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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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돈에 대한 모든 생각






자본 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은 과연 무엇일까. 돈에 대한 철학을 다룬 책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돈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궁금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돈에 대한 수많은 철학과 관점들로 인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제 이 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돈을 잘 모르겠다.






교황 프란체스코는 "금융의 보이지 않는 지배"와 사유재산을 명목상 규탄했지만 로마 카톨릭은 이러한 모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가령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돈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면 돈이 필요하고 신앙을 널리 전하는 데에도 돈이 듭니다."

'장식과 금욕' 중에서 (p37)


천주교 모태 신앙인 나에게 성당은 모순 투성이었다. 종교와 돈의 연결로 돈의 민낯을 보기에 충분하다. 로또를 구매하는 신부, 아이들 행사비를 줄이고 자신의 방의 냉장고를 바꾸는 사제 등은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다. 산해진미와 좋은 술을 즐기고 호사를 누리는 주교, 추기경, 교황들은 돈의 노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돈에 구속되어 살아가는 것은 종교인도 다를바가 없다는 점에 항상 모순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금욕을 중시하는 천주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금붙이와 장신구다. 과거 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모았고 부를 늘렸다.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예시를 만날 수 있다. 광활한 이슬람 사원과 신전, 왕궁들을 보아 별반 다름이 없음을 눈치챌 수 있다.





자본주의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위계에 따르는 이기심의 조직화로서 가장 완벽한 질서이면서도 우리가 당신의 영광에 대하여 설정할 수 있었던 가장 인간적인 질서입니다.

'문명의 요인' 중에서 (p124)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본주의는 현 질서를 세운 존재다. 돈은 회유의 수단, 보상의 수단, 회유하고 달래는 요소로 사용된다. 위계질서가 돈에 의해 확립이 되었다. 상위층으로 단계 상승을 위한 처절한 희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인간의 존엄성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노예 제도가 폐지된 것도 결국 돈 때문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그 노예 제도가 자본주의에 녹아든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자발적인 노예들을 만든 질서 확립의 도구가 아니었을까.





1974년에 미국의 리처드 이스터린은 국민총생산 증가와 행복감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연구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고소득은 만족감을 보장해주지 않을뿐더러 유해한 효과를 미칠 여지가 있다.

'행복과 웰빙의 혼동' 중에서 (p147)

요즘 대한민국의 모습을 통해 국민총생산 증가와 행복감 사이의 관계가 없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과거 가난하고 힘들었던 대한민국이 오히려 더 행복했다는 말이 나온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나라가 부강하여 국민총생산이 증가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찌 더 불행해진 모습만 비친다.



돈이 행복을 줄 수 있는지 묻는 연구자 중에서 금전적 보상을 포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돈과 행복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의심의 조각을 모두 지우기는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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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참 재미난 녀석이다. 꼭 필요하지만 유동적인 것, 악마로 돌변할 수 있는 것, 독이자 해독재라는 표현까지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참 무궁무진하다. 적당한 돈이 있으면 되는 것인데 그 적당함이 참으로 어렵다. 충분하다는 돈의 양은 정말 어느 정도일까. 불공평한 분배의 죄를 지닌 돈. 그렇다. 이 돈이란 것이 재분배가 잘 이뤄진다면 돈은 죄를 씻게 된다. 돈이 죄를 씻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돈을 신성시하지 말 것, 지나치게 사랑하지도 말고 혐오하지도 말 것, 이것이 지혜다.

'감당해야 할 정신분열' 중에서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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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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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까지 행복해 봤니

우리는 어디까지 행복해본 사람인가





프롤로그에서 파울로와 수녀님의 이야기는 어린 우리의 마음을 달랜다. 지금 당장 원하고 갖고 싶은 것들을 기도한다고 신을 들어주지 않는데도 우리는 기도를 해야한다고 수녀님은 말한다. 어린 아이가 울면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부모는 모두 들어주지 않는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때에 부모는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내어 준다.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이 그러하다. 우리의 모습이 울면서 떼쓰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여행가이자 작가이자 마음 전문가 저자 곽세라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 행복해본 사람이냐고 묻는다. 물론 해리의 질문이다. 이 한 구절이 마음 속 깊숙히 들어왔다. 내가 행복해본 만큼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그 말에 가슴이 울컥한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 이전에 내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그 행복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갈구하게 되는 것일까.


행복한 사람이 되어서 가면 세상 어디든 행볼할 거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신발과 같아. 먼저 신발을 신어야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니? 밑창이 튼튼한 신발을 신은 사람은 가시덤불이 나와도, 얼어붙은 강을 만나도 웃으며 성큼성큼 건널 수 있다. 불행한 채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맨발로 길을 떠나는 것과 같아.

'행복을 향해 가지 말고 행복을 신고 가라' 중에서 (p44)

어딘가로 떠나기에 앞서 우리는 행복의 신발을 구비해야 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행복이다. 큰 공감이 되는 구절이다. 불행하다면 떠나지 말라 말한다. 행복해진 이후에 그곳에 가라고 한다. 우리는 항상 그곳에 가서 행복을 찾으려고만 했다. 트렁크에 고이 모셔둔 행복의 신발을 먼저 신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은 그런 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격변의 시기에, 그 발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누가 의연하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꿈을 꾸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니? 다들 더 갖겠다고 아우성칠 때 고요히 차나 한 잔 하면서 마음의 안부를 묻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니?

'너의 꿈에 우표처럼 붙어 있어라' 중에서 (p67)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는 방향이 참 다르다. 성공을 쟁취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제공하는 자기계발서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행복을 찾고 자신을 위로하는 에세이집은 정말 서로 다르다. 저자가 빌게이츠를 찾아갔다면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워렌 버핏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가능은 하겠다만 깊이있는 견해는 해리,파루, 야란이 한 발 더 앞설 것이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리 앞을 보는 장님, 해리도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고요한 상태, 마음의 안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리의 가르침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행복에 가까워지게 돕는다.




행복을 추구하는 순간, 당신은 불행해질 것이오. 행복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오. 행복은 누리는 것이오. 숨처럼 쉬는 것이오. 느끼고 기억하시오. 그저 '이미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행복을 추구하는 순간, 당신은 불행해질 것이오' 중에서 (p86)

행복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그 행복을 마주하지 못하고 행복을 찾고 있다. 행복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때 비로소 행복이 보인다. 우리는 오른쪽 눈을 찾기 위해, 어머니의 사랑을 찾기 위해 떠나지 않는다.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소중한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까르마파는 통통한 얼굴의 젊은이였다. (중략) 나는 그에게 물었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눈 감고도 알 수 있는 걸 물었다는 뜻일까? 눈도 뜨지 않은 채 그는 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됩니다."

'버킷리스트보다 급한 건 독버섯리스트' 중에서 (p106)

행복해지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까르마파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어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큰 공감이 되면서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행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지만 그러할 수 없는 현실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요즘 사람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자기가 뭘 원하는 지 모르는 게 당연해. 원하는 법을, 꿈꾸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까. 부모도, 학교도 생계를 잇는 법만 가르칠 뿐,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 무언가를 가슴이 타들어가도록 원한 적 있어? 한 점 의심 없이 내 것인 꿈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설레어봤어?

'꿈을 꾸는 법부터 배우고 와' 중에서 (p186)

내가 진심으로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딘지 모를 끝을 향해 우리는 달려가고 있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른다. 생계를 위해 뛴다. 꿈을 꾸는 법이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건데 잘 모르겠다. 어제 구매한 레고가 나의 꿈인가. 차를 바꾸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게 꿈이 될 수 있을까. 꿈을 어떻게 꾸어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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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그 두 글자의 의미에 대해 알고자 저자는 여행을 떠나고 조언을 구한다. 그들의 대답이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되고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밥을 먹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으며, 가족 모두 건강한 것 자체가 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종종 잊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스스로를 의문 속에 가두는 듯 하다.



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의 교정이 절실하다. 나를 바라보고 내 주변을 바라보고 내 가족을 바라보는 변화가 필요했다. 가진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웠고, 행복을 진정으로 찾아가는 그 첫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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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100명의 사람들 - 초등학생을 위한 초등학생을 위한 100명의 위인들
고수산나 지음, 송영훈 그림 / 소담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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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100명의 사람들

나의 롤모델을 찾아보자






세상에는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 모든 사람에 대해 자세히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어른인 우리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고 세세하게는 잘 모른다. '초등학생을 위한'이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인물이 생각보다 많다.



위인전 전집을 사주기보다 이런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어떨까. 궁금한 인물에 대해서 추가로 책을 구매하거나 알아보는 것이 아이의 흥미에 바탕을 둔 접근이기에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예를 들어 아이가 '스티븐 호킹'에 관심을 보인다면 함께 '스티븐 호킹'에 대한 책을 사거나 그가 쓴 책을 구매해 함께 읽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해서 알았다면 그의 영화를 다시 보면 좀 더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잘 모르던 인물에 대해서 알고 자료를 좀 더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싼 돈을 들여 구매한 전집보다 오히려 이런 책 한 권이 교육적으로 좋은 접근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각종 장애, 편견, 실패, 가정 형편 등 약점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참 많은 기회가 있고 더 나은 환경이 주어졌다. 그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으며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다.





적절한 그림과 사진

인물의 사진 혹은 그림이 있어 이해가 쉽다. 시각 장애를 가진 '스티비 원더'의 썬그라스를 낀 상징적인 캐릭터가 표현되어 있다. 또한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에 대한 사진은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미지로 각인된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딱 적당한 길이의 내용

너무 내용이 많고 길면 자칫 지루할 수 있다. 1장 분량의 길이가 참 마음에 든다. 핵심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인물에 대해 간략하면서도 핵심정인 내용을 알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그저 노벨상 수상자를 받은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험난했던 과거사들은 모두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 설명 주석


초등학생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단어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자어이기때문에 한자 뜻과 함께 설명하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한자 세대가 아닌 우리 어른들에게도 공부가 된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을 놀라게 한 100명의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은 초등학생뿐 아닌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한다. 내가 잘 모르는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 볼 수 있었다. 익숙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역시 몰랐던 내용이 참 많았다.



이 책을 통해 몇몇 인물들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고 그들의 책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넬슨 만델라, 김대중 대통령, 프리다 칼로, 찰스 다윈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나의 롤모델을 한 번 정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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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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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세계

죽음의 경계에서 나의 혼돈을 마주하다




저자 알베르트 에스피노사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열네 살 암 선고를 받은 그는 10년간의 치료 끝에 한쪽 다리를 잃고 페와 간의 일부 또한 잃었다고 한다. 스물네 살부터 글을 쓰고 연극 대본을 집필하며 배우로 활동하고 감독활동도 했다. 젊은 시절의 병 투병이 긍정적으로 변모하여 환상적 작품들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의 작품이 궁금해 진다.



구절 하나하나가 어렵지는 않지만 쉽사리 넘어갈 수 없다. 표현들이 몽환적이고 사색적이며 함축적이다. 구절들마다 전하는 바가 매우 깊기에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저자의 경험에서 탄생한 소설이 무언가 좀 특별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의 기본은, 오늘이 죽을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전부다.

(p24)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음이 내 코 앞에 다가왔을때. 나는 어떠할까. 그 심오한 이야기가 푸른 빛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랜드 호텔로 떠난 열일곱살의 소년이 한 섬에서 열여덟을 맞이한다. 열여덟 살의 경계에서 한 기로에 선다. 그 곳에서 소년들, 소녀들... 그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나눈다. 그가 그 섬에서 깨우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너는 두려워하는 게 지겹지도 않니?

네 행동의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말이야.

(p30)

항상 두려움이 앞선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내 행동에 대한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오늘 죽을 거라면 결과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겠지. 그렇기에 두려움이 사라질텐데. 내일이 없을 것처럼 하루를 산다면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을텐데.

당신이 항상 하고 싶었고 이루고 싶었던 것을 찾아요.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이틀, 사흘 또는 나흘의 시간이 있어요.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당신 삶에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 거예요.

(p85)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나 싶다. 시간이 충분하기에 하고싶은 일을 못하는 것일까. 시간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데 왜 망설이는 것일까.

우리는 어리석은 일에 두뇌를 너무 많이 써서 결국 터무니없는 문제 해결에 매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때 당신의 본질과 진정한 당신이 등장한다.

(p94)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의 본질, 진정한 나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항상 터무니없는 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다. 죽음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진정한 우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난 항상 자식을 잃은 부모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다는 걸 증오했어요. 그 단어는 계속해서 '어머니'와 '아버지'예요. 그 지위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p109)

생각해보니 그러하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평생 어머니이며 아버지로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스페인도 그 단어가 없다. 말 그대로 상식적이지 않은 아픔이지 않을까.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아픔이지 않을까.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는 너를 다르게 만드는 것, 사람들이 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네가 그들이 바뀌길 원하는 것을 말해.

(p122)

혼돈의 의미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온전히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받아들이기 힘든 나의 모습이라는 말이 맞을까. 책의 부제로도 사용된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는 말을 기억해두고 싶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나의 혼돈을 사랑하는 일이다. 세상을 떠난 얀이 남긴 그 말로 인해 그녀는 혼돈 속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그저 한 번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모두 온전히 이해했다 말하기 힘들었다. 심오하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작가가 말 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가 경험한 것들, 느꼈던 것들을 평범한 내가 모두 알기에는 나의 식견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단 한 번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알기는 힘들었으리라.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몇 번 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 번째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꼭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놀랍다. 열여섯, 고작 3프로의 생존 가능성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그 주에 만났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그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가를 생각한다. 어쩌면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이런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 그저 감사하다. 혼란스럽고 혼돈스럽다. 그저 이러한 감정을 그대로 두고 싶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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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글배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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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나를 찬찬히 돌아보다






가벼운 마음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 시집과 에세이의 그 중간 즈음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참 깊이 있다. 나보다 어린 저자이지만 심심한 위로의 메세지를 건네 받았다. 깊이 있는 작가의 생각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점차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힘들었다. 매우 예민한 성격의 탓도 있겠으나 지금까지 눈치보며 자라왔던 과거에 얽메어 있어 그러한 듯 하다. 타인에게 잘 보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의 무의식에 자리했나 보다. 이 책을 통해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 그 대상을 안 좋게 얘기하면

그 말을 받아들이고 믿기보다는 내 생각을 지켜낼 힘과

그 말을 튕겨낼 힘이 생기고

그 대상을 사람들에게 감추기보다는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중에서 (p20)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와 닿았다. 신발에 비유한 자존감 이야기는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아온 내 자신을 발견했다. 왜 그랬을까. 저자의 말대로 바로 자존감의 문제다. 나와 나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스스로 당당해지는 길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책을 통해 그리고 스스로 자존감은 키울 수 있고 강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



내가 지친 만큼 내 속도로 가세요

천천히

그렇게 간다고 해도 뒤처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 속도로 잘 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목적지가 다 다릅니다.

'내가 지금 지쳤다면' 중에서 (p67)


나의 속도를 유지하며 간다는 것은 쉬운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일을 해야한다. 나 홀로 일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팀원들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내 속도를 고집한다는 것은 반항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렵다. 내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우리는 그 목적지를 조금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만의 목적지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아둥바둥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르기에 타인에게 나의 속도를 강요할 필요 없으며 나만의 속도를 알고 설정할 필요가 있다. 빠름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





사람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사람이 어떻게 하든

나는 내 할 도리를 다하고

아니다 생각이 들면

그때 그만해도 늦지 않는다.

'스트레스' 중에서 (p91)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상 다반사다. 출근을 하면서도 퇴근을 하면서도 모임에서도 회사에서도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힘이 든다면 일상 자체가 힘들어지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노력한다고 효과가 바로 보이지도 않는다. 나의 도리를 다하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쓰지 말자. 그냥 내 갈 길을 가자.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이 넘친다면 다른 이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


가볍에 읽은 그의 책을 통해 깊은 사색을 하고 깊은 공감을 했다. 나만의 철학을 굳건히 해야한다. 나만의 철학을 굳건히 한다는 의미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다. 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사랑하자.


저자 글배우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생긴다.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걱정하지 마라> <신호등처럼> 시인이자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의 글들을 좀 더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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