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할 때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단순한 호기심에 고르는 경우도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가다. 내가 한 번 읽었던 소설의 작가 혹은 관심있는 작가의 책이라면 큰 고민없이 책을 선택한다.
"메리 쿠비카"의 소설은 이미 <사라진 여자들>과 <디 아더 미세스>를 읽었던 터라 구미가 당겼다. 이 작가의 소설은 상황에 몰입을 돕는 세세한 감정 표현이 참 일품이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이런 심리이겠다는 공감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미묘한 심리를 절묘하게 드라이빙하는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 대화 중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캐치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생각과 사고의 흐름은 이런 미세한 변화를 풍족하게 담고 있으며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서술한다.
물론 너무나도 세세하고 깊은 감정과 상황 표현때문에 소설의 호흡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 장면으로 빨리 넘어가길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약간의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하나가 될 수가 없고,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될 수가 있다. 독자는 이 세세함을 온전히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긴장과 두려움의 심리 표현이 책을 읽는 나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릴러의 여왕'이 선사하는 그 손이 땀을 쥐는 스릴을 느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