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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평점 :
"사람은 변하지 않아,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가디언'선정 누구나 일어야 할 소설, 미국추리작가 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 영국추리작가 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 <브라이턴 록>에 붙는 수식어들은 이 책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나를 이끌었다. 그레이엄 그린(1904~1991)은 이 책을 1938년에 썼다. 시대적 배경이 매우 오래 전이기에 소설에서는 교환원을 통해 전화를 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스릴러적 요소가 담겨 있는 소설이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바로 사람은 바뀔 수 있는가란 의문을 던지는데 있다고 본다. 즉, 선과 악이라는 대비와 윤리적인 내용을 예리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찬사를 받는 이유라 생각한다.
'블랙 보이.' 그녀는 거기 쓰인 글을 읽었다. '브라이턴, 4시 경주.' 이어 마음이 푸근하고 뿌듯해지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그이의 예상 정보도 이거였잖아. 그이는 뭔가를 아는 사람이야.' 그녀는 참을성 있게, 즐거운 기분으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마음의 준비를 했다.
지역 조직의 우두머리 카이트는 죽는다. 그의 오른팔인 어린 17살의 소년 핑키 브라운은 갱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다. 핑키는 조직의 복수를 하게 되는데, 콜레오니의 정보원인 신문 기자 찰스 헤일(프레드)을 죽인다. 누군가를 죽이는 일에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는 핑키는 순수 악의 형태로 비춰진다.
아이다 아널드(릴리)는 찰스 헤일은 바에서 만났다. 그녀는 찰스 헤일이 죽기 전까지 함께 있었고 그가 갑자기 사라져 의아해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불안감을 보였던 그가 갑자기 사라졌고 죽은 이유가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는 검시 결과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 형사 놈들은 자기들이 정말 똑똑한 줄 알지만 실은 그것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종자들이지. 그는 자신의 영광의 구름을 직접 끌며 나아가고 있었다. 미성년인 그의 주위에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핑키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로즈는 어린 웨이트리스다. 로즈는 사랑에 빠진다. 자신에 대한 관심 그 하나만으로 소년 핑키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로즈다. 핑키는 진실이 탄로날까 염려되어 로즈의 마음을 흔들며 친구에서 연인, 그리고 결혼까지 한다. 결벽증의 핑키는 겨우 첫날밤을 보내고 로즈의 마음을 이용해 동반자살을 하자며 권총을 건넨다.
순수 악으로 비춰지는 핑키와 그를 사랑하는 소녀 로즈는 둘 다 카톨릭 신자다. 자신은 이미 죄인이라 여기는 핑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살인을 선택한다. 핑키 자신은 이미 죄를 지었기에 지옥에 갈 것이라 여긴다. 죄를 씻을 수 없기에 고해성사도 하지 않는다. 세상의 따스함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핑키였다. 따스함으로 인해 어쩌면 핑키가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일말의 희망을 독자들로 하여금 갖게 한다. 핑키는 정말 지옥으로 떨어질까.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녀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오로지 핑키를 바라보고 결혼했으나 자살을 기도하는 로즈, 그리고 그녀를 구하는 아이다. 로즈와 함께 나누는 아이다의 말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믿음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고백한다면 그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는가. 나 역시 가졌던 의문들이며 그 답을 갈구하지만 결코 답을 낼 수 없었던 그 의문이다. 이 질문이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이 되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질문을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고 있기에 그레이엄 그린의 장편소설 <브라이턴 록>이 걸작 미스터리가 된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