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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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영정 사진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자체에 큰 관심도 없었고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다. 그저 무난한 이야기들을 담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총 4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정적 선입견을 가져서 죄송했고 이렇게 좋은 글을 만나게 해주어서 작가에게 감사했다.

영정 사진을 찍는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책 표지의 일러스트를 보면 액자들이 있다. 총 4개의 액자를 볼 수 있는데 각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사진들이다.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한 사진들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를 읽은 후 액자를 보면 참 남다르게 느껴진다. 다정한 삼대를 담은 사진, 임신한 신혼 부부의 사진, 아리따운 여성과 휄체어를 탄 남자의 사진, 빨간 체크 무늬에 마작패를 들고 있는 사진의 일부.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진들이 영정 사진을 위해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 나온 사진이란 점이다.

여운이 상당히 오래 남았다. 그저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였지만 언제든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그 끈끈한 가족애가 여운을 갖게 했다. 사진이 갖는 의미는 참 오묘하다. 살아 생전의 행복한 모습을 담기도 하고,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이 되기도 하며, 우리를 드러내기 위한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업계 최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줄 최고의 선물 
삶의 정기검진, 받아보시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하게 해줄 ' 진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 (p11)

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된다. 결혼을 결심한 남자가 사실은 유부남이었고 결혼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지만 하나의 앞에는 냉혹한 현실만이 남게되었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장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며 아마리 종활 사진관과 인연을 맺게된다. 매년 퀴즈를 내주시던 할머니의 유언장에 얽힌 비밀이 미스테리하고도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며 사진관을 찾은 할아버지, 그리고 고백하듯 꺼내는 할어버지의 이야기. 서로의 오해로 인해 깊어져만 갔던 갈등과 긴장상태. 그러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과 그 결정적인 이유를 알아내는 그 순간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그 오해는 결코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관을 촬영하고자 하는 제안을 받고 사연을 담긴 사진을 발견한다. 20여년 전 촬영한 임신한 신혼 부부의 사진이다. 티비 프로 방송을 위해 허락을 얻고자 사진의 주인에게 연락한다. 부모의 딸과 어렵사리 통화 연결이 되고 허락을 요청했으나 뜻 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불과 얼마 전 사진 속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어렸을 때 아버지는 이혼으로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영정 사진이라면 그 당시 누군가 죽기 전에 찍어 둔 사진일텐데... 미스테리하다.

같은 사진관에 두 번 찾은 50대 남자. 한 번은 아리따운 젊은 여성과 한 번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사진관에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불륜녀와 가족, 둘 다 각각 사진을 찍는 남자의 모습에 하나는 감정이입이 된다. 자신만 편하자고 남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남기려는 남자의 모습에 하나는 분해한다. 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그들의 비밀이 숨겨져 있고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용서하고 싶으면, 이미 용서한 거나 마찬가지야.(p266)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아마리의 멘트가 참 묵직하다. 아버지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하나에게 아마리가 던지는 위로의 메세지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용서가 가지는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왜 용서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나질 않았다. 그저 지나버린 과거에 너무 얽메이는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복선과 반전이다. 무엇보다 복선이 참 세세하다.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일들이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되어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반전이 빠지면 섭섭하다. 단단하게 독자들을 속이고 홀리고 마지막에 생각하지 못한 반전으로 보답한다. 반전의 강도 또한 상당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 아마리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없다. 아마리와 더불어 유메코와 도톤보리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뒤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새로운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만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나 이외의 등장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들에 대한 비밀을 다른 책에서 펴내기 위해 숨겨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2권을 출간해 주시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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