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감정없는 소년이 전하는 친구의 의미"

 

 

 

창비(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는 '아몬드'는 저자 손원평의 첫 소설이다. 손원평 작가는 영화계에서 일했고 그 특별한 감각을 그대로 책에 담았다. 독특한 소재, 극적인 전개 방식이 독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책의 흡인력이 뛰어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책이 두껍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다. 정말 재미있어 작가에 대해 검색해 봤고 그녀의 첫 소설이란 점이 놀라웠다. 그녀의 다음 책은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알렉시티미아' 우리 말로는 '감정표현 불능증'이라 한다.
주인공 윤재의 머리에 아몬드만한 크기의 한 부분이 잘 자라지 않아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머리에 좋다는 아몬드를 먹는 윤재, 뭐,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엄마가 먹으라 하니 챙겨 먹는다.

 

할머니는 윤재를 '예쁜 괴물'이라 부른다. 엄마에게 윤재는 그저 조금 특별한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윤재를 그저 '괴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146)

 

주인공 윤재만 가지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 상태에 대해 평범한 사람인 우리는 이해가 쉽지 않다. 우리가 주인공의 상태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반대로 주인공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점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아니 답답함이란 감정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글의 흐름 안에서 이해가 쉽지 않은 이런 윤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의 상태 및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

 

'평범함' 이란 무엇일까. 특별한 윤재에게 평범함이란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윤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윤재가 평범하길 바라지만 윤재에게 평범함은 평생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과도 같다.

 

곤이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윤재는 감정이 없기에 혹은 감정 통제가 지나쳐 문제라면 곤이는 감정 통제가 불가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 두 사람이 만났다.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감정의 변화가 없는 윤재, 고통받는 나비를 보면서 그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 풍부한 곤이. 하지만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욕을 입에 달고 살며 문제아로 큰 곤이. 이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윤재는 도라를 만난다. 아픔, 슬픔, 고통 부정적 감정의 자극을 주는 곤이와는 다르게 아름다움, 사랑 등의 긍정적이며 밝은 감정의 느낌에 도움을 주는 도라를 만나게 되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된다.

 

너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p159)

 

진정한 친구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 주고 믿어주는 사람?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 어울리지 않을 곤이와 윤재의 관계가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힘들고 위험에 처했을 때 결국 손을 내민 사람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였다.

 

책을 읽고 난 뒤, 친구에 대해, 감정에 대해,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저 재미있게만 읽는 소설은 아니다. 윤재의 가슴을 뒤 흔드는 그 무언가가 내 가슴도 쿵하게 울리는 힘이 존재한다. 그저 정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이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p210)

 

*창비 사전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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