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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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마치 헌책방에서 찾은 귀한 책처럼


삶에서 지칠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멍하게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모든 상황에서 도망쳐 피할 수 있는 나만의 도피처가 있다면 어떨까. 지금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아무 생각없이 나를 충전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 퀴퀴한 곰팡내가 은은하게 퍼지는 오래된 헌책방 모리사키 서점이 있다. 서점의 2층에는 몸을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진 스물다섯 살 다카코가 있다.

스물다섯 살 다카코는 착실하게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회사에서 사내연애를 하며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하고 같은 회사의 다른 여자와 결혼 약속을 했다고 한다. 다카코는 남자친구의 배신의 충격으로 회사도 그만두고 도피한다. 이런 다카코에게 우연히 외삼촌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자신의 헌책방으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인생은 가끔 멈춰서 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네가 이러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 중에 갖는 짧은 휴식 같은 거지.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여기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또 출항하면 돼."

p56

'인생의 휴가'라는 표현이 좋았다. 학생들에게는 방학 기간이 그러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적절히 휴가가 재충전의 기회가 있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제대로된 휴가를 즐기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쉽지 않은 현실에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다카코에게 모리사키 서점은 최고의 휴식처다. 스스로 그 헌책방이 자신을 위로하고 휴식이 되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진보초 헌책방 거리에서 만나는 가게며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가 치유됨을 느낀다.

소설은 두개의 장으로 나뉜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과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이다. 다카코가 모리사키 서점에서 치유를 받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이야기를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에서 다뤘다. 그리고 헌책방의 주인인 외삼촌을 두고 5년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버린 외숙모와의 이야기를 다룬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은 또 다른 방식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래, 여기야. 우리의 작고 허름한 모리사키 서점. 큰 뜻을 품고 세계로 뛰쳐나갔는데 결국 도달한 곳이 내가 어린 시절부터 익히 알았던 장소라니. 웃기지?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이곳으로 돌아온 거야. 장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어.

p88

외삼촌은 외숙모가 훌쩍 떠나버린 5년의 시간동안 묵묵하게 서점을 지켰다. 그러다 갑작스레 돌아온 외숙모는 그 전과 다름없이 밝고 쾌활한 모습이다. 외숙모의 5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외삼촌과 다카코는 궁금하지만 외숙모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외숙모는 다카코에게 여행을 제안하고 둘만의 여행은 시작된다. 그리고 베일에 싸여있던 외숙모의 속마음을 듣게되고 그들의 관계는 조금씩 열리게 된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던 외숙모의 행보는 숨겨있던 사연을 알게되면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물론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린 무책임한 모습이 선뜻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모모코 외숙모는 그 나름의 사투를 벌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관계는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이뤄낼 수 없다. 외숙모, 외삼촌, 조카 다카코 모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서로를 위해 이해하고 보듬고 노력했다. 결국은 서로에게 힘이되고 하나가 되었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헌책방 서가에서 우연히 찾은 귀한 책과 같다. 다카코가 돌연 힘을 얻고 한 걸음을 내딛은 계기 역시 책 한권을 읽고서였다. 그 책 한권은 마중물이 되어 다카코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었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용기도 생겨났다.




"글쎄다.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는 거겟지. 늘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거야. 다네다 산토카의 하이쿠에도 있잖니? '헤치고 들어가도 들어가도 푸르른 산'이라는 구절 말이야."

p57

문득 문득 구절 하나 하나가 툭툭 나를 건드린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외삼촌의 말들을 곱씹을 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고민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것이 인생이거늘. 다카코가 어쩌면 외삼촌의 진심어린 대화 속에서 힘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다카코의 모습이 우리에겐 사치부리는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한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혹은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다카코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어 머물고 가라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한 사치와도 같다. 누리고 싶어도 누릴 수 없는 호사라는 의미다. 나도 모리사키 서점과 같은 숙식 제공되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외삼촌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는 너무 먼 느낌이게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펼쳐보고 싶다.



2009년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로 데뷔하였고, 2010년 해당 원고를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앞서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블루엘리펀트, 2013)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된 바 있는 해당 소설을 새롭게 옮긴 책이다.

저자 야기사와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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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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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할어버지와 손자의 따스한 기억



섬세한 시적 표현들이 나의 감정을 자극한다. 장황한 설명보다는 짧은 대화와 그 상황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 전한다. 미세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아주 세세한 설명일수도 있지만 시처럼 함축적인 단어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 조안(Joan)과 그와 함께하는 손자 잔(Jan)의 대화와 일상을 잔의 시각으로 담아낸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어린 손자의 시각으로 서술되어 진행하기 때문에 상당히 절제된 표현들이 사용되며 모든 상황이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한 소년이 아름드리 나무를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할아버지는 조금씩 모든 것을 잊어갔다. 할아버지가 살아왔고 배워왔던 모든 것이 지워지고 있었다. 낫지 않는 병이었다. 몇 년 전에 알게 되어서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약을 먹었다. 병이 천천히 진행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바르셀로나에 와서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제 할머니 혼자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p121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사는 날로부터 소설을 시작한다. 손자 잔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아빠와 엄마의 표정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잔의 하교 길에 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는 우화를 들려주었고, 나중에 버드나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병을 알게되고 할아버지의 흐린 눈을 보게 되고 어느 날부터는 할아버지 혼자 더 이상 마중을 나올 수 없음을 알게된다.




"나무들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요."

"그러면 내일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물어봐야겠구나."

할머니가 '내일'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기억이 조금 더 지워진 듯했다. 그때 나는 다시는 할아버지 혼자 나를 데리러 오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병이라는 구멍 속으로 할아버지의 기억이 없어지듯 할아버지가 길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p161

할아버지와 버드나무의 일화는 매우 신비로웠다. 물론 할아버지의 주관적 관점에서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가슴 한켠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나무의 기억은 상당히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나무, 어쩌면 그 나무 자체가 할아버지와 동일시되는 그만큼 애정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자신의 병을 치유해준 나무이자 손길을 내밀어준 나무. 어쩌면 작가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나무에게로 전해지고 오래도록 손자 잔에게 남아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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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봐 찾아봐 15 : 미국의 역사와 문화 상수리 놀이책방 15
상수리 출판기획부 지음, 황유진 그림 / 상수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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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봐 찾아봐 15 : 미국의 역사와 문화

숨은그림찾기, 다른그림찾기, 미로찾기





4살 아들이 숨은그림 찾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숨은그림 찾기 책을 펼쳐보게 되었는데, 그 책을 빌려 일주일 내내 보고 또 보고 하더군요. 찾았을 때 찾았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칭찬까지 들으니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아이 스스로 숨은 그림을 찾아보는 가운데 집중력이 향상되고 두뇌 개발에 좋은 숨은 그림 찾기는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이자 두뇌 활동입니다.

그래서 숨은그림찾기 책을 여기저기 찾아봤습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숨은그림찾기 책을 찾아 아이와 함께 보다가 <찾아봐 찾아봐> 시리즈를 알게 되었고,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이가 환호하며 즐거워 하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가득하고 사람들, 동물, 알파벳 등 다양한 캐릭터와 문자들이 가득해 좋았습니다.




사실 숨은그림 찾기는 4살 아이가 하기에도 좋은 놀이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역시 재미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그림찾기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난도가 높은 편이라 한 페이지에서 10개의 다른 그림을 찾아야 하는 경우 8개 정도는 힘들게 찾았는데 2~3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못찾은 2~3개의 다른 그림을 찾느라 눈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도 다른 그림 찾기가 좀 어려운지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고 하더군요.

숨은그림 찾기도 재미있고, 다른 그림 찾기도 재미있는데 미로찾기도 있습니다. 아직 미로찾기는 시작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아이가 줄을 긋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로는 줄을 그으면서 해야 제맛이기에 숨은그림 찾기와 다른그림 찾기에 우선 몰두하고 있습니다. 찾기가 좀 시들해질 즈음 해서 미로찾기를 알려주면 이 책을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숨은그림찾기와 미로찾기가 함께 있어 색다릅니다.






이 책이 다른 숨은그림찾기와 다른점이 있다면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입니다. 4살 아이에게는 아직 설명하기엔 무리이지만 7살 딸에게는 슬쩍 미국의 문화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면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니 자연스럽게 내용을 접하게 됩니다.

숨은 그림 찾기에 나온 그림과 미국의 역사와 문화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 오즈의 마법사와 토네이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가 미국 여행 중인데요. 내용 중에 오즈의 마법사와 토네이도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기안84가 토네이도를 보기 위해 스톰 체이서와 함께 먼 거리를 여행하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되어 반갑게 다가옵니다.




아이와 함께, 연인이 함께, 부부가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숨은 그림도 찾고, 다른 그림도 찾고, 미로도 찾으면서 즐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카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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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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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스릴러의 여왕' 메리 쿠비카



언젠가 니나가 남편이 자신을 떠날 것 같다고 말한 적 있어요. 제이크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요. 사실 당시만 해도 저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누구나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힘든 시기를 겪으니까요. 저는 니나에게 괜한 걱정이라고 말했어요.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부부 상담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도 했고요.

p276






오랜만에 읽는 장편소설

미스터리 스릴러는 못 참지


개인적으로 긴 호흡의 소설을 읽은지 오래다. 책보다 스마트폰에서 시시콜콜한 유머를 보느라 혹은 인스타의 사진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책을 멀리했다. 특히 소설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잠시 미뤄두었던 책을 다시 읽으려 펼쳤으나 이내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다. 진득허니 오랜 시간 호흡을 이어가야 하는 장편소설 한 권을 읽기까지 상당한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소설 한 권을 읽는 다는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부담감을 안고 이 책을 읽었던터라 한 권을 완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사 업무가 바쁘게 흘러갔다는 핑계도 있지만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 내 자신의 문제가 가장 컸으리라. 책 읽을 땐 스마트폰을 멀리 해야겠다. 하지만 소설은 이내 나를 붙잡고 이끌었다. 한 챕터가 끝날 때 마다 그 뒤가 궁금해 도저히 더 읽지 않으면 안되게 했다. 잠에 들기 30분 전에 책을 펼쳐 30분만 읽어야지 다짐했건만 나도 모르게 1시간이 훌쩍 넘게 책을 읽고 있었다.




작가 "메리 쿠비카"

미국 소설가,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

책을 선택할 때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단순한 호기심에 고르는 경우도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가다. 내가 한 번 읽었던 소설의 작가 혹은 관심있는 작가의 책이라면 큰 고민없이 책을 선택한다.

"메리 쿠비카"의 소설은 이미 <사라진 여자들>과 <디 아더 미세스>를 읽었던 터라 구미가 당겼다. 이 작가의 소설은 상황에 몰입을 돕는 세세한 감정 표현이 참 일품이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이런 심리이겠다는 공감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미묘한 심리를 절묘하게 드라이빙하는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 대화 중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캐치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생각과 사고의 흐름은 이런 미세한 변화를 풍족하게 담고 있으며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서술한다.

물론 너무나도 세세하고 깊은 감정과 상황 표현때문에 소설의 호흡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 장면으로 빨리 넘어가길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약간의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하나가 될 수가 없고,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될 수가 있다. 독자는 이 세세함을 온전히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긴장과 두려움의 심리 표현이 책을 읽는 나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릴러의 여왕'이 선사하는 그 손이 땀을 쥐는 스릴을 느껴볼 수 있다.




5분 전으로, 아무것도 몰라 행복했던 그때로, 아내가 내게 진실을 말했을 거라고 믿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랐다.

p410


뒤통수를 맞았지만 기분 좋은 배신(?)

반전은 언제나 즐거워


소설의 약 50페이지까진 등장인물의 소개와 더불어 소설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어느 소설이나 이 초반에 처음 만나는 등장인물들이나 소설 속 세상과 내가 싱크를 맞추기 위해 걸리는 과정은 피할 수 없다. 특히나 아직까지도 외국 이름이 등장하면 서로의 관계에 대해 혼동이 오고 누구였는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나는 등장 인물과 그 관계를 간단하게 그려 보고 소설을 읽는 중간에 참고하면서 소설을 읽어 나간다.



이 소설의 진가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담고 있는터라 나도 모르는 감탄사를 뱉어낸다. 항상 소설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모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게 된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아니면 이 사람이? 이 사람이 왜? 이런 끊임없는 의심과 내적 질문을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그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확률적으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범인으로 드러날 때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배신이다. 또한 의심을 했으나 당위성을 찾지 못해 배제되었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반전의 연속은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니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짧은 줄거리

Just The Nicest Couple

임신한 릴리, 아내 바라기 남편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은 여러 차례 유산한 아내 릴리가 이번에도 유산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 릴리에게 사건이 벌어진다. 제이크가 릴리를 겁탈하려 시도를 했고, 릴리는 이를 저항하다 돌로 제이크의 머리를 내려치고 도망쳤다. 그런데 며칠 째 제이크는 나타나지 않는다. 제이크의 아내 '니나'는 제이크와 부부싸움을 했고, 그 다음날 제이크는 사라졌고 며칠 째 나타나지 않는다. 의사인 제이크가 병원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제이크가 사라졌다고 실종신고를 했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다. 제이크는 살아있을까?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거야

설령 사람을 죽여야 할지라도

후면 표지

소설을 읽기 전에는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리송하다. 등장인물의 중심 축인 세 사람, 크리스티안과 릴리 그리고 니나의 시각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크리스티안이 임신한 아내 릴리를 위해 무슨 일을 벌일 것만 같은 의미심장한 말이다. 니나가 정말 살인을 저지를 것일까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아이와 니나를 생각해 상황을 마무리지으려 노력한다.

니나가 제이크의 실종과 연관이 있음을 아는 크리스티안, 그리고 남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니나... 제이크의 생존 여부와 진실은 무엇인지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절대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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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의 여행 이탈리아를 걷다 -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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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걷다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요즘엔 여행 정보를 책보다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많이 접하는 듯 하다. 여행을 즐기는 영상은 예전에도 많았지만 특색이 있는 유튜버의 여행기가 많아졌고 언제 어디서든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재생시켜 볼 수 있기에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고 팬덤까지 더해져 여행의 대리만족 측면에서 인기가 좋다.

그러나 영상이 아닌 사진과 글이 담긴 책을 통해 그 나라의 여행 정보를 얻는 방식은 여행지에 대한 풍성하면서도 정제된 정보를 듬뿍 담고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영상과는 다른 레트로 방식의 즐거움이 있다. 영상을 통해 접하는 여행기도 좋지만 나라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 이해하기에는 책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이탈리아는 한국의 약 1.4배 면적, 수도는 로마

정통 피자, 와인과 치즈, 고대 로마의 유적

누구에게나 세계 여행 혹은 배낭 여행은 인생의 버킷 리스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 유럽 여행은 많은 이들의 로망을 실현시키는 여행지이자 허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꿈을 꾸는 동시에 현실화하는 여행지로 각광을 받는다.

여행하고 싶은 유럽 여행지로 이탈리아는 항상 인기있는 나라다. 이탈리아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알고 있는 명소가 많다. 밀라노 대성당, 콜로세움, 피사의 사탑, 트레비 분수 등 세계적인 명소가 있는 나라다. 책을 읽다보니 이름은 잘 몰라도 사진을 봤을 때, 여기가 이탈리아에 있는 거였구나~ 하는 아름다운 장소가 많아 놀라웠다.


 


한국의 약 1.4배의 면적인 비교적 작은 나라인 이탈리아는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눠볼 수 있다. 북부는 밀라노, 제노바 베네치아 등이 있고, 중부는 피렌체, 페루자, 로마가 있는 지역이다. 남부는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등이 있다. 익숙한 도시 이름이 상당히 많아 놀랍다. 특히 북부 지역은 스위스와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도시들이 있기에 혼합된 문화와 음식을 기대할 수 있다.


제노바 대성당


이탈리아에서 한 곳만을 방문해야 한다면 나의 선택은 '베네치아'

역사적 매력, 그림 같은 풍경, 풍부한 문화유산의 베네토 (98p)

이 선택은 저자의 선택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쓸데없이 진지한' 나의 선택이다. 이탈리아를 헤집고 다 돌아다녀본다면 그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이탈리아를 여행하지 않고 그저 책만 읽은 내가 가슴에 품은 곳이 바로 베네치아다.


베니치아



이탈리아의 많은 지역을 모두 방문해 보고 싶지만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나는 베네치아를 선택하고 싶다.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의 베네토에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베네치아가 있다. 이탈리아의 운하 도시인 베네치아에 강으로 곤돌라가 다니고, 강 옆으로 건물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베네치아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인정받은 곳으로 독특한 섬과 운하, 세련된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다. 운하 도시의 풍경은 매우 이색적이다. 곤돌라를 타고 건물 사이를 다녀본다면 그 낭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

베네치아를 방문한다면 세계 3대 카니발 중 하나인 '베니스 카니발'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이탈리아 최대 축제, 세계 10대 축제, 전 세계 그리스도교의 축제, 매년 300만 명이 찾아오는 축제...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다양한 음식은 여행의 꽃!

이탈리아 20개 주의 맛과 향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음식 사진을 찍어 여기에 올리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피자와 카르보나라를 골랐다. 이탈리아의 상징이기도 한 피자와 파스타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책에서 소개하는 이탈리아 음식의 종류가 상당히 많아 놀라울 정도였다. 처음 접하는 음식들에 대한 소개가 많았기 때문에 그 맛을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는 음식이 많았다.

현지 음식을 즐기고 맛보는 것이 바로 여행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직접 맛보고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맛있는 음식 사진은 나를 자극한다. 이탈리아를 음식을 즐기는 목적으로만 여행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 북부 : 밀라노 리소토, 토리노 바냐 카우다, 아오스타 폴렌타, 트렌토 카네데를리, 베네치아 해산물 요리, 트리에스테 스캄피 요리, 제노바 쿨라텔로, 볼로냐 라구 파스타

  • 중부 : 피렌체 스테이크(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시에나 토르타 알 테스토, 페루자 초콜릿, 아시시 전통 와인, 앙코나 해산물 요리, 라퀼라 전통 치즈+고기 요리, 로마 카르보나라

  • 남부 : 나폴리 피자, 알베로벨로 오레키에테 파스타, 마테라 빵, 레조 칼라브리아 해산물 요리, 타오르미나 카포나타, 칼리아리 포르세두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필수 코스

302p 부터 와인의 역사, 등급, 구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큰 주제 중 하나로 다루는 부분은 바로 '와인'이다. 각 지역을 소개할 때마다 와인과 관련된 정보를 빼놓을 수 없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들이 있을 뿐더러 넓은 포도밭의 전경, 수많은 와이너리, 다양한 종류와 품종의 와인들 등은 이탈리아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개인적으로 와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추천받는 가성비 와인, 드라이한 와인을 정말 가끔 즐기는 알쓰 중 한 사람이다. 술을 좋아해서 다양하게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은 부럽다. 와인은 산소와 닿으면 변질이 되기 때문에 한번 개봉하면 바로 먹는 것이 좋기에 큰 한 병씩 판매하는 와인병이 좀 부답스럽긴 하다.



그럼에도 술을 좋아하는 아내 따라 한 잔만 와인을 마시다보니 약간은 그 맛을 알듯도 하다. 와인의 맛을 잘 모를 때에는 그저 달달한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했는데, 이제는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고 찾아 마시게 되었다. 카베네 소비뇽, 말벡 이란 품종도 알게 되었고 그 차이를 조금씩 느끼는 정도랄까.

이런 나에게 이탈리아 와인들에 대한 소개는 나의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했다. 이탈리아에 방문해서 그 지역에서 유명한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이 책을 다시 읽고 와인에 대한 지식을 듬뿍 쌓고 가야겠다.

이탈리아에서 베네토 지역을 꼭 가리라 다짐을 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중 하나인 '프로세코 Proseco'를 기억해야 겠다. 베네토 지역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이니 꼭 마셔보리라.


이탈리아로 떠날 날을 기다리며...

맺음말

개인적으로 여행 책을 참 좋아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권 마련해 읽고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 전에 여행 책을 읽으며 가고 싶은 곳을 정하기도 하고 잘 몰랐던 정보를 얻기도 해서 막상 떠나는 그 여행이 풍성해지고 알찬 여행이 된다.

또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무심코 펼쳐든 여행 책은 나를 위로한다. 책을 읽고 마치 여행을 잠시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물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증폭되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뭐 어떤가 비행기표, 숙소 예약하고 떠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회사일과 육아로 유럽 여행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란 엄청난 모험과도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좀 자라고 나면 슬슬 그간 묵혀놨던 여행지를 꺼내 다닐 생각이다. 이탈리아를 나의 방문 예정 1순위로 등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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