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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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쟁이 백작 주주

기품 넘치는 그에게서 찾는 우리의 자화상


48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행간도 좁은 편이라 각 페이지마다 글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책을 읽기 전 겁부터 났다. 그런데 책을 일단 읽기 시작하니 이상하게도 글이 술술 익힌다. 유렵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어려울 수 있는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으며 재미나게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며 모르는 유럽의 역사의 내용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흘러가는 유렵 역사 안에 함께 존재하는 난쟁이 백작 유제프 '주주'와의 여행이 색다르면서도 참 즐거웠다.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란 문구와 함께 책 표지엔 난쟁이 백작 주주의 모습이 있다. 다 자란 그의 키는 99센티미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제프는 다른 난쟁이들과는 다르게 몸의 비례가 그대로 유지된 축소판 사람과 같이 보였으며, 마치 작은 인형 혹은 장난감과 같은 느낌의 체구였다고 한다. 이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주주' 백작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장난감이란 듯의 '주주'는 그의 별칭이다. 그의 이름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다.

실제 유럽 역사에 기반한 소설이며 유제프가 작성한 실제 회고록이 인용되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일인지 분간이 어렵다. 세세한 상황 및 감정 묘사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간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

폴란드 출신 귀족 유제프는 유럽을 돌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다. 가문의 몰락으로 양자로 팔려간 주주의 인생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귀족들의 사교계에서 인기 난쟁이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프랑스어 및 외국어에 능통하고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말솜씨는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체구에서 기품이 흘러 넘쳤고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귀족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난쟁이라는 최대 결점을 가진 그였지만 성품과 매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여배우와 사랑에 눈을 뜬 유제프는 여배우에게 버림받은 이후, 사랑하는 여인 이잘린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꿈꾼다. 이잘린과의 결혼으로 백작 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유럽을 돌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처음 이잘린과의 결혼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예쁜 딸도 낳았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유제프의 가정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잘린은 떳떳하게 외도를 하지만 유제프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을 호기로 쟁취한 유제프의 문제인가. 마음 속 깊이 사랑하지도 않는 유제프와 결혼한 이잘린의 문제인가. 이잘린에 대한 미련을 지속적으로 가진 유제프의 책임감이 문제일까. 그저 사랑에 빠진 유제프가 초래한 일들이다. 

유제프의 삶은 어떠했을까. 백작들의 총애를 받았지만 영원한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이잘린과 결혼했지만 아이도 잃고 이잘린에게는 버러지 같은 인간이 되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여인 선데이를 만나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스스로 독립하여 가정을 꾸렸지만 생계를 위해 공연을 하고 사람들의 광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유제프의 삶.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20살까지 단명할 것이란 어느 의사의 말과는 달리 유제프는 90세가 넘게 살았다. 그의 마지막 삶이 초라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거대하지도 않았다. 나름 즐거운 삶을 살았고 사랑에 취해봤고 회고록도 낸 유제프였다. 

유제프를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사랑,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다.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다잡지 못한다. 언제나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간 유제프의 모습에 안쓰럽고 용기를 주고 싶은 이유는 그 모습이 내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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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도 대박 치는 경매 공매 100문 100답
윤재호 외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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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초보도 대박치는 경매 공매 100문 100답



국일증권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경매, 공매에 대한 기초서다. 경매,공매를 처음 공부하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서민들의 설움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나 또한 그러한 서민의 한 사람으로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해보고자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매는 그저 돈 있으면 할 수 있는 분야라기 보다 철저한 준비없이 덤비면 호되게 당할 수 있는 조심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도전하기 꺼려한다. 성공 사례는 물론이고 실폐 사례를 더 많이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의 의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낙찰 받음을 의미한다. 시세와 동일하거나 높은 가격의 낙찰은 실패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보다 문제점 투성인 부동산을 낙찰 받게 되면 문제 처리에 많은 노력과 돈이 들 수 있기에 철저한 조사 및 준비가 필요하다.  


부동산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용어"다. 경매, 공매의 차이도 아직 분간하기 어려운데 수 많은 새로운 용어들은 부동산 분야에서 초보가 넘어야 할 커다란 산과 같다. 우리와 같은 초보를 위해 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66페이지의 "경매,공매에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좀 알려주세요"라는 물음에 많은 용어들을 설명하고 있다. 임장, 공부, 명도, 매각기일, 대항력, 용익물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담보물권, 유치권, 질권, 저당권, 집행권원, 대위변제 등... 단언컨데 이 용어들을 모두 안다면 이미 중수의 반열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중에서 3개 정도만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수, 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내용들이 초보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이 많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이 이상한 부동산이 아닌지, 반값 부동산 구매가 가능한지, 경매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 경매 후 리모델링시 주의점, 감정평가표, 현황조사보고서 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모르는 것 투성이다. 


또한 "입찰"을 함에 있어 두렵고 궁금한 사항들이 많다. 입찰이 불가한 사람의 조건, 부동산의 관할 법원, 입찰 절차 부터, 입찰 보증금 금액, 대리 입찰 방법, 입찰 시 주의점, 입찰표 작성법, 입찰 서류 준비시 주의점, 모의 입찰 등 입찰의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설명은 초보들에게 귀중한 자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입찰은 직접 경험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분야다.


무엇보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권리 분석"이다. 물건에 대해 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만 미래의 가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고 잘못된 물건을 낙찰 받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물권에 대한 우선 순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등기사항증명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부동산의 상황을 기재한 자료이기에 공적 장부 '공부'라 칭한다. 전세권, 근저당, 임대차 보호법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낙찰을 받은 물건을 받는 일 바로 "명도"가 남았다. 새로운 출발이라 할 정도로 그 과정이 험난하다. 매각허가 여부 - 대금 납부 - 체납 관리비,공과금 해결 - 명도 - 입주 의 순서로 일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명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인도명령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은 이해가 쉽도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중수 이상에게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 시시할 수 있지만 초보들에게 이러한 책은 매우 귀중하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내용을 공부할 수도 있지만 잘 못된 정보로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비정제된 자료보다는 이렇게 정제되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 한 권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궁금한 사항들을 목차를 보고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을 한 번 쭉 읽어 봤는데 아직도 모르는 용어나 확실한 개념이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낯설고 경험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이 책을 모두 이해하고 경매에 도전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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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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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33세 남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기괴한 제목의 이 소설은 마치 공포, 호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벚꽃이 만연하고 아리따운 두 사람이 함께하는 표지에서는 따스한 봄내음만이 가득하다. 장르를 굳이 적어보자면 학원 연애물, 소녀의 병상일기, 로맨스 소설 등으로 적어볼 수 있겠다.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면 '아름다운 감성 로맨스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요일 단 하루 동안에 단숨에 읽어 버렸다. 책을 천천히 읽는 나로서는 가히 놀라운 속도다.

 

처음부터 그 결말을 알고 시작한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남자 주인공은 참석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궁금함을 키워가며 책을 읽는다.

 

나와 닮은 듯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다. 건강한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인 남자 주인공은 친구도 없고 혼자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혼자가 편하다. 남자 주인공와 나의 모습이 온전히 일치하진 않겠지만 최근 관계에 지친 나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어 이유없이 정이 간다.

그와는 반대로 언제나 밝고 활기찬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에게 불쑥 나타난다. 그녀는 췌장암으로 1년 뒤면 세상을 떠난다. 그녀의 병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가족과 나 뿐이다. 그녀의 절친 교코도 그 사실은 모른다. 우연히 펼친 <공병 문고>의 주인이었던 사쿠라와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p20)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로 가득 매워져 있다. 1년 뒤엔 죽을 것이란 무언의 압박을 무기로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과 데이트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둘의 모습이 가슴설레고 알콩달콩 참 재미있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내가 풋풋한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 자신이 이야기의 당사자가 된 듯한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그 짧은 기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큰 변화를 가져 온다. 관계에 무관심했던 남자 주인공은 사쿠라를 통해 많은 것들을 깨우친다. 죽음에 대해서, 살아 있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닫혀있고 막혀있던 남자 주인공의 생각도 점차 사쿠라의 온기에 젖어 들었다. 그저 대화가 부족했음을, 자신이 그들을 밀어 내고 있었음을... 또한 처음엔 그녀의 당당한 리드에 끌려다녔지만 나중에는 깨닫는다. 지금의 결과가 사쿠라에 의한 것이 아닌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음...

 

사쿠라가 남자 주인공을 부를때면 어김없이 "?????군" 이라고 나와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것이었다. 정확히 작가의 의도였다. 나중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독자를 골탕 먹이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난이었을까. 사쿠라와 묘하게 닮은 장난끼 많은 작가의 장난 이었을까? 그런데 그 시점,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는 그 순간이 참 묘하다. 바로 남자 주인공의 감정이 모두 쏟아내지는 그 순간이다.

 

독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공병 문고>에 대한 궁금증 해소 부분은 이 책의 클라이막스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의 의미가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어쩌면 "사랑해"라는 말보다 한 단계 위에 존재하는 표현일 것이다. 그 말을 찾고 찾아도 이 말보다 더 명확한 감정의 표현이 있을까 싶다.

 

'사이좋은 클래스 메이트'를 만나고 싶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봄이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의 이름처럼 벚꽃이 만연한 봄과 어울리는 아름답고도 슬픈 소설이다. 이 책과 함께 봄의 완연한 기운에 취해볼 수 있음도 그저 감사하게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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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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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몬드

 

"감정없는 소년이 전하는 친구의 의미"

 

 

 

창비(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는 '아몬드'는 저자 손원평의 첫 소설이다. 손원평 작가는 영화계에서 일했고 그 특별한 감각을 그대로 책에 담았다. 독특한 소재, 극적인 전개 방식이 독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책의 흡인력이 뛰어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책이 두껍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다. 정말 재미있어 작가에 대해 검색해 봤고 그녀의 첫 소설이란 점이 놀라웠다. 그녀의 다음 책은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알렉시티미아' 우리 말로는 '감정표현 불능증'이라 한다.
주인공 윤재의 머리에 아몬드만한 크기의 한 부분이 잘 자라지 않아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머리에 좋다는 아몬드를 먹는 윤재, 뭐,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엄마가 먹으라 하니 챙겨 먹는다.

 

할머니는 윤재를 '예쁜 괴물'이라 부른다. 엄마에게 윤재는 그저 조금 특별한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윤재를 그저 '괴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146)

 

주인공 윤재만 가지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 상태에 대해 평범한 사람인 우리는 이해가 쉽지 않다. 우리가 주인공의 상태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반대로 주인공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점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아니 답답함이란 감정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글의 흐름 안에서 이해가 쉽지 않은 이런 윤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의 상태 및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

 

'평범함' 이란 무엇일까. 특별한 윤재에게 평범함이란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윤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윤재가 평범하길 바라지만 윤재에게 평범함은 평생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과도 같다.

 

곤이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윤재는 감정이 없기에 혹은 감정 통제가 지나쳐 문제라면 곤이는 감정 통제가 불가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 두 사람이 만났다.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감정의 변화가 없는 윤재, 고통받는 나비를 보면서 그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 풍부한 곤이. 하지만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욕을 입에 달고 살며 문제아로 큰 곤이. 이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윤재는 도라를 만난다. 아픔, 슬픔, 고통 부정적 감정의 자극을 주는 곤이와는 다르게 아름다움, 사랑 등의 긍정적이며 밝은 감정의 느낌에 도움을 주는 도라를 만나게 되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된다.

 

너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p159)

 

진정한 친구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 주고 믿어주는 사람?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 어울리지 않을 곤이와 윤재의 관계가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힘들고 위험에 처했을 때 결국 손을 내민 사람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였다.

 

책을 읽고 난 뒤, 친구에 대해, 감정에 대해,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저 재미있게만 읽는 소설은 아니다. 윤재의 가슴을 뒤 흔드는 그 무언가가 내 가슴도 쿵하게 울리는 힘이 존재한다. 그저 정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이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p210)

 

*창비 사전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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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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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이름은 꾸제트




내 이름은 꾸제트는 프랑스 소설로 저자는 질 파리다. 2007년 1판으로 발행되었으며, 2017년 2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에게 왔다. 2016년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서 각종 상을 받았다. 그로 인해 다시금 원작 소설이 주목 받게 되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소설은 꾸제트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구박 받기 일쑤였던 꾸제트는 하늘을 증오한다. 자신의 불행이 하늘 때문이라 굳게 믿는 아홉살 꾸제트는 하늘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서랍 속에서 권총을 발견하고 하늘을 직접 죽이기 위해 권총을 하늘로 발사한다. 이를 말리기 위해 나온 엄마는 꾸제트와 실랑이 끝에 잘못 발사된 총에 맞는다. 그리고 꾸제트는 엄마를 잃는다.



소설은 어둡게 시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다. 그렇다고 그저 밝다고 하기엔 아이들의 사연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 묵직하게 다가온다. 꾸제트의 원래 이름은 이카로스, 하지만 기다란 호박이란 뜻의  꾸제트라는 이름을 더 좋아한다. 질문이 많은 아이 꾸제트는 감화원에서 새로운 삶의 시작점에 서게 된다.



호박덩이 꾸제트를 중심으로 감화원의 아이들이 모습이 그려진다. 모르는 게 없는 시몽, 토끼 인형을 항상 품고 다니는 울보 아흐메드, 뚱보 쥐쥐브, 샤푸앵 형제, 흑인 소녀 베아트리스, 수줍은 알리스 그리고 사랑스러운 천사 카미유...


꾸제트를 통해 전해지는 에피소드들이 가슴을 후벼파기도 하고 선정적인 부분들도 간혹 있다. 아이의 시각으로 상황이 묘사된다는 점만 다르기에 상상력이 풍부한 어른들에게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다. 아주 귀여운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중간 중간 묵직한 메시지들이 훅하고 들어 온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건 마음이 안 놓여서 그런 거잖아요. 어른들이란 항상 그런 식이에요. 늘 나쁜 이유들 때문에 우리한테 소리만 질러요. p320



"어른들은 항상 그런 식이에요."란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원칙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행동들은 무언가 부족하고 논리적이지 않다. 어른이라고 항상 옳지 않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항상 어른들에게 있다.



진짜 부모건 가짜 부모건 상관없어, 카미유.

중요한 건 사랑받는다는 거잖아. 안 그래? p332



이별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에게 진짜 부모님은 선망의 대상이다. 진짜 부모님을 가진 평범한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카미유에게 꾸제트는 정답을 알려 준다. 사랑을 받는 다는 것! 아이들을 치유하는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랑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내가 잘 못 알아듣는다고 그게 다 내 잘못은 아니다. 최소한 나는 모르면 물어보니까. 좀 멍청해 보이거나 시몽 말대로 머리가 약간 비어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아는 것도 아니다. p352



질문이 많은 아이 꾸제트의 말이다. 나의 철학과 매우 닮아 있어 기억에 남는다. 물어보는 것이 죄가 아니다. 죄는 항상 질문을 받는 쪽에서 발생된다. 질문은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내 자신을 내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홉살 꾸제트는 그런 용기를 가진 아이다. 



감화원의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불행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카미유와 그녀의 이모와의 일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 이모지만 카미유와 단둘이 있을 땐 마녀로 돌변하는 카미유의 이모. 이러한 사실을 어른들은 그저 어린 아이의 투정으로 여긴다. 카미유의 말은 아이의 말로 치부하고 들을려고도 하지 않는다. 항상 약자에 있던 아이들은 마녀와의 대화를 녹음해 전세를 역전 시킨다. 통쾌한 한방이 짜릿하다.


무엇보다 꾸제트와 카미유의 알콩달콩한 사랑은 내 입가에 웃음을 짓게 했다.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모습이 매우 사랑스러웠다. 둘의 첫뽀뽀는 내 가슴을 설레게 까지 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아이들의 사연들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꾸제트의 첫뽀뽀는 나를 설레게도 했다. 묵직한 메시지에 나를 되돌아 보기도 했다. 꾸제트와의 이별이 그저 아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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