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난쟁이 백작 주주

기품 넘치는 그에게서 찾는 우리의 자화상


48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행간도 좁은 편이라 각 페이지마다 글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책을 읽기 전 겁부터 났다. 그런데 책을 일단 읽기 시작하니 이상하게도 글이 술술 익힌다. 유렵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어려울 수 있는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으며 재미나게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며 모르는 유럽의 역사의 내용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흘러가는 유렵 역사 안에 함께 존재하는 난쟁이 백작 유제프 '주주'와의 여행이 색다르면서도 참 즐거웠다.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란 문구와 함께 책 표지엔 난쟁이 백작 주주의 모습이 있다. 다 자란 그의 키는 99센티미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제프는 다른 난쟁이들과는 다르게 몸의 비례가 그대로 유지된 축소판 사람과 같이 보였으며, 마치 작은 인형 혹은 장난감과 같은 느낌의 체구였다고 한다. 이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주주' 백작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장난감이란 듯의 '주주'는 그의 별칭이다. 그의 이름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다.

실제 유럽 역사에 기반한 소설이며 유제프가 작성한 실제 회고록이 인용되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일인지 분간이 어렵다. 세세한 상황 및 감정 묘사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간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

폴란드 출신 귀족 유제프는 유럽을 돌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다. 가문의 몰락으로 양자로 팔려간 주주의 인생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귀족들의 사교계에서 인기 난쟁이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프랑스어 및 외국어에 능통하고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말솜씨는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체구에서 기품이 흘러 넘쳤고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귀족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난쟁이라는 최대 결점을 가진 그였지만 성품과 매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여배우와 사랑에 눈을 뜬 유제프는 여배우에게 버림받은 이후, 사랑하는 여인 이잘린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꿈꾼다. 이잘린과의 결혼으로 백작 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유럽을 돌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처음 이잘린과의 결혼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예쁜 딸도 낳았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유제프의 가정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잘린은 떳떳하게 외도를 하지만 유제프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을 호기로 쟁취한 유제프의 문제인가. 마음 속 깊이 사랑하지도 않는 유제프와 결혼한 이잘린의 문제인가. 이잘린에 대한 미련을 지속적으로 가진 유제프의 책임감이 문제일까. 그저 사랑에 빠진 유제프가 초래한 일들이다. 

유제프의 삶은 어떠했을까. 백작들의 총애를 받았지만 영원한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이잘린과 결혼했지만 아이도 잃고 이잘린에게는 버러지 같은 인간이 되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여인 선데이를 만나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스스로 독립하여 가정을 꾸렸지만 생계를 위해 공연을 하고 사람들의 광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유제프의 삶.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20살까지 단명할 것이란 어느 의사의 말과는 달리 유제프는 90세가 넘게 살았다. 그의 마지막 삶이 초라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거대하지도 않았다. 나름 즐거운 삶을 살았고 사랑에 취해봤고 회고록도 낸 유제프였다. 

유제프를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사랑,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다.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다잡지 못한다. 언제나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간 유제프의 모습에 안쓰럽고 용기를 주고 싶은 이유는 그 모습이 내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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