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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33세 남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기괴한 제목의 이 소설은 마치 공포, 호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벚꽃이 만연하고 아리따운 두 사람이 함께하는 표지에서는
따스한 봄내음만이 가득하다. 장르를 굳이 적어보자면 학원 연애물, 소녀의 병상일기, 로맨스 소설 등으로 적어볼 수 있겠다.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면 '아름다운 감성 로맨스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요일 단 하루 동안에 단숨에 읽어 버렸다. 책을 천천히 읽는 나로서는 가히 놀라운
속도다.
처음부터 그 결말을
알고 시작한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남자 주인공은 참석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궁금함을 키워가며 책을
읽는다.
나와 닮은 듯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다. 건강한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인 남자 주인공은 친구도 없고 혼자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혼자가 편하다. 남자 주인공와 나의 모습이 온전히 일치하진 않겠지만 최근 관계에
지친 나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어 이유없이 정이 간다.
그와는 반대로 언제나
밝고 활기찬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에게 불쑥 나타난다. 그녀는 췌장암으로 1년 뒤면 세상을 떠난다. 그녀의 병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가족과 나
뿐이다. 그녀의 절친 교코도 그 사실은 모른다. 우연히 펼친 <공병 문고>의 주인이었던 사쿠라와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p20)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로 가득 매워져 있다. 1년 뒤엔 죽을 것이란 무언의 압박을 무기로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과 데이트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둘의 모습이
가슴설레고 알콩달콩 참 재미있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내가 풋풋한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 자신이 이야기의 당사자가 된 듯한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그 짧은 기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큰 변화를 가져 온다. 관계에 무관심했던 남자 주인공은 사쿠라를 통해 많은 것들을 깨우친다. 죽음에 대해서, 살아 있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닫혀있고 막혀있던 남자 주인공의 생각도 점차 사쿠라의 온기에 젖어 들었다. 그저 대화가 부족했음을, 자신이 그들을
밀어 내고 있었음을... 또한 처음엔 그녀의 당당한 리드에 끌려다녔지만 나중에는 깨닫는다. 지금의 결과가 사쿠라에 의한 것이 아닌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음...
사쿠라가 남자
주인공을 부를때면 어김없이 "?????군" 이라고 나와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것이었다. 정확히 작가의 의도였다. 나중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독자를 골탕
먹이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난이었을까. 사쿠라와 묘하게 닮은 장난끼 많은 작가의 장난 이었을까? 그런데 그 시점,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는 그 순간이 참 묘하다. 바로 남자 주인공의 감정이 모두 쏟아내지는 그 순간이다.
독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공병 문고>에 대한 궁금증 해소 부분은 이 책의 클라이막스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의
의미가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어쩌면 "사랑해"라는 말보다 한 단계 위에 존재하는 표현일 것이다. 그 말을 찾고 찾아도 이 말보다 더 명확한
감정의 표현이 있을까 싶다.
'사이좋은 클래스
메이트'를 만나고 싶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봄이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의 이름처럼 벚꽃이 만연한 봄과 어울리는 아름답고도 슬픈 소설이다. 이
책과 함께 봄의 완연한 기운에 취해볼 수 있음도 그저 감사하게 하는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