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동주 DIARY

윤동주와 함께하는 5년의 기록





동주 다이어리는 책인 듯, 시집인 듯,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다이어리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세계가 기억하는 시인 윤동주와 다이어리가 만났다.

5년간 쓸 수 있는 다이어리다. 매일 그의 시 한 구절을 만나본다.

어떤 말이라도 좋다. 그저 내 마음, 기분을 담은 글을 적어본다면 훌륭한 일기가 된다.







동주 DIARY인 만큼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내용이 알차게 담겨있다.

윤동주 생애 관련 사진들, 지인들의 증언들이 담겨 있으며, 윤동주가 사랑했던 즐겨 읽었던 시들이 듬뿍 담겨 있다.




윤동주의 시와 더불어

프랑시스 잠, 장 콕토,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지용, 김영량, 이상, 백석 등의 시들이 책에 담겨 있다.

시인 윤동주가 즐겨 읽었던 시였으며 그가 즐겨 읽었던만큼 윤동주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시들이다.



독서와 사색을 즐겼다는 윤동주, 그를 기리는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시킨다.





윤동주 - 서시

윤동주하면 서시, 서시하면 윤동주가 떠오른다.

그의 대표적인 시인 서시는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매번 시를 보고 읽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식민지의 상황에 처한 시인 윤동주는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나라가 처한 상황과 더불어 정신적 고통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굳은 심지를 엿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그의 다짐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5년 다이어리

20으로 시작되는 부분은 년도를 적어 넣는 부분이다.

2019, 2020, 2021... 의 오늘이 1월 20일이라면 해당 페이지에 년도를 기입하고 5줄에 내용을 적으면 된다.

매일 일기를 쓰듯 글을 채워 넣으면 자연스럽게 5년의 기록이 쌓인다.

해가 거듭될수록 성장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과거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일기가 될까?

같은 내용의 시 구절을 만나더라도 처한 상황, 날씨 등의 영향으로 매우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이 다이어리의 가치를 알기 어려울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 가득 채워진 나의 다이어리는 나만의 보물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선물이 되는 다이어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윤동주를 좋아할 것이다.

그의 애국 정신은 시대가 흐를 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윤동주는 우리의 자랑이다.

친구에게, 지인에게, 동료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다이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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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꿈의 책

꿈의 차원을 벗어난 사랑의 연결고리




니나 게오르게는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150만부 판매부수를 올린 <종이 약국>의 저자이다. 큰 기대감을 안고 <꿈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세세한 감정선과 기분을 색과 연관 짓거나 몽환적인 꿈과 연결지어 표현하고 있는데 글로 그려지는 것들이 환상적, 몽환적이며 정말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가 있는 중간 세상이 다녀온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도적이다. 정말 그런 세상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세상을 믿게 되는 무서운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의 결말에 가슴이 미어지고 뭉클해진다.

지금 아빠의 얼굴은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땅 같다. 지금 아빠의 주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더 이상 웃지 않고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의 몸도 벌써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 같다. 더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쓸쓸함의 베일에 덮여 있다.

p123

열 세살이 된 아들 샘, 아빠 헨리와 아들 샘은 아직 서로 만난 적이 없다. 아들 샘은 아빠 헨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만나자고 했고 헨리는 기쁜 마음에 헨리에게 간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헨리는 한 소녀를 구하러 물로 뛰어 들게 된다. 다행히 소녀를 구하였으나 헨리는 차에 치이게 되고 헨리는 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헨리는 코마 상태에 빠진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 샘의 마음은 슬픔과 혼란 속에 있다.

매디는 '혼미 상태'에 있는 동시에 '코마 상태'에 있다. 그런 상태는 원래 가능하지 않다. 매디는 '수면'이나 '의식 불명'에 이르지 않고 원반들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매디의 뜬 눈은 매디의 일부가 '이곳'에 있지만 더 본질적인 부분은 어딘가 아주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매디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건 얇은 막이나 박편이 아니라 얼음과 고독의 두터운 층이다.

p202

신비한 소녀 매디는 6층 식물층에 있다. 식물과 같은 환자들이 있기에 그렇게 불린다. 샘은 무언가에 이끌려 매디에게 향한다. 그리고 그 소녀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진다. 그 소녀는 아빠 헨리처럼 코마 상태에 빠져있다. 한 순간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소녀 매디는 이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녀에게 소년 샘이 나타났다.

"때로는 반대일 수도 있어. 네가 어떤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자주 생각할 수 있어. 또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좋아하든지. 사랑은 미련퉁이야."

p269

사랑이라는 감정은 차원을 넘나들고 측정할 수 없는 요상한 존재다. 아주 사람을 미련하게 만드는 재주꾼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코마에 빠진 남자를 만나러 오는 여자 에디는 어떤 마음에서 달려오는 걸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남자 헨리와 헤어졌음에도 이 여인은 왜 달려오게 되었을까.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사랑 때문일까.

가령 부인의 헨리처럼 모든 잠이나 꿈 차원을 훨씬 벗어난, 깊은 코마 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오늘날 의학이 믿는 바에 따르면 꿈을 꿀 수 없다는 거죠. 그 상태에서는 뇌가 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멀까요? (중략) 누군가가 코마 상태에서 꿈을 꿀 수 없고 주위를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게 꿈도 현실도 아니라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뭘까요?

p439

의학적 설명이 불가능한 세상은 존재할까. 존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와 매디는 서로 어느 공간에서 만나는 것일까. 세상엔 설명이 불가한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말 꿈과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도 벌어진다. 일면식도 없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강물로 뛰어 드는 남자의 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동정? 의리? 의무감? 정의감? 종군 기자의 기억? 전혀 알지 못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내 던지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 일 부터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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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솔직 담백 공감 사이다 오마르의 말,말,말





이 책의 저자 '오마르'는 유튜버, 라디오 출연, 강연, 글쓰기하며 이야기꾼으로 살아간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저자의 촌철살인 솔직 담백 공감 사이다 발언 등을 꾹꾹 눌러 담은 그의 에세이집이다. 다루는 주제마다 모두 속 시원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뼈와 살이 되는 충고를 던지는 그의 이야기 방식은 재미와 더불어 날 것 그대로의 지혜들을 담고 있다.



그의 글들을 통해서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으며 내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미묘한 그 무언가를 속 시원하게 글로 표현한 것들이 매우 공감되고 설득력 있으며 독자의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들으면 재미없을 수 있으니 큰 기대 없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가볍게 읽다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선 나는 강경한 찍먹임을 밝힌다. 그리고 왜 찍먹이 우리가 다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인가에 대해 그 분명한 이유를 말하려 한다. (중략)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먹은 찍먹을 아예 없애버린다.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 (p63)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다. 나 역시 강경한 찍먹이기에 더욱 공감한다.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멋지게 들리는지. 그저 부먹을 이해할 수 없는 종족으로만 여겼으나 왜 찍먹이 피해를 봐야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오마르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훌륭한 그의 정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널리 이 내용이 퍼져서 세상의 부먹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효리 씨가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그런 말을 하더라. "세상에 별 남자, 별 여자 없더라." 자,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짝은 죽을 때까지 찾을 수 없고, 이해와 노력 없이 잘 굴러가는 연예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막상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왜 마음이 식어버릴까 (p104)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연예를 시작할 때 상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할 수록 크게 실망한다. 처음엔 잘해주다가 나중에는 시들해지는 것이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다. 당연한 흐름이다. 꾸준히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의심을 해야한다. 다 비슷비슷하다. 그 중에 그나마 나은 사람 고르는 거다. 이해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주옥같은 멘트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흔치 않은데, 절대적으로 진리라고 믿는 말이 하나 있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함께여도 행복할 수 없다.' 연애가 당신 삶을 꽃밭으로 바꿔줄 거라 기대하지 말라. 타인과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홀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연애를 해도 행복하지 않을까? (p142)

이 말 역시 기억해 두고 싶다. 스스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타인과의 행복을 꿈꿀 수 있겠는가. 타인에게서 찾는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연애를 시작하면서 상대에게 기대하는 심리가 서로의 불화의 씨앗이 되며 헤어짐의 발단이 된다. 상대에게 기대하기 이전에 잘 해주고 기대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늘. 말처럼 쉽지 않기에 연애지만 이러한 마인드 컨트롤은 필요하다.


착하다는 말, 듣기 좋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달콤하지. 근데 그 말 듣자고 굳이 잘 맞지도 않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열심히 잘해줄 필요는 없잖나. 그건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래, 내 옛 친구 B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남들 비위 맞추느라 자신의 의사를 외면하지 말자. 좋은 이미지를 위안 삼으며 스트레스를 모르는 척하는 건 한계가 있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p234)

정말 멋진 말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좀 착하지 않으면 어떤가. 나 역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습성이 있다. 좋은 사람이 되면 뭐하겠는가. 계속 좋은 사람이 되어야할 뿐이다. 조금 까칠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좋은 사람은 평가 잘 안 좋게 줘도 이해할 거라 생각하나 보다. 굳이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드는 일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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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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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갈라파고스

커트 보니것 세계의 풍자와 상상




커트 보니것을 처음 만났다. 그의 책 <제5도살장>,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익히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나중에 읽어볼 생각이다. 그러다 우연히 그의 책 <갈라파고스>를 만나게 되었다. 미국식 유머와 재치, 풍자가 넘치는 그의 글에 대한 찬사에 상당한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살짝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한 방식과는 살짝 달랐다. 허나 끝까지 책을 읽고 난 뒤 이해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커트 보니것 방식이구나.





세기의 자연 유람선 바이아데다원호를 타고 떠나는 여정



'세기의 자연 유람선' 표를 지닌 사람들과 바이아데다원호를 출항할 계획이었다. 엘도라도 호텔에 머물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왜 이 호텔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지 않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스펙타클하다. 이야기 진행에 앞서 등장인물들 앞에 등장하는 별표는 매우 색다르다. 그들은 곧 죽을 운명이다.



얽히고 설킨 여러 등장인물들은 폭동을 피해 버스에 숨어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바이아데다원호에 탑승하게 된다. 배의 선장은 두 개의 엔진을 가동 시킨다. 그리고 바다로 향한다. 이 배는 어디에 도착할 것인가. 새로운 문명 탄생을 위한 새로운 노아의 방주가 탄생하는 것일까.

만약 정말로 노아의 방주가 있었거나 혹시라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어쩌면 이 이야기의 제목을 '제2의 노아의 방주'라고 붙였을지도 모른다. / 이제 바이아데다원호는 그냥 평범한 배가 아니었다. 인류에게 있어서 그 배는 '새로운 노아의 방주'였다.

p15 / p232



백만 년 후에서 바라보는 백만 년 전 서기 1986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이 말 자체가 혼란스러웠다. 백만 년 후라는 기준은 어느 시점에서 백만 년 후라는 것인지. 백만 년 후에서 백만 년 전을 바로보니 바라보는 그 대상이 서기 1986년 이라는 의미인 것인지. 아무튼 1986년을 현재로 두고 있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시점을 바라보는 시선이 백만 년 후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뭔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은 커트 보니것 스타일에 당혹스러우면서도 끝까지 읽고 싶은 독특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아직 저의 연구를 마치지 못했는걸요." 나는 항변했다. 내가 유령이 되기로 선택한 이유는 유령이 되면 사람들 마음도 읽고, 사람들 과거의 진실도 알게 되고, 벽도 투시하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고, 이런저런 상황이 어떻게 그런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내력도 파악하고, 인간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부가적인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5년만 더 있다 갈게요."

p274

독자와 소통(?)을 시도하는 유령



독자와 대화를 시도하며 서기 1986년을 눈 앞에서 바라보듯 상세히 서술하는 이 사람은 사실 사람이 아니다. 전지 전능한 시점에서 바라봐야만 하기에 여기저기 존재할 수 있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유령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설정이 참 독특하면서도 스스로를 풍자하는 듯한 느낌이다. 유령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내용을 다 알고 있느냐는 시위와 같은 것일까. 속시원한 설명은 없기에 그냥 그런 정도로 해석을 해본다.

여러분은 "그런 생각을 해내다니 그 사람들은 정말 재치가 뛰어나지 않습니까?"라거나 "그들에게 커다란 뇌가 없었더라면 결코 그런 생각을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라거나 "장담건대 뇌가 작은 오늘날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내지도 못할 거예요."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p223

뇌가 큰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우아한 일침



뇌가 크다는 것은 똑똑함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뇌가 큰 이들과 미래의 뇌가 작은 사람들로 구분 짓는다. 미래의 사람들은 진화해 뇌가 큰 지금 사람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추청된다. 뇌가 큰 이들은 뇌의 지시에 의해 움직인다. 뇌의 지시에 의해 자살, 전쟁, 폭력 등을 일삼는다. 뇌가 큰 이들은 과학을 발전시키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기계들에 의해 일자리를 잃는다. 뇌가 큰 이들은 지구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전쟁과 폭격으로 파괴하고 종말에 이르게 한다.



일본인 컴퓨터 천재 '젠지 히로구치'가 개발한 기계 만다락스는 정말 뛰어난 기계다. 수천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주고 상황에 맞는 문구들을 알려주는 세계에 10대 밖에 없는 뛰어난 발명품이다. 만다락스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문구를 보여준다. 위험한 상황에서 만다락스가 무전기능이 있을 것이라 믿고 메이데이를 외치는데 만다락스는 메이데이의 메이(May)를 인식해 5월 문구가 포함된 문장들을 보여 준다. 이 뛰어난 기계가 위험한 상황에서 정말 쓸데없는 고철이 되는 상황을 정성스레 보여주고 있다. 정말 뇌가 큰 이들은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들인가에 대해 커트 보니것 방식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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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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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죽음에 깊숙이 들어가 마주하다





책을 읽는 내내 10년 전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죽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경험 때문이다. 할머니께서는 추락 사고로 인해 고관절 부상이 발생했고, 치매 증상으로 발전되었고,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집 근처 요양 병원에서 할머니를 찾아 뵈었는데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할머니를 만나면서 마음 속에서 나는 할머니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크나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직접 그 죽음을 마주하지는 못하였지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마음의 준비 덕택이었다. 만약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떠나셨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한 나는 그 죽음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죽음이 타인이든 내 자신이든 준비가 필요하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다루고 있다. 죽음이라는 자체에 깊숙하게 들어가 마주한다. 그토록 외면하고 회피했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있게 된다.

사실 죽음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그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죽음일 뿐, 단 한 번도 당신의 죽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확실한 죽음을 보지 않고 회피해 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1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피해 왔습니다 (p12)

내가 죽음을 직접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저 죽음과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다. 죽음이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그러하지 않을까. 그러나 내일 바로 나에게 죽음이 다가올 수도 있다. 죽음이 정작 내 앞에 다가왔을 때조차 죽음을 회피할 것 같다. 나를 비롯하여 모두가 죽어가고 있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마주하고 느껴본다.



아무리 내가 죽음을 준비한다고 해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죽음의 전과 그 후의 모습들은 어떠할까. 내가 죽은 뒤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내가 죽은 후에는 경험할 수 없는 '나의 죽음 이후'. 그 생생하고 자세한 죽음의 여정을 담담하게 따라가 본다.



이제부터 그들은 당신을 자리에 눕힐 거라고 설명합니다. 입관이라는 말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입관, 이건 감정이 무딘 사람이나 사용하는 단어죠. 자리에 눕힌다는 것이 전문가다운 단어입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당신을 관 안에 눕힙니다. 죽음, 당신의 상징. 그것들이 닫힙니다.

p157

내 시신이 관 안에 눕혀진다. 그리고 관이 닫힌다. 나는 죽었고 관 안에 들어갔다. 이미 죽어있기에 감정을 느낄리 만무하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저 이 상황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는 이 순간, 묘한 감정이 맴돈다. 언젠가 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죽음은 멀리있다고 여기기에 차분한 마음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보는 죽음이 귀중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시신 염습 담당자는 처를 꿰매고, 머리를 빗기고, 눈과 입을 닫아 주는 사람입니다. 시신의 핏줄도 정리합니다. 관의 나사를 풀고 관의 뚜껑을 열면 불빛이 시신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당신의 동공은 칠흑 같이 검고, 각막이 내려앉았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168

상세한 현실 죽음의 과정에 대한 서사는 차분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복잡한 과정과 절차가 존재한다. 죽음에 이른 시신이 한 줌의 재가 되는 순간까지 많은 이들의 결정과 도움이 필요하다. 시신에 나타나는 현상을 과학적 이유와 함께 설명한다.



남은 이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죽기 전 자신이 어떻게 처리되기 바라는지를 정해 기록하라고 권한다. 매장 혹은 화장을 선택할수도 있고 내가 들어갈 관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이 나에게 오는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해보자는 취지다.




수많은 이야기를 가졌던 육체에서 남은 것은 고작 4킬로그램이 채 못 됩니다. 법 앞에서는 이 재들도 역시 시신으로 간주됩니다. 관 안에 든 시신과 마찬가지의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p196

화장하기로 선택한 시신은 불에 의해 재가 된다. 독일 기준이지만 행정학적 처리 과정도 함께 나온다. 행정학적 처리가 죽은 이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죽음의 이후의 일련의 처리과정을 본다는 점에서는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니 그 사소한 과정까지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는 조금 꺼려진다.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선뜻 무례하게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책을 읽고자 하는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편이 좋다. 죽음의 에티켓이란 제목을 보고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는 '죽음'이라는 자체를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가짐에 따라 이 책의 가치는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



죽음에 대해 한걸음 다가가는 기회를 맞아 내 자신도 되돌아보며 내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장의 내 삶이 바뀌지 않지만 내 마음가짐은 확 달라진 느낌이다. 죽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랄까. 죽음을 생각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 이 책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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