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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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상)

제왕의 패업 중심에 선 한 여인의 운명




화려한 치장을 한 아름다운 중국 황실 여인의 모습을 표지에서 먼저 만난다. 황제가 군림하던 시절의 중국의 모습을 담은 소설은 무언가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하지 않기도 하며 그 시절의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웹소설로 탄생한 이 소설이 나에게도 정말 재미있을까 싶었다. 그러한 의심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권당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두 권의 책이 술술 넘어갔으며 주인공 왕현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중국 최대 화제의 장쯔이 주연의 드라마 <강산고인>의 원작이며 웹소설 10억뷰 및 500만부 베스트셀러의 진기록을 가진 <제왕업>은 이미 중국에서 입증된 탄탄한 소설이다. 쉽사리 예상하지 못하는 스토리 진행과 챕터가 끝날 때마다 던지는 반전들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전쟁, 사랑, 정치, 음모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제왕업> 소설을 추천한다.

"나도 무척 사랑한 사람이 있었단다. 한때 그는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자 또 슬픔이었지. 그 기쁨과 슬픔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 그것을 얻든 잃든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단다. 그러나 또 다른 얻음과 잃음은 나 혼자만의 기쁨과 슬픔보다 훨씬 깊고 중하며, 살아 있는 한 거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었지. 그것은 바로 가문의 영예와 책임이었어."

p57

왕씨 가문의 영예에 휩싸인 귀한 존재로 자란 왕현은 명문 왕씨 가문의 딸로 거침없는 성격과 아름다움을 갖춘 여인이다. 이 여인에게는 사랑하는 자담이 있었다. 사씨 가문의 3황자 자담은 왕현에게 언제나 다정 다감하다. 왕현은 자담과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둘 사이의 연은 깊다. 하지만 가문의 존속과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략 결혼을 해야한다. 오랑캐를 무찌르며 승승장구하여 입지를 넓힌 무인 소기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소기와 왕현은 부부의 연을 맺어야만 했다.



마치 한편의 로맨틱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아름다운 주인공들이 나오는 현대판 사극의 모습이랄까. 상상력으로 그려지는 왕현의 아름다움과 미소년의 모습일 것만 같은 자담의 다정 다감함이 그려진다. 나 역시 소설을 읽으며 이 내용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당당하고 매력 넘치는 왕현의 모습에 나 또한 반했다.

"무엇 때문에 태자를 폐해야 하고,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해야 하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중얼 물었다.

"무엇 때문에라..." 그는 담담히 내 물음을 곱씹더니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달리 무엇 때문이겠소. 제왕(帝王) 의 패업(覇業)을 이루기 위해서지."

p265

예장왕 '소기'와의 만남은 달갑지 않았다. 결혼식을 올리는 날 왕현의 얼굴도 못 본채 오랑캐를 무찌르러 떠난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이 둘에게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어느 날 도적에게 납치를 당한 왕현은 오랑캐의 땅에서 포로이자 미끼가 된다. 전쟁에서 수많은 적을 만든 소기는 뛰어난 지략과 기세로 왕현을 되찾는다. 둘은 그간의 오해를 풀고 못다이룬 부부의 정을 쌓아간다.



전쟁터에서 긴 세월을 보낸 소기에 대한 편견이 무너진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정세에 훤하고 지략에 능한 소기의 모습은 남자인 나도 반할 정도다. 구릿빛 피부에 지고지순한 순정으로 아내만을 바라보는 진정한 마초의 상남자 소기의 모습이 참 멋있다. 당당한 왕현과 위엄을 갖춘 소기는 천생연분이다.

나는 멍하니 웃으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고모를 떠올리고, 또 완여 언니를 떠올렸다. 이 화려한 황궁은 나에게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케 할 뿐이지만, 세 사람에게는 평생의 슬픔과 근심이 자리한 곳이었다.

p450

전쟁터에서 경사로 돌아가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릴 것 같지만, 상황은 정 반대였다. 경사로 돌아간 왕현의 앞에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겸은 왕현의 군대를 몰살하고자 계략을 세웠으며, 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그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소기가 돌아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듯 하였으나 아버지와 태자 그리고 소기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소기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왕현은 아름다운 추억의 황궁이 점점 고뇌고 근심이 가득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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