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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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부당함에 맞서는 통쾌한 복수극






일본 도쿄 중앙은행의 융자과장 '한자와 나오키'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기업의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대출을 해줘도 손해가 없는지 검토하고 대출 실행을 결정하는 업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이 평범한 은행원에게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기우는 잠시였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하루만에 책을 모두 읽었다.



'한자와 나오키'에게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회사가 정하는 방향대로, 상사가 지시하는 방향대로 할 수 밖에 없고 거부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간다. 이미 한자와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우리는 그의 반격을 응원하게 된다.



한자와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 서부오사카철강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5억엔 영업 손실이 나게 생겼다. 그런데 이 모든 책임을 한자와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대출이 실행될 때 한자와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은 지점장이 한자와의 잘못이라고 한다. 이 대출과 관련된 상사며 관련 부서도 책임지지 않고 한자와를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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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한자와는 공을 세우기 위해 조바심을 낸 나머지 시간도 주지 않고 잡아채듯이 품의서를 올린 건 누구냐고 따지고 싶었다. 자기들 사정으로 여신 판단의 시간을 생략해놓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도 비열한 짓이 아닌가!

p57

이러한 부당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모든 화살이 내 자신에게 향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잘못된 지금을 바로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한자와는 포기하지 않고 현 상황을 맞선다. 나라면 포기했을지 모르겠다. 작정하고 잠적해버린 서부오사카철강의 히가시다 사장을 찾아가 상황 파악에 나서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가키우치는 안에서 꺼낸 자료 다발을 높다랗게 치켜들더니 돌덩이처럼 굳어져 있는 오기소 앞에 힘껏 내리쳤다.

p192

인사부의 검열에 탈탈 털리는 한자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감찰이 필요한 일임에는 동의하지만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의욕을 떨어뜨리는 그 효율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참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한자와를 겨냥해 나온 겸열이라면 그 부당함은 더하다. 오기소는 의도적으로 서류를 숨기고 한자와를 지적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자와가 그냥 지나칠리 없다.



처음으로 통쾌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쾌하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부제가 떠오른다. 그렇다. 분명 한자와는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당한만큼 갚아줄 것이다. 이 작은 통쾌함의 시작으로 더한 통쾌함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통쾌함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은행이 이렇게 부조리한 조직인 줄 몰랐군."

한자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걸 지금 알았어? 그렇다면 한 가지 더 가르쳐주지. 은행이란 곳은 말이야.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이야. 똑똑히 기억해둬."

p194

'부조리한 조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조직 환경에서 그대로 머무른 회사 및 조직들이 많다. 점점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예를 하나 떠오른다. 내가 몸담은 조직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로 복장이 비지니스 캐쥬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출장을 온 파란 눈의 동료들은 편안하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이에 사람들은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이를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 허나 이 작은 변화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가 과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매입을 부풀렸더군요. 그런 식으로 이익을 속여서 계획도산을 한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지금 한자와 씨와 같이 조사하는 중입니다. 채권자끼리 서로 협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203

한자와의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이다. 조사를 할수록 히가시다 사장의 음모가 드러난다. 계획도산을 했다는 의미는 의도적으로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찾기만 하면 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자와의 역전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도쿄중앙은행의 행원일 뿐이지. 즉 당신과 똑같은 일개 직원에 불과해. 경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당시이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귀찮고 힘들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져야 할 거야."

p227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저 은행의 행원일 뿐이며 일개 직원에 불과하지만 부당한 잘못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신념있는 말이 참 멋있다. 과연 나는 부당함에 맞서 상대의 잘못을 찾아내고 처벌 받게 할 수 있을까.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기에 이러한 소설에 대리만족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응이다. 이러한 대리만족을 선사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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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관련된 용어들이 꽤 많이 나오지만 책을 읽어 나감에 큰 어려움은 없다. 자연스럽게 친절한 설명이 함께 나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 중 '분식회계'라는 단어를 몰라 찾아봤다.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회사 장부 조작이란 의미였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상 이해함에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용어들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관점을 잘 배려해 소설을 썼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대리만족만큼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도 없다.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힐링과도 같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부당한 해고를 당하는 사례가 분명 우리 사회에도 많을 것이다. 부당함은 처벌받고 부조리한 조직은 변했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그런 상식이 통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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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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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슈스케의 교묘한 트릭이 환상적이다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 사이코패스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각종 상을 받아 이름을 익히 듣게 된 미치오 슈스케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각종 트릭이 숨어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선입견에 우리는 교묘하게 마련된 트릭에 뒤흔들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한다. 거울 속의 내가 나인듯 남인듯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른손을 다운재킷 가슴팍에 넣어 셔츠 아래의 왼쪽 가슴을 눌러봤다. 심장은 여전히 느리게 뛰었다. 아무리 위험한 짓을 해도 이 심장 박동은 빨라지지 않았다. (중략)

"너 같은 사람들 뭐라고 하는지 알아." (중략)

세이코엔의 뜰에 있던 어두운 창고 속에서 그녀는 그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

p16

세이코엔이라는 소위 보육원에서 자란 사카키 조야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다. 그리고 그는 사이코패스다. 위험한 행동에도 심장 박동의 변화가 없고 이를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만 그럭저럭 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다. 이런 조야의 모습을 알아채고 보듬어 주는 히카리 누나는 조야의 첫사랑이다.



책의 중반부까지 조야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이코패스 조야는 자신이 세이코엔에서 자라게 된 원인 제공자의 행방을 알게 된다. 뱃속에 8개월된 조야를 품은 어머니에게 산탄총을 쏴 죽인 남자다. 조야는 사이코패스의 사고 회로가 작동한다. 그 남자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남자를 죽이고 싶다.

"난 준페이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너라고 생각해."

p137

히카리 누나의 이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 직감의 힘은 예리하면서도 무섭다. 이 말을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조야를 이해하는 히카리의 입장에서 조야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직설적인 히카리 누나의 모습에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비극의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트릭에 속은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헛웃음이 나면서도 기분 좋은 트릭이다. 지금까지의 믿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예상하지 못한 등장 인물이 상황을 순식간에 역전시킨다. 그리고 그 새로운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며 급물살을 탄다. (더 이상의 스토리는 강력한 스포이기에 더 적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너희도 괜찮을 거야."

어머니의 말이 진실이기를.

"괜찮을 거야."

조금이라도 진실이기를.

p315

마지막 어머니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식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지금보다 괜찮은 삶을 살기를 바랄 것이다. 조야가 처한 상황을 보고 어머니의 마음이 가장 쓰라릴 것만 같다. 그래도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야의 모습에 위안을 건네고 싶을 것이다.



스펙타클하면서도 가슴 뭉클해지는 스토리가 압권이다. 내가 사이코패스 사고 방식이 탑재된 조야의 입장이 되어 접근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에서 조야는 많이 개선되었고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후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 깃든 그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가슴을 때린다.



"아무튼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재능은 환경과 상관없이 개화한다는 사례 같지? 프로 피이니스트가 된 사람은 음악과 인연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유전적인 소양 같은 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재능을 가졌는데도 한쪽은 음표도 읽을 줄 모르잖아."

분명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모두가 그 재능을 개화시키는 건 아냐. 진짜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그 재능을 훌륭하게 꽃피운 경우뿐이지."

p166

어쩌면 흔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소재를 한 껏 잘 활용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환경에 따라 유전적 소양 같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사이코패스의 유전적 소양을 갖고 태어 났다 할지라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주변 사람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정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켈리튼 키는 둥근 기둥의 사각 톱니가 달린 키를 지칭한다. 옛날에 만들어진 워드 라물쇠라는 단순한 구조의 자물쇠는 스켈리튼 키로 대부분 열 수 있어서 '여벌 열쇠'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이 키가 가진 숨은 의미가 참 오묘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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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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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결코 가볍지 않은 깃털에 대한 이야기





'깃털 도둑'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책의 제목으로는 선뜻 책 내용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세상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인 '플라이 타잉'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모두 실화다. 그럼에도 소설과 같이 반전이 숨어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겨 있다.



옮긴이는 범죄 다큐멘터리 장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이 의견이 동의한다. 에드윈이 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치게 되는 과정과 그 역사적 배경까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깃털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어찌 이렇게 강렬할 수 있을까 싶다. 책의 마지막에 첨부한 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생물의 기본 욕구가 아닐까 싶다.



'제1부 죽은 새와 부자들' 을 읽으면서 왜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말하고 있나 싶었다. 에드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정보들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제2부 트링박물관 도난사건'에서 에드윈 사건이 자세하게 나온다. '제3부 진실과 결말'에서는 에드윈 사건 이 후 저자의 탐험이 담겨 있다. 깃털에 대한 사람들의 병적인 열망과 희귀종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의 시작, 그리고 플라이 타잉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책장의 마지막을 덮을 때 비로소 모든 연결고리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p23)

프롤로그는 에드윈 사건의 전말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말을 통해 트링 박물관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강렬한 도입부다. 에드윈은 왜 박물관에 새들을 훔치러 들어갔을까. 그 새가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저 아름다운 깃털을 갖기 위함이었을까. 수많은 의문점이 생겨났고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윈은 인터넷 세상을 접하고 나서야 자신처럼 '진짜' 깃털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p114)

에드윈의 깃털에 대한 집착은 다름아닌 플라이 타잉 때문이다. 플라이 낚시에 사용되는 미끼를 만드는 활동이다. 새들의 깃털을 묶어 플라이 미끼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플라이 타잉에 사용되는 재료가 바로 깃털이다. 희귀할수록 가치가 높고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은 전 인류의 법칙일 것이다. 희귀할수록 값어치가 나가며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플라이 타잉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어 깃털 구조를 관찰하고, 플라이를 디자인 하고, 하나의 플라이 안에 우리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가는 집념의 작업이다.

(p119)

에드윈이 한 말이다. 플라이 타잉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취미에 몰두한 경험을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취미 생활을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플라이 타잉계에서 이름을 날린 에드윈에게 플라이 타잉은 취미 활동을 넘어선 자신의 열정이 깃든 또 다른 자아와도 같은 활동이다.



그러다 에드윈은 박물관의 새들을 훔치게 되고 새들의 깃털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한달여 시간이 흘러 박물관에서 도난 당한 새들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에드윈의 흔적을 찾아낸 경찰은 결국 에드윈을 검거한다. 여기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에드윈 재판에 내려진 형량에 있는데 변호사의 능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몇 주가 몇 달이 되고, 몇 달이 몇 년이 됐다. 그동안에도 사라진 새들을 찾겠다는 내 집념은 점차 자신만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자랐다.

(p257)

에드윈 재판이 모두 종료 되었음에도 이 책의 저자 커크 윌리스 존슨은 의문을 갖는다. 모든 새를 다 찾은 걸까? 행방이 묘연한 64점의 새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에드윈의 숨겨진 행방과 사라진 새들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우리 나라의 추적60분과 같은 느낌이랄까. 에드윈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에드윈의 친구 롱 응우옌과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일부 새들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이를 추적해 가는 저자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다. 에드윈 사건 자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처벌 받아 마땅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점이었다. 박물관에서 새를 훔치는 것이 큰 대수냐는 것이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박물관에서 공개하지 않고 수량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새를 훔친 것이 중죄로 볼 수 있느냐는 의견이었다. 그러한 의견에 나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깃털 도둑'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가 생각보다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진다. 멸종이 되는 종을 보존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박물관에서 하는 일에 대한 의미, 불법으로 정의된 상거래를 묵인하는 거래 사이트, 아름다움에 목마른 사람들의 행위들, 정신병으로 법망을 피해나가는 사람들 등 가벼운 깃털 하나가 우리에게 참 무거운 의미를 던진다.



이런 장르는 매우 새롭고 색다른 시도라 생각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논픽션이며, 고증이 기반된 논픽션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귀중한 책이다. 책을 다양하게 읽은 사람만이 이 책을 진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논픽션을 이렇게 소설처럼 재미있게 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의 진가를 알아 볼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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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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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포

피체크의 소설은 단연코 최고다





피체크에 대한 극찬이 스릴러 마니아들에게 들려온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는 극찬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다. 책을 읽고난 후 감상평을 한마디로 감히 표현하자면 "피체크 소설은 최고다".



어떤 수식어를 피체크 앞에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반전을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선물과도 같은 소설이다. 반전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범인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주인공인 엠마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으며 등장인물 모두가 '이발사'가 될 수 있다.



도대체 몇 번 속은 것인지 모르겠다. 피체크는 독자가 생각하는 방식을 통제하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이럴줄 알았어'라는 말을 내 뱉을 수 없도록 반전에 반전을 장치했다. 누구도 이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하게 피체크가 마련한 통제된 길로 우리는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엠마는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의 중증 편집증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정신의학 박사였고, 병적으로 거짓말을 자주 하게 되는 공상허언증과 더불어 편집증은 그녀의 전공 분야였다. 엠마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환자들을 수없이 치료했다. 그 병이 어떻게 치료되는지 그녀는 아주 잘 알았다.

(p66)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하고 머리를 깍고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 일명 '이발사'가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엠마는 정신과 의사다. 엠마는 이발사의 피해자가 되어 머리를 깎이고 강간을 당했지만 죽지 않았다. 편집증 증세를 호소하는 엠마는 일상 생활이 어려워 집에서 은둔한다. 이런 엠마에게 한 소포가 도착하면서 멈출 수 없는 급박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정신과 의사가 스스로 제일 잘 아는 분야의 정신병에 걸린 상황. 벽장 속의 상상의 인물 '아르투어'를 만난 어린 시절부터 엠마는 이미 정신병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유능한 외과 의사도 부러진 자신의 팔을 수술할 수 없는 것처럼 엠마도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유하지 못한다.

특히 판매 부수를 높이려고 잘못된 정보와 거짓말을 대서특필하는 신문, 급하게 짜깁기된 모든 자막 뉴스, 트위터, 블로그, 아무도 검증하지 않고 거짓을 크게 외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는 인터넷 상의 소문들. 그것들이 앞장서서 거짓말을 퍼뜨렸고 나중에는 일간지, 주간지, 텔레비전 방송국까지 뒤를 따랐어. 그들 역시 거짓말을 했지. 수사 중인 형사들의 부탁으로.

(p284)

우리는 너무 쉽게 믿는다. 뉴스 기사로 나온 내용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 피체크가 깔아 놓은 거짓 정보를 우리는 순수하게 믿는다. 그 덫에 우리는 빠질 수 밖에 없다. 이 착각의 덫이 이렇게 재미날 수 있다니, 이게 스릴러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반전의 연속에 나는 홀랑 소설에 빠졌다. 누군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어지럽고 힘들기만 한 놀이기구를 왜 타는지 모르겠다며 싫어하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즐긴다. 트릭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마술을 보고 놀라며 환호한다. 우리는 피체크의 마법에 빠져 즐겁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피체크가 준비한 놀이기구에서 한껏 혼란함을 느끼고 내려오면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피체크 소설을 만나야 한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나는 그저 <소포>로 피체크를 만났다는 자체에 감사하다. 어서 그의 다른 소설들 <내가 죽어야 하는 밤>, <차단>, <눈알수집가>, <노아>를 읽어보고 싶다.

전부 다 착각이라고? 호텔방의 남자, 주사, 통증, 피. 그렇지? 어쩌면 임신했다는 것도 거짓말일 수 있겠네. 그것도 환상에 불과했던 거야. 그렇지? 그리고 다락방에서 나는 벨 소리도 내 귀에만 들리는 환청이고...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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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판다 여왕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5
수산나 이세른 지음, 마리아나 루이스 존슨 그림, 고영완 옮김 / 북극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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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잠 못 드는 판다 여왕

판다 여왕을 잠 재우는 방법은?





북극곰 출판사에서 낸 <잠 못 드는 판다 여왕>은 4세 이상의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각종 동물들을 캐릭터로 한 스토리가 참신하고 재미있습니다. 판다곰, 원숭이, 너구리, 고양이, 두루미, 호랑이, 개구리, 코끼리, 캥거루, 악어, 하마 등 일러스트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좋습니다.





궁전에서는 며칠째 아무도 잠을 못 잤어요.

아무도 잠을 자지 않는 판다 여왕의 왕국입니다. 제단사는 바느질을, 요리사는 떡을, 집사는 청소를, 왕실 고문은 글을 씁니다. 여왕이 잠을 자지 않기에 신하들도 잠을 잘 수 없답니다. 잠을 못자는 여왕은 기분이 나쁘고 짜증을 냈답니다.




여왕을 잠들게 하는 자는 진주가 가득 든 가방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왕실 고문은 여왕을 잠들게 하는 자를 찾고자 글을 널리 퍼뜨립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갑니다.




해먹을 흔들수록 여왕은 어지럽기만 했어요.

세계 곳곳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동물들은 판다 여왕을 재우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쏟습니다. 코끼리는 해먹을, 양치기는 양을 세고, 호랑이는 지루한 전설을 들려주었답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소용이 없었답니다.




여왕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다 여왕을 재우기에 실패했답니다. 그러나 결국은 판다 여왕을 재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신하들도 여왕도 잠을 자며 달콤한 휴식을 가졌답니다. 과연 어떤 방법이 판다 여왕을 잠들게 했을까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고,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잠 못 드는 판다 여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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