장이 즐비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골목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새로운 트랜드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미 유명한 골목길들이 많다. 그 골목길을 통해 우리의 인생과 우리의 추억을 되짚기도 하고 새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골목길을 통해 문화가 형성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그 속사정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해본다.

홍대,가로수길,삼청동,성수동,이태원 등 각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골목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거리와 동네를 중심으로 도시가 재생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p37)

저자 모종린은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골목길을 경제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세계화에 대한 연구 및 기업과 도시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골목길의 가치와 문화에 매력을 느껴 해당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홍대는 관광, 문화, 창조, 라이프스타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과 산업을 창출하는 돗산업 발전소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우리는제조업 중심 사고방식에 얽매여 홍대 산업의 잠재력을 간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p86)

홍대는 골목상권의 좋은 예다. 클럽, 술집, 식당, 옷가게들이 많은 소비 공간인 동시에 문화가 숨쉬는 공간이다. 인디뮤직을 바탕으로 음악,연예산업이 성장하고, KT&G 상상마당, 산울림소극장 등의 소극장들이 즐비하다. 또한 각종 작업실 및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미술 인프라도 발달했다. 이뿐아니라 일쇄물 출판업 집적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창비, 문학동네, 다산북드 등 출판사들의 북카페들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골목상권의 홍대는 우리가 눈여겨 보고 본받아야 할 좋은 창조산업단지 모델이다.

스타벅스 매장 입점이 주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 일반 주택의 평균 지가 상승률이 65퍼센트였던 것에 반해 스타벅스 주변 주택은 96퍼센트나 오르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p129)
스타벅스 효과를 통해 골목 상권을 키울 수 있다. 매력적 골목 상권 조성에 이바지 하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 큰 거점 상점의 유치다. 스타벅스 주변의 땅을 사놔야 하는건가...
서구 도시에서 유래된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와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존 거주자가 고소득층 이주민에 의해 터전에서 밀려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은 우리가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던 골목 경제 활성화에 제동을 걸었다. (p297)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에 의해 사회가 움직이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해결되야할 현상으로 보인다. 골목 상권 형성으로 다양성과 문화 창조 등 긍정적 효과가 많은데 이러한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들이 보호되기 위한 정부의 규제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규제와 보호만이 답이 될 수 없다. 

성공한 골목 상권은 공통적으로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 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 등 6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p329)
C-READI 모델! 골목문화 인프라 구축,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개척자 정신을 가진 창업자 지원, 대중교통 확충, 특정 도시 디자인을 고려한 계획, 골목 라이프 스타일의 생활화를 통한 정체성 확보를 통해 성공적인 골목 상권 창출을 이뤄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꾸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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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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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베스트 셀러 작가로 일본 문학계의 한 획을 긋는 장인과도 같은 존재다. 꾸준히 책을 발간하면서 모두가 특색있고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대중성을 갖춘 훌륭한 작가다.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g@me>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되었고 2005년에 노블하우스 출판에서 이미 책으로 발간되었던 책을 재출간하였다. 재출간의 의미는 책에 대해 출판사를 포함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책의 가치를 보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재미없는 책을 무리해 재출간할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소설을 읽을 때 재미있고 없고의 기준은 바로 뒷 내용이 얼만큼 궁금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뒷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 소설은 읽기가 매우 힘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매번 뒷 내용이 궁금했고 책장을 넘기고 싶어 안달이 났다. 책의 후반부에 반전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 반전을 유추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임을 해보지 않을래? (p73)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 사쿠마다. 항상 성공의 길을 걸어오면서 인생에서의 모든 게임에서 승리를 맛보며 살아왔다.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며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쿠마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대기업 부사장 가쓰라기 가쓰토시다. 자신의 기획안에 반기를 들고 부정적 피드백을 내뱉는 고객사 부사장 가쓰라기에 의해 사쿠마는 해당 업무에서 물러나게 된다. 인정받지 못한 사쿠마는 분하고 앙갚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고객사의 부사장은 덤빌 수 없는 크나큰 벽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주리가 나타났고, 주리는 사쿠마에게 뜻 밖의 게임을 제안한다.

사쿠마와 주리는 유괴를 가장해 가쓰라기 부사장에게 돈을 뺐어내려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그들만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철두 철미한 사쿠마는 이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다방면의 계획을 세운다. 그의 계획들은 예상대로 흘러갔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말썽 많지만 훌륭하게 연기를 수행하고 도움을 주는 주리, 계획적이고 비상한 두뇌를 가졌으며 게임을 주도해가는 주인공 사쿠마, 사쿠마의 지시에 순응하면서도 회사 일을 병행하는 그 속내를 알수없는 부사장 가쓰라기 가쓰토시. 이들의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며 어떤 결말을 맺는지, 또한 어떠한 반전이 숨어 있는지 이 책에서 꼭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책을 읽고 난 뒤 한 달음에 아내에게 달려갔다. 엄지 속가락을 치켜들고 "엄지 척", 아내에게 강력하게 추천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반전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소설인데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언른 읽어봐라. 이건 정말 대박이야......" 끝없는 칭찬에 아내가 못이기는 척 읽겠다고 했다.

게임은 끝이야. 그러나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지. 내가 가진 카드는 모두 보여줬네. 남은 건 자네가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느냐 하는 거였지.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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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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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뉴욕 타임즈 소설분야 베스트 셀러 1위

2008년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 별" 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9년이 지난 지금 2017년 오역들을 보완하여 "마이 시스터즈 키퍼" 리뉴얼 버전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더욱 완성도 있는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다. 2009년 영화로도 제작되어 네이버 평점 9점을 받았다. 영화에서 보인 감동은 탄탄한 원작 소설의 기반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생명 윤리"에 대한 논란의 이 소설은 그간 많은 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과연 무엇이 정답인지,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각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면 그 선택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 선택이 "생명 윤리" 문제와 연관 된다면 더욱 어렵다.

"저는 두 아이 모두를 사랑해요." 내가 풀어야 하는 방정식이다. (p224)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하나의 인격이 형성되기까지 수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올바른 가치관은 어디까지나 사회 안에서 타협에 의해 형성된 보이지 않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과연 누가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연관성이 전혀 없을 수도 있지만 '착한 사마리아 법'이 문득 떠올랐다. 방관자에 대한 처벌도 존재하는데 자신의 아이의 병을 모른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입장에서 그 누군가에게 힘든 선택일지라도 놓을 수 없는 그 끈,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가 되니 더욱 안타깝다.


벽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를 위해 태어난 동생 안나.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안나는 케이트를 위해 제대혈, 줄기세포, 백혈구, 골수 등 케이트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 아낌없이 사용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언니를 위해 태어난 안나는 다른 10대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여느 10대들과 같은 삶을 살고픈 안나는 13살이 되어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한다. 


제 몸을 지키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특히 안나에게 많은 공감이 되었다. 언니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피해를 받은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다른 형제,자매와 사소하게 비교되는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안나를 보자.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꼈다.

소설이 아닌 실제라 할지라도 충분히 가능할 것만 같은 설정이다. 당장은 여러 윤리적 문제와 현실적 문제로 벌어지지 않을 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혹은 100년 후의 세상에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고 만연하다면, 정말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떠할까. 이 소설 속의 일이 현실이 될 날도 충분히 가능하다.

안나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행동과 선택들이 안타까운 모습들이 많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도 전혀 공감이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지금보다 어린 나이였다면 전혀 이해되지 않았을 부모의 모습이 아이를 가진 현재의 시점에서는 약간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안나의 부모가 온전히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이해의 폭이 예전보다 조금 넓어졌다는 정도라 생각한다. 방법은 잘못 되었다지만 아픈 아이를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 못한 결말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소설 자체가 실제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언제나 행복한 결말들을 봐온 탓인가. 긍정적으로 생각한 문제인가. 쉽사리 결말을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결국은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작가의 의도였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울컥해진다.


(덧붙임1)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인 대학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다. 첫째 아이가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었다. 첫째 장남은 초등학교 5학년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몸이다. 일상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언어 부분의 약간의 장애를 가진 엄마는 첫째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하지만 둘째 여자 아이와 아빠 또한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착한 동생, 착실한 아빠가 된다. 애정이 그리운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생으로 유난스레 밝고 다른 사람들을 잘 따랐다. 둘째 아이의 모습에서 안나의 모습이 보였다. 부모가 강요하지 않았을지라도 자연스럽게 희생이 강요되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둘째에게 오빠는 어떤 존재였을까. 사랑하지만 희생이 강요되었기에 내면의 불만이 쌓였을지 모른다. 항상 바르고 착하지만 그 아이가 걱정되었다. 가족이 아프다는 것, 그리고 그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을 것만 같다.

(덧붙임2)
영화 "아일랜드"는 인간 복제에 대한 생명 윤리에 대해 꼬집는 SF영화다. 본체의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복제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가 사용 시기가 되었을 때 본체를 위해 희생되는 엄청난 반전의 영화였다. 그 즈음부터 였을거다. 생명 윤리의 어려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바로 이 영화에서 였다. 그 당시에도 역시 쉽지 않았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기본 윤리가 존재하는 한 그 어떤 목적으로든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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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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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영정 사진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자체에 큰 관심도 없었고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다. 그저 무난한 이야기들을 담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총 4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정적 선입견을 가져서 죄송했고 이렇게 좋은 글을 만나게 해주어서 작가에게 감사했다.

영정 사진을 찍는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책 표지의 일러스트를 보면 액자들이 있다. 총 4개의 액자를 볼 수 있는데 각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사진들이다.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한 사진들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를 읽은 후 액자를 보면 참 남다르게 느껴진다. 다정한 삼대를 담은 사진, 임신한 신혼 부부의 사진, 아리따운 여성과 휄체어를 탄 남자의 사진, 빨간 체크 무늬에 마작패를 들고 있는 사진의 일부.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진들이 영정 사진을 위해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 나온 사진이란 점이다.

여운이 상당히 오래 남았다. 그저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였지만 언제든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그 끈끈한 가족애가 여운을 갖게 했다. 사진이 갖는 의미는 참 오묘하다. 살아 생전의 행복한 모습을 담기도 하고,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이 되기도 하며, 우리를 드러내기 위한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업계 최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줄 최고의 선물 
삶의 정기검진, 받아보시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하게 해줄 ' 진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 (p11)

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된다. 결혼을 결심한 남자가 사실은 유부남이었고 결혼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지만 하나의 앞에는 냉혹한 현실만이 남게되었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장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며 아마리 종활 사진관과 인연을 맺게된다. 매년 퀴즈를 내주시던 할머니의 유언장에 얽힌 비밀이 미스테리하고도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며 사진관을 찾은 할아버지, 그리고 고백하듯 꺼내는 할어버지의 이야기. 서로의 오해로 인해 깊어져만 갔던 갈등과 긴장상태. 그러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과 그 결정적인 이유를 알아내는 그 순간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그 오해는 결코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관을 촬영하고자 하는 제안을 받고 사연을 담긴 사진을 발견한다. 20여년 전 촬영한 임신한 신혼 부부의 사진이다. 티비 프로 방송을 위해 허락을 얻고자 사진의 주인에게 연락한다. 부모의 딸과 어렵사리 통화 연결이 되고 허락을 요청했으나 뜻 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불과 얼마 전 사진 속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어렸을 때 아버지는 이혼으로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영정 사진이라면 그 당시 누군가 죽기 전에 찍어 둔 사진일텐데... 미스테리하다.

같은 사진관에 두 번 찾은 50대 남자. 한 번은 아리따운 젊은 여성과 한 번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사진관에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불륜녀와 가족, 둘 다 각각 사진을 찍는 남자의 모습에 하나는 감정이입이 된다. 자신만 편하자고 남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남기려는 남자의 모습에 하나는 분해한다. 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그들의 비밀이 숨겨져 있고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용서하고 싶으면, 이미 용서한 거나 마찬가지야.(p266)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아마리의 멘트가 참 묵직하다. 아버지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하나에게 아마리가 던지는 위로의 메세지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용서가 가지는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왜 용서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나질 않았다. 그저 지나버린 과거에 너무 얽메이는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복선과 반전이다. 무엇보다 복선이 참 세세하다.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일들이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되어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반전이 빠지면 섭섭하다. 단단하게 독자들을 속이고 홀리고 마지막에 생각하지 못한 반전으로 보답한다. 반전의 강도 또한 상당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 아마리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없다. 아마리와 더불어 유메코와 도톤보리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뒤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새로운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만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나 이외의 등장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들에 대한 비밀을 다른 책에서 펴내기 위해 숨겨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2권을 출간해 주시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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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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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남 오빠에게


"서로 다른 일곱 편의 페미니즘 소설"




페미니즘이란 단어 자체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이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페미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자의 입장에서 페미니즘은 관심 밖의 일이고 그저 남의 일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페미니즘에 집착하는지 서로 날선 공방을 이어가는지 먼 산에 피어오르는 연기 바라보듯 큰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달라진 사실 하나는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견해다. 그저 모른채하고 지냈던 페미니즘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고 한국에서 논점이 되는 사실들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반증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약간은 부정적이었던 내 생각도 제자리를 찾은 듯 했다.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가 있었고 그 단어가 가진 무게감, 슬픔, 외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책을 만나서 가능했던 일이다. 여자들에게는 공감을 남자들에게는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감을 이해할 수 있는 <현남 오빠에게>는 기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책으로 읽은 페미니즘과 SNS에서 드러나는 페미니즘, 내가 아는 페미니즘과 희망하는 페미니즘, 내 집에서의 페미니즘 - 딸들에게 설명하는 페미니즘과 남편을 설득하는 페미니즘, 내가 쓰고 싶었던 소설속의 페미니즘과 결국 내 소설 속에 갇혀버리고 만 페미니즘이 모두 다 다른 언어였기 때문이다. (p122)



일곱 편의 이야기는 서로 독립된 이야기다. 그 중 특히 두 편의 이야기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현남 오빠에게>

오랜 시간 함께한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 형태의 소설이다. 현남 오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 우월 주의의 표상이다. 여자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지만 그 도움이 진정한 도움이었나 싶다. 잘못된 가치관에 빠져 울타리에 가두는 잘못을 많은 이들이 자행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누가 잘못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남자 친구에게 의지하며 도움을 받은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저 남자의 잘못이라 말할 수 있는가. 누가 잘못을 했느냐는 사실 중요한 사항이 아닌 듯하다. 이 사회에 만연해져 버린 우리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오랜 기간 연인 사이를 유지했으면서도 대차게 남자의 프로포즈를 거절하는 여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 한들 그 동안 남자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 여자의 모습에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남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 굴레에 갖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자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참 어렵다. 그 페미니즘이란 것이.


<경년>

짧막한 이야기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여자의 삶, 아내로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 엄마로 살아가는 여자의 역할들, 젊은 청소년기의 성, 성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시각적 차이, 성과 관련한 남녀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고정관념들 등 살아가면서 느끼는 남녀 사이의 그 애매한 차이가 정의되기 힘들었다.  여자의 시각에서 문제들을 바라보니 어느 부분들이 문제였는가에 대해서 좀 더 잘 느껴졌다. 이야기를 통해 그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보인 것이다.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이성과 합의 하에 건강한 성관계를 한다는 아들, 그러한 아들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빠, 하지만 아들과 성관계를 한 여자 아이들은 공부도 못하고 건전하지 못하다고 치부하는 아빠, 이러한 아들과 아빠가 못마땅한 엄마, 첫월경이 무섭고 낯선 딸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엄마의 모습.


어디서부터가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참 어렵다는 점을 깊게 느꼈다. 내 스스로도 돌아보게 했다. 남자와 여자를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기란 여간 쉽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과연 존재할까 싶다.



여성의 삶들을 정가운데 놓은 이 소설집이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새로운 신호가 되어줄 것임을 믿는다. (p283)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씌여진 일곱 가지 색깔의 소설이 담겼다. 이 소설들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생각, 가치관에 대해서도 뒤돌아 보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에 대해 페미니즘에 가까운 생각을 가졌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나 역시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가치관의 한 면이 내 머릿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렇듯 사람들 사이에 만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페미니즘의 인식을 올바르게 고쳐놓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외치고 있다. 이는 결국 미래의 후손들은 좀 더 페미니즘적인 사회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딸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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