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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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하)

왕현과 함께한 대서사시가 남기는 여운





(상)권에 이어 (하)권에서 왕현의 굳세고 당찬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성장해가는 그녀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왕현의 모습도 멋있고 배울점이 많지만 그보다 소기가 참 멋진 인물이라 생각한다. 후궁을 들이던 다른 권력가들과는 달리 왕현 이외의 여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오로지 왕현만을 바라보는 소기의 모습이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과연 그들의 패업의 꿈을 이루는 길이 가능했을까 싶다.



나는 소기의 뒤에 선 채 높게 솟은 성루 위에서 멀어져가는 자담을 내려다봤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은색 투구와 백색 갑옷은 방패와 갑옷으로 떨어져 내린 자국눈처럼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물결과 같은 군대에 매몰돼 점점 멀어지다가 결국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p70

왕현의 하나의 약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담이었다. 소기는 자담에게 질투를 느꼈다. 이에 토벌의 경험이 없는 자담을 남부토벌 출정시켜버린다. 왕현은 자담의 출정을 반대하며 소기에게 자담을 보호해 줄것을 간청하지만 소기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소기는 보란듯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다.

처음에 사람들은 자담을 전장으로 등 떠민 소기를 두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그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전장에서 죽게 만들어 후환거리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소기의 포부와 수단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p124

훌륭하게 임무 수행한 자담이 황제에 오르는 길에 크나큰 도움을 주는 소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내의 오랜 벗이라 할 수 있는 자담, 그럼에도 한 때 서로 마음에 두었던 사이임을 알기에 질투가 나고 시기의 마음이 있을터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진정으로 소기는 아내를 사랑하였다. 그렇기에 자담에게는 이 길이 힘든 길이지만 이겨내리라 믿으며 자담의 길을 닦아 주었다.

아버지는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어머니는 속세를 떠나셨고, 자담은 결국 남이 되어버렸다... 이제 오라버니를 빼고 나면 내가 사랑하는 지극히 가까운 사람은 소기뿐이었다. 오직 그만이 내 곁에 남아 서로 의지하며 이 길고 험난한 일생을 걸어갈 것이다.

p135

세상이 홀로 떨어진 듯한 이 여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의지할 곳이라고는 남편인 소기 하나뿐인 그녀의 외로움은 어떠했을까. 다른 어느 것보다 의지할 수 있는 소기 하나를 가진 것만으로도 천하를 얻은 것만큼의 값어치를 하지만 가족에 비할 수 있을까 싶다. 아무리 남편이 잘 해준다 한들 친정의 편안함보다 더 좋을까 싶기도 하다.



왕현의 오랜 벗이자 피붙이인 오라버니가 있다. 오라버니의 치수의 재능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그가 공을 세우도록 왕현은 도왔다. 왕현의 입장에서 오라버니를 믿고 돕고 싶은 마음은 인정하나 오라버니가 이를 잘 해냈기에 물론 가능한 일이었다.



왕현의 무서운 면모를 종종 볼 수 있다. 보듬을 때는 주변을 정리해 따뜻하게 품고 보살피지만 자신의 신념을 깨거나 대의를 거스르는 자는 거침없이 정리했다. 서로 의심하고 감시하며 믿기 힘들며 눈치보는 궁의 삶에서 위기를 이겨내며 왕현은 점차적으로 성장해간다.

내 아기, 소소와 철아야. 너희도 지금 꿈을 꾸고 있겠지? 하지만 편안히 잘 자고 있니? 벌써 여러 날 너희를 보지 못했구나. 순간 눈앞이 흐려지고 시려왔다. 생사가 달린 큰 화를 겪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시신을 밟고 마침내 온 가족이 만나게 되었다. 이 정벌과 살육도 끝에 다다랐다.

p454

500페이지가 넘는 책 두 권을 합치면 1000페이지가 넘는다. 파란만장한 왕현의 대서사를 함께했다. 이런 작품을 이뤄낸 작가가 매우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대하드라마를 본 느낌이랄까. 오랜기간 여운이 남을 듯 하다.



그녀와 함께 기쁘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때로는 긴장하고 가슴 졸이는 시간도 보냈다. 그저 아무런 고민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위 계층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고달프고 피튀기는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언제나 당차고 당돌한 이 여인도 고달프고 망망대해를 건너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 소기를 안위하고 주변을 지키는 왕현의 모습은 부족함이 없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과거의 벗을 위해 소기를 위해 이타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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