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소포

피체크의 소설은 단연코 최고다





피체크에 대한 극찬이 스릴러 마니아들에게 들려온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는 극찬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다. 책을 읽고난 후 감상평을 한마디로 감히 표현하자면 "피체크 소설은 최고다".



어떤 수식어를 피체크 앞에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반전을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선물과도 같은 소설이다. 반전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범인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주인공인 엠마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으며 등장인물 모두가 '이발사'가 될 수 있다.



도대체 몇 번 속은 것인지 모르겠다. 피체크는 독자가 생각하는 방식을 통제하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이럴줄 알았어'라는 말을 내 뱉을 수 없도록 반전에 반전을 장치했다. 누구도 이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하게 피체크가 마련한 통제된 길로 우리는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엠마는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의 중증 편집증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정신의학 박사였고, 병적으로 거짓말을 자주 하게 되는 공상허언증과 더불어 편집증은 그녀의 전공 분야였다. 엠마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환자들을 수없이 치료했다. 그 병이 어떻게 치료되는지 그녀는 아주 잘 알았다.

(p66)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하고 머리를 깍고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 일명 '이발사'가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엠마는 정신과 의사다. 엠마는 이발사의 피해자가 되어 머리를 깎이고 강간을 당했지만 죽지 않았다. 편집증 증세를 호소하는 엠마는 일상 생활이 어려워 집에서 은둔한다. 이런 엠마에게 한 소포가 도착하면서 멈출 수 없는 급박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정신과 의사가 스스로 제일 잘 아는 분야의 정신병에 걸린 상황. 벽장 속의 상상의 인물 '아르투어'를 만난 어린 시절부터 엠마는 이미 정신병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유능한 외과 의사도 부러진 자신의 팔을 수술할 수 없는 것처럼 엠마도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유하지 못한다.

특히 판매 부수를 높이려고 잘못된 정보와 거짓말을 대서특필하는 신문, 급하게 짜깁기된 모든 자막 뉴스, 트위터, 블로그, 아무도 검증하지 않고 거짓을 크게 외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는 인터넷 상의 소문들. 그것들이 앞장서서 거짓말을 퍼뜨렸고 나중에는 일간지, 주간지, 텔레비전 방송국까지 뒤를 따랐어. 그들 역시 거짓말을 했지. 수사 중인 형사들의 부탁으로.

(p284)

우리는 너무 쉽게 믿는다. 뉴스 기사로 나온 내용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 피체크가 깔아 놓은 거짓 정보를 우리는 순수하게 믿는다. 그 덫에 우리는 빠질 수 밖에 없다. 이 착각의 덫이 이렇게 재미날 수 있다니, 이게 스릴러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반전의 연속에 나는 홀랑 소설에 빠졌다. 누군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어지럽고 힘들기만 한 놀이기구를 왜 타는지 모르겠다며 싫어하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즐긴다. 트릭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마술을 보고 놀라며 환호한다. 우리는 피체크의 마법에 빠져 즐겁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피체크가 준비한 놀이기구에서 한껏 혼란함을 느끼고 내려오면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피체크 소설을 만나야 한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나는 그저 <소포>로 피체크를 만났다는 자체에 감사하다. 어서 그의 다른 소설들 <내가 죽어야 하는 밤>, <차단>, <눈알수집가>, <노아>를 읽어보고 싶다.

전부 다 착각이라고? 호텔방의 남자, 주사, 통증, 피. 그렇지? 어쩌면 임신했다는 것도 거짓말일 수 있겠네. 그것도 환상에 불과했던 거야. 그렇지? 그리고 다락방에서 나는 벨 소리도 내 귀에만 들리는 환청이고...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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