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한 것은 린위루만이 아니었다. 린위루와 류위항의 친여동생 류후이쉬안은 모두 경찰 조사 과정에서 류위항 역시 심각한 도박 중독 상태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류위항은 죽음과 함께 완벽한 피해자가 되었다. 경찰은 도박 빚의 출처와 정확한 액수를 면밀히 조사하지 않았고, 린위루가 가정폭력 피해를 입었는지 규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린위루가 이미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이다. - P346

믿음은 형벌과 심판에 관한 것이지만 이야기가 담아내는 것은 인간 내면의 투영이다. 수면에 비친 모습은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어 상이 왜곡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물결이 다시 잠잠해지고 나면 결국 그 위로 사람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기 마련이다. - P358

망설임을 숨기지 않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주제를 글로 다루는 일이 지닌 곤란함을 드러내기 위해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망설임이야말로 우리가 사회 사건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할 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탐구의 목적이 미지의 영역에 다가가려는 데 있다면, 특정한 서사 구조나 요소의 틀에 맞춰 범죄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 P370

"어느 작가에게나 그렇듯이, 모든 책에는 피해갈 수 없는 어려운 길이 있다. 진정한 책, 거짓이 아닌 책이 되게 하려면, 책속에 그러한 오류를 남겨두기로 결심해야 한다." 나는 글을 쓸수 없을 때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을 다시 읽는다. 애초에 완전무결한 글을 완성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시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논픽션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좌절하고 깊이 두려워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쓴다. - P3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따라서 도박에 몰입하게 만드는 신념은 모든 사회 계층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중에 어느 정도 여윳돈이 있으면서도 지식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육체노동자와 사회 주변부에 머무는 소기업 사업가가 다자러의 주된 참여층이었다. 이를 비중별로 더 세분화해보면, 생산직 노동자와 소기업 사업가가 도박 참여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다음이 자영업자였다. - P305

류위항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상급 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은 늘 존재해왔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체육반이 설치된 중학교는 384곳인 반면 고등학교는 115곳에 불과했다. 중학교 체육반 졸업생 가운데 약 60퍼센트는 고등학교 체육반으로 진학해 순조롭게 훈련을 이어가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운 좋게 고등학교 체육반에 진학하더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중략) 어릴 때부터 오직 한길만 보고 달리도록 교육받아온 선수들이 그 길에서 실패한다면,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까. 교육 당국이 지금껏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 질문은 수많은 청소년 앞에 막막한 물음으로 남아 있다. - P312

감호처분의 연장은 사회 구조 전반이 개인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치료 목적을 벗어난 구금으로 범죄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한마디로 정신병원을 교도소처럼 사용하려는 셈이다. 이러한 법 개정의 논리는 대중의 응보적 감정을 해소하고 범죄를 예방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의료 영역에 떠넘기고 있다. 모든 문제를 정신 질환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화한 채 근원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감호 기간을 늘리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 P333

정직함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이다. 비록 그것이 인터뷰를 순조롭게 마치거나 책을 쓰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닐지라도, 내게는 정직함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 P3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박의 본질에는 선택이 내포되어 있다. 도박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면 이는 곧 도박의 결과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과 달콤한 상상, 그리고 쾌감으로 이어진다. - P99

‘술주정뱅이‘ ‘노름꾼‘ ‘약쟁이‘와 같은 낙인화된 호칭은 사회가 개인의 상태를 진단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그중 도박 중독은 타이완 사회에서 대체로 ‘자초한 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다.
도박 중독은 흔히 자제력과 이성을 잃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치부되지만 그 이면에는 질병을 유발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발병 요인이 숨어 있다. - P100

교정 기관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교정 · 교화 업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결국 범죄자를 가둬두는 기능에만 머물게 했다. 이로 인해 사회는 수감자가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자 수감자들은 ‘감옥에서 편히 지내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게 되었고, 그 결과 시설 안에서 사람을 조종하고 거짓말하는 기술만 ‘연마‘하게 된 것이다.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살인 사건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글쓰기 방식이 이미 진부한 공식으로 굳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낙인에 맞서려는 시도가 도리어 또 다른 낙인을 만들어내고, 결국 한 인간을 납작한 존재로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

범죄자에 대해 서술하다보면 외부에서 제기되는 두 가지 상반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개인의 타락을 추궁하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무관심과 착취를 지적하는 시선이다. - P55

인생에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그 물음표는 인간의 굴곡진 삶과 선택을 하나로 꿰어낸다. 우리가 기꺼이 이 굽이진 길을 따라가본다면, 그 끝에서 운명과 자아가 얼마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 P56

 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늘 배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배신이란 꼭 배우자의 외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어떤 기대와 신뢰가 외면당하고 방기되는일을 뜻하기도 한다. - P67

하지만 한 여성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정면으로 마주한 끝에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떤 경험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 심지어 사회 구조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 곧 타인의 사고방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타인의 선택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 P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언니, 아버지 만나러 안 갈 거야? 아버지는 날마다 언니를 보고 싶어 하시는데."
"아버지는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야. 아버지가 보고 싶은 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돈이라고." - P1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