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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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




'무지'가 토끼인 줄로만 알았는데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였다니... 토끼옷을 벗으면 부끄러움을 탄다는데... 누구나 옷을 벗으면 그렇지 않나? 어찌하였든 발랄하고 귀여운 '무지'의 매력은 온 국민이 이미 빠져있을 것이다. 공감 에세이 책을 쓰는 '투에고'의 글과 '무지'는 참 많이 닮아 있다. 13만 팔로워를 거느린 검증된 '투에고'의 글과 '무지'가 만나 위로의 말들을 전한다. 우리는 그 위로에 마음이 녹아 내린다.







스페인어로 '케세라세라 que sera sera'라는 말이 있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뜻인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라는 말처럼 들려.

p35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말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나에게 참 필요한 말이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하는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뒤돌아 보기도 힘든 우리에게 결과에 안절부절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말이다. 좀 잘못 될 수도 있는데 아등바등 하지 말자.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고민'의 사전적 의미를 봤는데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괴로워하고 번민하는 마음이래. 나는 지금까지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나봐. (중략) "같이 고민해줄게"라는 말은 그냥 같이 있어주겠단 말이었어.

p83

이미 단어 마다 적절한 뜻을 국어 사전에 친절하게 적어 놨음에도 우리는 애써 무시한 채 단어들을 우리만의 해석을 하며 살아가는 듯 하다. 고민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무슨 말이든 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곤란했다. 섣부른 충고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고민해주는 것'.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된다니 정말 쉬운 거였는데. 기억해두자. 고민이 있는 친구와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된다.






그거 알아? 42.195 킬로미터 마라톤을 할 때 모든 거리를 반드시 뛰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 어느 구간에서는 뛰기도 하고, 어느 구간에서는 걷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사람도 있어.

p103

인생에서 항상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려 했다.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잠시 멈춰 있으면 뒤쳐질까 안절 부절하며 살아간다. 나를 잠깐 돌아보자. 인생은 마라톤이다. 우리는 인생을 여러번 달려본 사람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첫 번째 인생이다. 이 첫 번째 인생이 능숙한 마라토너처럼 완벽히 전속력으로 달릴 수 없다. 처음이기에 쉬었다 가기도 하고 걸어 가기도 하자. 천천히 가도 괜찮다. 끝까지 안전하게 가는 게 더 중요하다. 오늘 잠시 쉬었다 달리자.






관계에서 지킬 것들 9가지를 오래도록 기억해 두고 싶어 사진으로 담았다.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관계에 있어 기본적인 지킬 것들은 지켜줘야 한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임에도 잘 지키고 있는지 항상 점검해 보자.



온전히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를 다독여 주는 투에고의 다정한 이야기가 진정 힐링이 된다. 나를 되돌아 본다. 나를 언제 사랑하고 살았나 싶다.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잠시 편안한 의자에 앉아 투에고의 글을 선물해 보자. 따뜻하고 편안한 투에고의 글에 웃음이 피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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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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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제대로 물 만난 이찬혁의 감성 소설







악동 뮤지선의 작곡을 도맡아 하는 이찬혁은 작곡, 작사의 재능을 노래를 통해 전국민이 확인했다. 그런데 이제는 <물 만난 물고기>라는 책을 들고 나왔다. 이 책을 넘기면서 나는 살짝 부정적인 마음이 앞서 있었다. 곡을 잘쓴다고 해서 책을 잘 쓴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겠지. 알려진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겠지. 책을 읽는 초반부에도 단편인지 장편인지 알 수 없는 전개에 오글거리는 대화들에 아쉬움이 생겨났다. 그런데 책을 읽을 수록 책의 진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정말 색다른데.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할 수 있다니. 꽤 괜찮을 소설인데. 책을 읽고난 뒤 내가 앞서 가졌던 선입견이 무너졌다. 작곡만 잘하는 이찬혁이라 생각했으나 책도 잘쓰는 이찬혁이구나.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아요. 아팠어요. 아팠지만 좋은 아픔이었어요. 슬픔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처절하고 아프게 하던지요. 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죠. 이별이라고 했죠? 난 그저 그걸 배운 거예요.

p23

1층에는 카페를 2층에서 생활하는 산이는 과거의 이별로 슬퍼 보인다. 이런 산이의 카페를 오픈하기를 기다리며 홀로 밖에서 기다리는 양이. 산이에게는 어떠한 일이 있었으며 양이는 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이 때까지만 해도 잘 이해되지 않았고 단편 소설로 착각했다. 서로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이찬혁이 준비한 환상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얼룩말만큼 예술적인 동물은 없어! 전에 책에서 봤는데 얼룩말은 다른 말들보다 야생성이 뛰어나서 길들이기가 어렵대. 이게 사람들이 보기에 야생성이지, 내 눈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고집으로 보이는걸.

p82

산이와 해야가 만나는 순간, 그 둘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파도가 몰아치는 갑판 위에서 위태로이 버티던 해야, 그녀를 보고 단숨에 달려간 산이. 그 둘의 이후는 여느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그녀를 통해 산이는 많은 것을 배운다. 배운다는 표현보다 느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까? 이 소설을 읽고 나까지 감성적으로 변한 듯 하다.

저녁에는 해야와 꽤 오랜 시간 석양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그녀는 바다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매일 자신에게 바다가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었다.

"나는 음악이 없으면 바다로 나갈 거야."

"왜 하필 바다야?"

"바다 소리가 가장 음악 같거든."

그 바다에는 단 하나의 별이 떠 있었다.

p95

바다를 사랑하는 그녀 해야와 산이에게 있었던 일은 나의 상상력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마치 꿈과 같은 일이었고 화려한 정원 속 색채를 잃어버런 해야가 갈망하는 자유의 몸부림이었다. 그녀가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꿈 속을 거닐다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는 산이의 마음이 그저 이해가 된다.


*****

여운이 오래 남았다. 바다를 바라볼 때 이 소설이 생각날 것만 같다. 해야의 모습이 떠오를 것만 같다. 이찬혁의 노래 '항해'를 들어봐야 겠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했던 그 감성이 노래를 통해 전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겨났다. 이찬혁은 노래하는 음악가라고만 생각했었다. 허나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는 예술가라고 칭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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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젊은 부자들 - 구독자 0명에서 억대 연봉을 달성한 23인의 성공 비결
김도윤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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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젊은 부자들

지금 당장 블루 오션 유튜브에 뛰어 들어라




유튜브가 대새인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유튜브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그들은 하루 아침에 원하는 바를 이룬 사람들이 아니다.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현재를 만들어낸 노력파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노력을 했으며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면서 쌓아온 황금같은 노하우를 담고 있다.


굉장히 힘들 수는 있지만 정말 인생을 한번 걸 만한 분야인 것 같아요. 인생을 걸고 도전하면 그만큼의 성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저는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p51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영상 편집은 배우면 된다. 전업을 하려면 구독자 10만명 이상이 되고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본업보다 튜브 수익이 더 많을 때가 되면 전업을 고려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강조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크리에이터들이 촬영할 때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은 '생동감'이었다.

p77

콘텐츠 선정이 참 어렵다. 확실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야 한다. 촬영, 편집보다 '기획'이 가장 중요하다. 어떠한 컨텐츠를 담을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어야 지속적으로 유튜버를 할 수 있다.



영상에는 생동감이 담겨야 한다. 컷 편집을 잘 해야 한다. 지루한 부분을 과감하게 날려라. 적절한 영상의 길이는 5~7분 정도다. 초반 성장에 가장 좋은 영상의 길이는 3분 이내이다.



음악, 자막, 추가 영상, 효과가 적절하게 사용되면 좋다. 조금 재미있는 3개 영상보다 자막과 음악이 있는 가치있는 영상 1개를 올려라. 유튜브는 초기에 구독자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임계치를 넘어가면 스노우볼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다.

기본적인 조회 수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효율적인 수익 모델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해서 유튜브 세계에만 갇히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p178

유튜버들의 99%는 한 달에 100달러도 벌지 못한다. 쉽게 버는 돈이 아니다. 나부터도 그저 열심히 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높은 벽이라는 점이다. 유튜브 젊은 부자들은 유튜버 중에서 성공한 사람들 일부이기에 전부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같은 조회수라도 수입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끝까지 시청하는 것과 중간에 영상을 보다가 종료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동영상을 본 나라에 따라 길이에 따라 수입이 역시 다르다. 또한 광고를 스킵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도 존재한다. 즉 다양한 이유로 동일 조회수에도 천차만별의 수입이 적용된다.


개성은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영상을 한두 개 만들면서 이런 스타일도 해보고, 저런 스타일도 해봐야 사람들의 반응을 알잖아요.

p209


친근하고 편안하되 개성있는 채널이어야 한다. 공영 방송과 차별화되는 유튜브 세상의 중요한 사항은 바로 개성임을 잊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성실히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 해야 한다. 설실함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냥 영상 몇 개만 올려 놓는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닌 성실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다.



MCN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유튜버를 돕는 회사인데 광고 수주 및 컨텐츠 제작 지원 등을 하는 회사다. 단, 구독자 수가 20만 이상일 경우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MCN 회사에 들어간다고 이득이 아닌 손실일 수도 있다.



*****

유튜브를 쉽게 생각하지만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10에 9 이라고 한다. 유튜버가 핫해지면서 너도 나도 생각은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전하는 사람은 기회를 만나게 된다. 시작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유튜브가 쉬워 보이긴 하지만 결코 쉽지 않으며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하루에 시간을 투자해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 하는 일을 거의 매일 해야 한다. 지치지 않게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시시각각 조회수는 유튜버를 안달나게 한다. 악플이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유튜브 세상에 뛰어 들어 보자.



23인의 성공 유튜버들의 실질적인 조언을 가득 담은 책이기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어느 분야든 아무런 이유없이 성공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그들의 노하우를 받아 들고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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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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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내 마음을 따사롭고 감상적으로 만든 소설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었다. 한국 사람이 쓴 한국 소설은 한국 사람만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맛이 있는 소설이다. 다른 언어로 이별과 작별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미묘한 차이는 장황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저 그 단어가 가진 느낌을 경험적으로 언어적으로 이미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소설이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정말 소설인가 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소설은 허구인데 저자 정용준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얼핏 얼핏 주인공 윤기와 저자 정용준이 겹쳐 보이는 것은 분명 합리적 의심이다. 몇몇 구체적 단서들이 있긴하지만 추리놀이는 잠시 접어두겠다. 그냥 나만의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여행지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용기는 항상 옳아요. 하지만 그 용기는 한 번만 내세요. 그곳에선 뭔가를 결정하면 안 돼요. 그건 용기가 아니에요. 어리석은 거지. (중략) 여행지의 사건을 삶으로 끌고 오지 마세요. 복잡해진답니다.

p42

뭔가 의미 심장한 이 글귀는 되뇌어 읽을 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휴식을 위해 일상의 탈출을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도 기쁘게도 행복하게도 만든다. 여행지에서의 설렘은 사람을 용기로 샘 솟게 한다. 그 원동력으로 우리의 삶은 새롭게 리프레쉬 되고 힘을 얻는다. 민영씨가 윤기에게 건넨 이 말은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여행지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용기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선견지명은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기억에 남았다.

처음 여기 왔을 땐 여유롭고 한가한 일상이 좋았어. 해만 기울면 상점들이 문을 닫고 휴일에도 문을 닫지.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소리 내는 이들도 없어. 순진한 아이들처럼 밤 되면 자는 세계에 요람처럼 누워 한동안 잘 지냈어. 그런데 곧 심심해지더라. 이런 걸 원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세계는 분주하고 나는 여유로운 그런 상태를 원했던 거지. 세계 자체가 여유로우니까 한가함은 심심함으로, 심심함은 지루함으로, 지루함은 게으름으로, 느낌이 달라지더라고.

p95

작가로 살아가는 한윤기는 업무차 빈에 있다. 문득 옛 연인 무주가 떠올라 이메일을 보냈고 그녀를 만나러 스위스로 간다. 그간 연락없이 지냈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의 재회는 우려와는 달리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목수인 무주의 남편은 스위스로 입양되었던 사람으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무주를 만났고 무주는 남편을 따라 스위스로 떠났다. 딸 유나가 태어났고 스위스에서 살고있다.

한가로이 지내는 외국에서의 삶을 꿈꾼다. 나 역시도 그러하며 많은 이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그런 나에게 무주의 말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여유롭고 한가한 삶을 꿈꾸지만 정작 그러한 세계로 가면 그렇지 않다는 이 말이 공감이 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의구심이 자리한다. 그래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여유롭고 한가한 일상. 그 때 나 역시 그 여유로움이 게으름으로 변모할까.

잘 있는 걸까요? 낯선 방에 누워 있습니다. 오래전 애인의 집에 누워 있어요. 옆방은 그의 남편 방이고 그 옆방엔 그와 그의 딸이 잠들어 있습니다. 왜 나는 여기에 누워 있는 걸까요? 장크트갈렌이 어떤 도시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p109

여행지에서의 용기로 옛 애인의 집에 와 있는 윤기.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참 재미있는 상황 아닌가. 작가 출신이기에 두 사람의 대화가 남다르다. 참 공감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삶에 대해, 연인의 이별에 대해, 과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펼쳐진다. 이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은 어쩌면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일상의 어느 오후, 어쩌면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장면을 감상적인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데 계속 눈이 갔다. 이상하고 아름다웠다. 이래서 민영 씨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세 개의 호수라고 한 걸까?

p135

길지 않은 작은 책의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든다. 평온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이 포근한 느낌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자극적이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읽은 소설은 참 오랜만이다. 옛 애인을 재회해 나누는 근황,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나누는 이야기들, 낯선 스위스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일상, 세 개의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그 어느 오후의 따사로움. 감상적이고 싶지 않은데 감상적으로 젖어들게 하는 이 소설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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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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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반스 스타일의 미술 에세이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새로운 책이다. 13권의 장편 소설, 3권의 소설집, 4권의 범죄소설를 썼고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했다. 이제는 미술이다. 그의 미술 에세이 <줄리언 반스의 아주 지적인 미술 산책>은 매우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에 놀라웠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 미술 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다가가 읽을 수 있으며 책을 읽고 난 뒤 다양한 이유로 정말 미술관에 가서 직접 그림을 보고 싶어 졌다. 소설인듯 에세이인듯 그의 이야기에 홀렸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걸려 있던 그 누드화의 밋밋함에 대해 내가 느꼈던 바가 옳았다면, 미술의 엄숙함에 대한 나의 추론은 틀렸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서문 (p18)

미술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것을 '의식적으로 본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관심이 생겨난다.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래야 비로소 본질을 보게 되고 알게 된다. 그래야만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기에 미술이 어려운 예술에 속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만큼 보이며, 아는 만큼 전율을 느끼기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가 소개하는 작품들은 그저 하나의 작품이었지만 지금은 전율을 동반한 작품들로 변모했다.


*****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이 그림에 대한 기반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본다. 이 뗏목은 왜 메두사호일까. 무언가 갈망하고 혼란스러운 뗏목의 모습에 기괴함과 공포, 희망이라는 메세지가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뿐이다. 추정을 할 뿐이다.



좌초되는 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뗏목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어 다리가 바닷물에 잠긴 상황, 부족한 물자로 인해 서로 싸움이 벌어졌다. 수일 동안 먹을 것이 모자라 소변을 마셔야 하는 상황, 모든 먹을 것이 소진되어 결국 인육을 먹어야 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림에서 표현된 상황은 멀리 희망의 배가 나타난 시점이다. 실제 그 시각 멀리 있던 배는 뗏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들은 수일이 지나서야 살아 돌아왔다. 살아남은 15명 중 5명은 오래 살지 못했다. 이 재난 상황을 제리코는 그림으로 남겼다. 이러한 스토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담아내야 했다. 물에 잠긴 뗏목은 물 위에 있어야만 했고, 굶주리는 상황을 표현해야 했으며, 복잡하고도 다양한 이 상황과 심리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이러한 상세한 기반 지식과 배경을 알고 다시 보는 제리코의 그림에서 전율을 느낀다.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기대감이 커진 탓일까. 아니면 실제 그림을 마주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세잔에 대한 내용을 읽고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현대 미술의 시작을 열었으며, 세잔의 작품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는 찬사들이 오고가는 중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인물이 실제 있는 것처럼, 실제 인물을 직접 만난 듯한 느낌의 밀도, 실물과 대등한 그림을 그렸다는 세잔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봤다.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좀처럼 어려웠다. 그 전율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여느 평범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직접 이 그림을 본다면 내 생각이 달라질까.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드가, <국화 옆의 여인>

드가에 대해 다양한 평가 존재한다. 드가는 여성 혐오자라는 의견과 여성 관찰자라는 평가 중 어떤 것이 실제 드가에 가까울까. 편견이 작용해서일까. 여자와 꽃다발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드가의 호기로움은 그의 '국화 옆의 여인'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별다르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여인보다 국화가 돋보이는 독특한 구조는 당시에도 논란이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여자를 싫어했다면 여자 그림을 왜 그렇게 많이 그렸을까. 나도 모르게 그림을 계속 쳐다보게 된다. 국화 한 번, 여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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