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교육, 어릴 때부터 시켜야 된다면서요? 1편

정부와 금융기관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고있지 않는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는 여러분께서도 익히 듣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최근의 기사나 논문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금융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금융 전반에 관련한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이와 같은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장기간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가 증가하다 보니 대중의 여론은 마치 무능한 정책당국이나 비양심적인 금융기관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난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있습니다만, 필자는 좀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습니다. 즉,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금융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의 교육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전세계를 뒤져보아도 우리 나라만큼 자녀에 대한 양육기간과 경제지원기간이 긴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군대를 다녀오는 남자의 경우는 20대 후반 ~ 30개 초반까지, 여자의 경우도 20대 중반 ~ 20대 후반까지 부모에게서 무제한적이고도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되는데, 부모의 경제능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받아써도 일말의 ‘부담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심지어 결혼을 한 후에도, 더구나 버젓이 직업도 있으면서 부모에게 생활비를 원조 받아 쓰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필자는 실제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자기 월급만 가지고는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나요?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탓하기 전에 우선 그 부모들의 지나치게 너그러운 자녀사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집안이 넉넉하다는 이유만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일방적으로 필요한 돈을 받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온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부모가 경제원조를 중단하게 되면 말할 수 없는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게 되겠지요.

물론 우리나라 국민 특유의 집착에 가까운 교육열 때문에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돈’에 대한 교육이 영어나 수학 공부 시간을 감히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하찮은) 것쯤은 ‘나중에’ 해도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과연 영어, 수학 공부에서 해방되고 나면 ‘돈’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떠셨는지요?

학업을 마치고 남들에 뒤질세라 취업을 하고 보니 월급을 받긴 했는데, 별 느낌이 없습니다.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 보다 액수가 적은 것도 실망스럽지만, 부모님께 받던 용돈을 일방적으로 써버리던 것 말고는 실제로 자신의 금융자산을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쓰려고 하니 남는 돈이라고 해야 얼마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걸 궁색하게 아껴 써서 몇 푼씩 저축한들 부자가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리? 그거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하는 것이지, 내 월급 가지고 무슨 관리를 하고 말고 할 게 있나, 남들이 들으면 웃을 것만 같습니다.

필자가 대화해 본 평균적인 대졸신입사원들(평균연령 27세)의 금융지식은 초등학교 6학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나름대로의 ‘돈’에 대한 개념과 각자의 생활환경에 따른 소비패턴이 이미 고착화된 상태의 성인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동기나 사건, 혹은 본인의 노력이 있기 전에는 그러한 가치관을 바꾸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나이 어린 자녀들은 앞으로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돈’에 대해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버느냐의 문제와는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100만원을 가지고도 주어진 상황, 즉 금리, 환율, 주가, 정책, 금융시장/정책 동향 등을 감안하여 스스로의 소비규모, 저축방법, 그리고 투자방법을 현명하게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점점 복잡다변화 해 가는 앞으로의 금융환경에서 이것은 돈을 버는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많은 부모님들이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자녀들에 대한 조기 금융교육 방안을 고심하고 계시더군요. 필자도 이러한 교육과 관련한 방안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다음 시간에는 그러한 상담 과정에서 느낀 중요한 점 몇 가지를 여러분께 정리해 드릴까 합니다. 서점에서 흔히 보실 수 있는 아동심리학적 /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금융교육 이야기가 아니라 금융업의 현장에서 직접 전해드리는 살아있는 목소리이므로 학부형이신 삼성가족 여러분께는 반드시 좋은 참고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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