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단노 도모후미.오쿠노 슈지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아직 젊은 내게 치매가 찾아 온다면...






저자 단노 도모후미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그의 나이 서른 아홉이었다. 상상만으로도 답답하고 울분이 터질 것만 같다.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직접 그런 상황을 겪은 저자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 들이고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일을 하다 지금은 강연을 하고 있다. TV에도 출연해 사람들이 알아보기도 한다. 저자는 현재 치매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의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어떠할까. 치매의 발병에서부터 현재까지 담담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이야기가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사람들은 치매라면 중증인 사람을 떠올립니다. 치매에 관한 회의에 가면 대체로 중증인 사람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이야기를 합니다. '환자'라는 말은 그런 이미지를 강조할 뿐입니다. 치매라는 병을 가지고 있지만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환자'라고 부름으로써 '지독한 병에 걸린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자'라고 부르지 말아요 (p71)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 '환자'라는 말을 쓰지 않고 눈이 망가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머리가 망가진 것이 아니다. 그저 기억력이 안 좋은 것 뿐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참 중요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치매가 심각한 중증 질병이라고만 인식하고 있다. '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 또한 다르다.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함께해 주길 바라고 있다.

때때로 사장님 얼굴도 잊어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 높은 사람인데' 이런 느낌은 드는데 누군지 몰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저 사람, 누구야?"라고 물으면 "사장님이야"하며 웃습니다. 사장님의 얼굴을 잊다니 원래는 한소리 들어야 정상일 텐데 우리 회사는 웃고 마니까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기억 못할지도 몰라요 (p97)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잊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양치를 두세번하며, 일상의 단어를 잊는다. 점차적으로 실수가 늘고 잊는 것들이 많아 진다. 하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상이 된다. 사장님 얼굴을 잊는 게 사실 뭐 그리 대수일까. 다시 알려주면 그만이다. 치매의 상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장님과 동료들의 모습이 참 멋있게 느껴진다.

치매라는 사실을 숨기지만 않으면 대부분의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치매를 공개하면 모두 친절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가 이만큼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친절한 사람과 점점 더 많이 접촉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무례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틀려도 모두가 웃는 얼굴 (p114)

자신의 목에 카드를 걸고 다닌다. 치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카드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 사람들은 적극 도와준다. 카드를 통해 이해를 시키면 도움을 받기 수월하고 금방 해결할 수 있다. 치매를 숨기기 보다 드러내면 좀 더 편해진다고 한다. 아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따뜻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날 보고 "치매 같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치매 같지 않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치매는 심각하고 우울한 병'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에 대해 웃으며 얘기하는 나 같은 사람은 '치매 환자'가 아닌 것이 됩니다.

편견은 내 안에도 있다 (p208)

치매에 대한 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도가 달라질 수 있다. 얼마든지 치매에 대처하며 살아갈 수 있다. 방에 틀어 박혀 남은 삶을 허비하느냐, 밖으로 나와 남은 인생을 즐기느냐는 본인의 선택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치매에 대한 대처 자세에 대해 한 수 배웠다. 이 책은 처음에 읽기가 사실 꺼려졌다. 나와 치매는 아무 먼 얘기라고 치부했고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호기심때문에 읽게 되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할지 작은 호기심이었다. 지금은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치매에 대한 나의 인식이 변화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달라졌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