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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대부분은 어린 시절 빨간색 돼지저금통에 부모님께서 주신 심부름값이나 용돈을 저축해 보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동전으로 묵직해진 저금통을 안고 은행에 직접 찾아갔을 때의 그 뿌듯함과 가슴 두근거림을 필자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돼지저금통을 활용한 이 고전적인 금융교육기법은 ‘아껴쓰고 모으는 재미’를 깨닫게 도와주는 측면에서는 아직까지도 확실한 효과가 있는 반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금융의 교육 및 이해’ 차원에서는 아쉽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아껴쓰고 모으면 목돈이 된다’는 진리 이상으로 일생을 통해 값지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은행에 맡긴 돼지저금통이 어떻게 해서 이자를 낳을 수 있는지, 그리고 과연 얼마만큼의 이자를 낳는지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거의 다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돈의 흐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의욕을 유도해 내는 것이니 만큼, 그러한 정보를 부모가 일방적으로 알려주시면 학습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모가 일방적으로 특정 은행계좌를 만들어서 자녀에게 쥐어주고는 “앞으로 여기다가 용돈을 저축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방법은 자녀로 하여금 학습의욕을 일으킬 하등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돼지저금통 기법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효과적인 방법: <재테크통장 만들기> 숙제를 내주자
만일 여러분이 50만원이라는 돈을 자녀의 금융교육을 위해서 값지게 투자하고 싶으시다면, 그 돈을 저금통장에 넣어 주시는 대신 이렇게 한 번 말해보십시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네가 50만원을 가지고 일 년 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저축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사해서 알려주면, 네 이름으로 그대로 저축을 해 주고 일 년이 지난 뒤에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네가 마음대로 쓸 수 있게끔 용돈으로 주마. 핸드폰을 사든 게임기를 사든 상관하지 않겠다. 단, 조건이 있다. 이자는 적어도 2만원 이상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만일 세후이자가 2만원이 되지 않으면 용돈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자”
학습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목표(2만원의 이자)와 확실한 인센티브(핸드폰)가 함께 제공되었지요? 그런데 왜 하필 2만원이냐 하면, 시중 1년 정기예금 금리인 4%를 50만원에 대해서 계산한 값입니다. 따라서 이 숙제를 받은 자녀가 제대로 조사활동을 했다면, 그냥 정기예금에 돈을 묻어두어서는 도저히 2만원의 이자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자소득세와 주민세 16.5%를 제하고 2만원을 만들려면 연환산 4.8% 정도의 이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원천징수세금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찾은 정기예금 이자율을 50만원에 곱해서 얻은 예상이자를 적어서 들고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바로 “세금을 빼고 계산해야 될 것 아니냐” 고 정답을 알려줘 버리면 교육효과가 반감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해서는 2만원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네가 직접 은행에 가서 한 번 알아보고 오도록 해라” 라고 방향만 제시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현장탐방활동을 위한 금융기관들은 부모님이 지정해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주거래은행이거나 잘 아는 담당직원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만, 안면 있는 직원이 없는 경우라도 가급적이면 다양한 금융기관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 시중은행 외에도 예를 들자면 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 투자신탁회사, 증권회사 등이 있겠지요. 특히나 이러한 제2금융권이라면 일반적으로 초/중/고등학생이 직접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하거나 질문을 하는 경우란 좀처럼 없으므로, 아무리 바빠도 귀여운 꼬마고객이 묻는 내용에 친절하게 잘 설명을 해 줄 것입니다.
똑 같은 돈을 같은 기간 동안 저축(혹은 투자)하더라도 큰 결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그러한 차이는 어떠한 조건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또 세금이라는 것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직접 여러 금융기관 담당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금융지식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만일 탐방을 마치고 결과를 보고하는 자녀가 <비과세>, <세금우대>, <적립식>, <채권형> 중의 한 가지 단어라도 언급을 하는 경우 크게 칭찬해 주도록 하십시오. 만일 세 가지 이상을 설명한다면 그 50만원은 저축자금이 아니라 그냥 용돈으로 쓰라고 상금으로 주셔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목적했던 공부를 스스로 거의 다 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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