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라는 적 -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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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라는 적



오랜만에 읽는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뻔했다. 열정을 가져야 한다거나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거나 하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의 뻔한 내용들에 회의감이 있었고 한동한 멀리했다. <에고라는 적>은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의 추천을 받은 책이다. 사실 이 부분이 솔깃해서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오리지널스>는 기존의 통념을 깨부수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매우 감명 깊었다. 그런 책을 쓴 애덤 그랜트의 추천이라면 무언가 다른게 있지 않을까 싶었고, <에고라는 적>은 확실히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


<에고>란 의미가 처음엔 확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의 단어이기에 확실히 이해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 이 책에서 사용하는 에고의 정의다....

그 누구(무엇)보다 더 잘해야 하고 보다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것, 이것이 바로 에고이다. (p26)


다른 것은 다 잊어도 이 세 문장만큼은 기억해 두자. 이 세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 되는 내용이다. 열망, 성공, 실패 세 개의 챕터로 구분하여 에고로 인한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에고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에고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열망하지만 겸손하다. 성공을 해도 자비롭다. 실패를 해도 끈기가 있다. (p32)


무언가를 이룩하기 위해 언제나 열정이 강요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나친 열정이 독이 된다고 한다. 나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는 그릇된 믿음이 자신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막 불씨가 생겨 타오르려 하지만 그 불씨를 꺼트리는 사람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에고 때문이다.


존재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마주칠 수 있는 양 갈림길의 상황이다. 중요한 사람이 되는 방향은 타협해야 하며, 친구들에게 등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출세한 사람들이 모인 클럽의 회원이 될 것이고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며 좋은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길은 중요한 일을 하는 길이다. 승진을 못 할 수도 있고 상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가 될 수도 있다. 타협하지 않아도 되며 친구, 자신을 배반하지 않아도 된다. 


매우 중요한 질문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목이다. 나는 두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스스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인정받고 출세하기 위한 타협하는 내 자신이 아닌가 하는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배움,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것

칭기즈 칸이 그러했고, 소크라테스의 말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자신이 다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만이다. 성공으 반열에 올랐다고 자만한다면 이미 내리막이 남은 것이다. 전보다 더 배움의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


'나'라는 질병

성공의 길을 가는 경우 자신감에 넘쳐 자만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이미 성공했다는 사실에 취해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기고 자비로움을 잊는다. 더 욕심을 내거나 자신이 하면 다 잘 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데 모두 에고의 힘에 당하고 만 것이다. 스스로 그 에고를 마주하는 순간은 이미 성공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실패의 순간이기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실패의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온다. 성공보다 더 높은 확률로 실패는 다가온다. 실패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돌파할 힘이 필요하다. 실패의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성공의 방향으로 재개하는 사람들은 실패의 순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에고를 피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흔한 자기 계발서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솔깃한 내용을 담은 <에고라는 적>을 만났다. 충분한 예화들을 통해 에고를 깨닫고 에고를 다스리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에고라는 그 존재는 다른 단어들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자만심, 오만, 거드름, 나태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는 중용의 자세로 에고를 다스려야만 한다. 바로 나 자신을 다잡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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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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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백작 주주

기품 넘치는 그에게서 찾는 우리의 자화상


48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행간도 좁은 편이라 각 페이지마다 글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책을 읽기 전 겁부터 났다. 그런데 책을 일단 읽기 시작하니 이상하게도 글이 술술 익힌다. 유렵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어려울 수 있는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으며 재미나게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며 모르는 유럽의 역사의 내용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흘러가는 유렵 역사 안에 함께 존재하는 난쟁이 백작 유제프 '주주'와의 여행이 색다르면서도 참 즐거웠다.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란 문구와 함께 책 표지엔 난쟁이 백작 주주의 모습이 있다. 다 자란 그의 키는 99센티미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제프는 다른 난쟁이들과는 다르게 몸의 비례가 그대로 유지된 축소판 사람과 같이 보였으며, 마치 작은 인형 혹은 장난감과 같은 느낌의 체구였다고 한다. 이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주주' 백작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장난감이란 듯의 '주주'는 그의 별칭이다. 그의 이름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다.

실제 유럽 역사에 기반한 소설이며 유제프가 작성한 실제 회고록이 인용되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일인지 분간이 어렵다. 세세한 상황 및 감정 묘사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간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

폴란드 출신 귀족 유제프는 유럽을 돌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다. 가문의 몰락으로 양자로 팔려간 주주의 인생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귀족들의 사교계에서 인기 난쟁이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프랑스어 및 외국어에 능통하고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말솜씨는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체구에서 기품이 흘러 넘쳤고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귀족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난쟁이라는 최대 결점을 가진 그였지만 성품과 매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여배우와 사랑에 눈을 뜬 유제프는 여배우에게 버림받은 이후, 사랑하는 여인 이잘린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꿈꾼다. 이잘린과의 결혼으로 백작 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유럽을 돌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처음 이잘린과의 결혼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예쁜 딸도 낳았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유제프의 가정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잘린은 떳떳하게 외도를 하지만 유제프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을 호기로 쟁취한 유제프의 문제인가. 마음 속 깊이 사랑하지도 않는 유제프와 결혼한 이잘린의 문제인가. 이잘린에 대한 미련을 지속적으로 가진 유제프의 책임감이 문제일까. 그저 사랑에 빠진 유제프가 초래한 일들이다. 

유제프의 삶은 어떠했을까. 백작들의 총애를 받았지만 영원한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이잘린과 결혼했지만 아이도 잃고 이잘린에게는 버러지 같은 인간이 되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여인 선데이를 만나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스스로 독립하여 가정을 꾸렸지만 생계를 위해 공연을 하고 사람들의 광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유제프의 삶.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20살까지 단명할 것이란 어느 의사의 말과는 달리 유제프는 90세가 넘게 살았다. 그의 마지막 삶이 초라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거대하지도 않았다. 나름 즐거운 삶을 살았고 사랑에 취해봤고 회고록도 낸 유제프였다. 

유제프를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사랑,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다.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다잡지 못한다. 언제나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간 유제프의 모습에 안쓰럽고 용기를 주고 싶은 이유는 그 모습이 내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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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도 대박 치는 경매 공매 100문 100답
윤재호 외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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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도 대박치는 경매 공매 100문 100답



국일증권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경매, 공매에 대한 기초서다. 경매,공매를 처음 공부하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서민들의 설움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나 또한 그러한 서민의 한 사람으로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해보고자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매는 그저 돈 있으면 할 수 있는 분야라기 보다 철저한 준비없이 덤비면 호되게 당할 수 있는 조심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도전하기 꺼려한다. 성공 사례는 물론이고 실폐 사례를 더 많이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의 의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낙찰 받음을 의미한다. 시세와 동일하거나 높은 가격의 낙찰은 실패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보다 문제점 투성인 부동산을 낙찰 받게 되면 문제 처리에 많은 노력과 돈이 들 수 있기에 철저한 조사 및 준비가 필요하다.  


부동산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용어"다. 경매, 공매의 차이도 아직 분간하기 어려운데 수 많은 새로운 용어들은 부동산 분야에서 초보가 넘어야 할 커다란 산과 같다. 우리와 같은 초보를 위해 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66페이지의 "경매,공매에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좀 알려주세요"라는 물음에 많은 용어들을 설명하고 있다. 임장, 공부, 명도, 매각기일, 대항력, 용익물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담보물권, 유치권, 질권, 저당권, 집행권원, 대위변제 등... 단언컨데 이 용어들을 모두 안다면 이미 중수의 반열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중에서 3개 정도만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수, 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내용들이 초보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이 많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이 이상한 부동산이 아닌지, 반값 부동산 구매가 가능한지, 경매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 경매 후 리모델링시 주의점, 감정평가표, 현황조사보고서 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모르는 것 투성이다. 


또한 "입찰"을 함에 있어 두렵고 궁금한 사항들이 많다. 입찰이 불가한 사람의 조건, 부동산의 관할 법원, 입찰 절차 부터, 입찰 보증금 금액, 대리 입찰 방법, 입찰 시 주의점, 입찰표 작성법, 입찰 서류 준비시 주의점, 모의 입찰 등 입찰의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설명은 초보들에게 귀중한 자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입찰은 직접 경험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분야다.


무엇보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권리 분석"이다. 물건에 대해 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만 미래의 가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고 잘못된 물건을 낙찰 받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물권에 대한 우선 순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등기사항증명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부동산의 상황을 기재한 자료이기에 공적 장부 '공부'라 칭한다. 전세권, 근저당, 임대차 보호법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낙찰을 받은 물건을 받는 일 바로 "명도"가 남았다. 새로운 출발이라 할 정도로 그 과정이 험난하다. 매각허가 여부 - 대금 납부 - 체납 관리비,공과금 해결 - 명도 - 입주 의 순서로 일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명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인도명령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은 이해가 쉽도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중수 이상에게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 시시할 수 있지만 초보들에게 이러한 책은 매우 귀중하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내용을 공부할 수도 있지만 잘 못된 정보로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비정제된 자료보다는 이렇게 정제되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 한 권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궁금한 사항들을 목차를 보고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을 한 번 쭉 읽어 봤는데 아직도 모르는 용어나 확실한 개념이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낯설고 경험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이 책을 모두 이해하고 경매에 도전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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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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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33세 남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기괴한 제목의 이 소설은 마치 공포, 호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벚꽃이 만연하고 아리따운 두 사람이 함께하는 표지에서는 따스한 봄내음만이 가득하다. 장르를 굳이 적어보자면 학원 연애물, 소녀의 병상일기, 로맨스 소설 등으로 적어볼 수 있겠다.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면 '아름다운 감성 로맨스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요일 단 하루 동안에 단숨에 읽어 버렸다. 책을 천천히 읽는 나로서는 가히 놀라운 속도다.

 

처음부터 그 결말을 알고 시작한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남자 주인공은 참석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궁금함을 키워가며 책을 읽는다.

 

나와 닮은 듯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다. 건강한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인 남자 주인공은 친구도 없고 혼자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혼자가 편하다. 남자 주인공와 나의 모습이 온전히 일치하진 않겠지만 최근 관계에 지친 나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어 이유없이 정이 간다.

그와는 반대로 언제나 밝고 활기찬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에게 불쑥 나타난다. 그녀는 췌장암으로 1년 뒤면 세상을 떠난다. 그녀의 병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가족과 나 뿐이다. 그녀의 절친 교코도 그 사실은 모른다. 우연히 펼친 <공병 문고>의 주인이었던 사쿠라와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p20)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로 가득 매워져 있다. 1년 뒤엔 죽을 것이란 무언의 압박을 무기로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과 데이트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둘의 모습이 가슴설레고 알콩달콩 참 재미있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내가 풋풋한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 자신이 이야기의 당사자가 된 듯한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그 짧은 기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큰 변화를 가져 온다. 관계에 무관심했던 남자 주인공은 사쿠라를 통해 많은 것들을 깨우친다. 죽음에 대해서, 살아 있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닫혀있고 막혀있던 남자 주인공의 생각도 점차 사쿠라의 온기에 젖어 들었다. 그저 대화가 부족했음을, 자신이 그들을 밀어 내고 있었음을... 또한 처음엔 그녀의 당당한 리드에 끌려다녔지만 나중에는 깨닫는다. 지금의 결과가 사쿠라에 의한 것이 아닌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음...

 

사쿠라가 남자 주인공을 부를때면 어김없이 "?????군" 이라고 나와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것이었다. 정확히 작가의 의도였다. 나중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독자를 골탕 먹이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난이었을까. 사쿠라와 묘하게 닮은 장난끼 많은 작가의 장난 이었을까? 그런데 그 시점,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는 그 순간이 참 묘하다. 바로 남자 주인공의 감정이 모두 쏟아내지는 그 순간이다.

 

독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공병 문고>에 대한 궁금증 해소 부분은 이 책의 클라이막스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의 의미가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어쩌면 "사랑해"라는 말보다 한 단계 위에 존재하는 표현일 것이다. 그 말을 찾고 찾아도 이 말보다 더 명확한 감정의 표현이 있을까 싶다.

 

'사이좋은 클래스 메이트'를 만나고 싶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봄이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의 이름처럼 벚꽃이 만연한 봄과 어울리는 아름답고도 슬픈 소설이다. 이 책과 함께 봄의 완연한 기운에 취해볼 수 있음도 그저 감사하게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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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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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몬드

 

"감정없는 소년이 전하는 친구의 의미"

 

 

 

창비(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는 '아몬드'는 저자 손원평의 첫 소설이다. 손원평 작가는 영화계에서 일했고 그 특별한 감각을 그대로 책에 담았다. 독특한 소재, 극적인 전개 방식이 독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책의 흡인력이 뛰어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책이 두껍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다. 정말 재미있어 작가에 대해 검색해 봤고 그녀의 첫 소설이란 점이 놀라웠다. 그녀의 다음 책은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알렉시티미아' 우리 말로는 '감정표현 불능증'이라 한다.
주인공 윤재의 머리에 아몬드만한 크기의 한 부분이 잘 자라지 않아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머리에 좋다는 아몬드를 먹는 윤재, 뭐,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엄마가 먹으라 하니 챙겨 먹는다.

 

할머니는 윤재를 '예쁜 괴물'이라 부른다. 엄마에게 윤재는 그저 조금 특별한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윤재를 그저 '괴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146)

 

주인공 윤재만 가지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 상태에 대해 평범한 사람인 우리는 이해가 쉽지 않다. 우리가 주인공의 상태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반대로 주인공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점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아니 답답함이란 감정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글의 흐름 안에서 이해가 쉽지 않은 이런 윤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의 상태 및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

 

'평범함' 이란 무엇일까. 특별한 윤재에게 평범함이란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윤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윤재가 평범하길 바라지만 윤재에게 평범함은 평생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과도 같다.

 

곤이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윤재는 감정이 없기에 혹은 감정 통제가 지나쳐 문제라면 곤이는 감정 통제가 불가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 두 사람이 만났다.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감정의 변화가 없는 윤재, 고통받는 나비를 보면서 그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 풍부한 곤이. 하지만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욕을 입에 달고 살며 문제아로 큰 곤이. 이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윤재는 도라를 만난다. 아픔, 슬픔, 고통 부정적 감정의 자극을 주는 곤이와는 다르게 아름다움, 사랑 등의 긍정적이며 밝은 감정의 느낌에 도움을 주는 도라를 만나게 되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된다.

 

너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p159)

 

진정한 친구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 주고 믿어주는 사람?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 어울리지 않을 곤이와 윤재의 관계가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힘들고 위험에 처했을 때 결국 손을 내민 사람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였다.

 

책을 읽고 난 뒤, 친구에 대해, 감정에 대해,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저 재미있게만 읽는 소설은 아니다. 윤재의 가슴을 뒤 흔드는 그 무언가가 내 가슴도 쿵하게 울리는 힘이 존재한다. 그저 정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이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p210)

 

*창비 사전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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